IBM 삼킨 레노버 "PC는 죽지 않았다"

10분기 연속 세계 PC 1위

홈&모바일입력 :2016/01/10 11:01    수정: 2016/01/10 17:25

정현정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정현정 기자>"PC는 여전히 큰 산업이다. 전반적인 성장세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 같은 신흥 시장, 게이밍 같은 특화 시장을 공략하면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

지난해 IBM PC사업부 인수 1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PC 제조사 레노버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6에서 전한 메시지다. 레노버는 매년 CES에 참가해왔지만 올해도 역시 메인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가 아닌 베네시안호텔에 별도의 고객사 대상 쇼케이스장을 꾸렸다.

전설적인 PC 신제품들이 발표됐던 컴덱스 전시회가 몰락하고 CES도 소비자 가전 중심에서 점점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같은 융합 기술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PC 관련 신기술에 대한 전시 비중과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델 역시 레노버와 같은 베네시안 호텔에 고객사 대상 부스를 꾸렸다.

이같은 PC 쇠퇴론에 대해 아마르 바부 레노버 아시아퍼시픽(AP) 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시아 지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PC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분기 500억달러에 이르는 큰 시장"이라면서 "인도 같이 PC 보급률이 높지 않은 신흥 시장은 매년 30~40% 성장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IBM 인수전 레노버는 전세계 PC 시장 점유율이 2.3%로 9위 업체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회계연도 기준 지난 2분기 현재 레노버는 21.2%의 시장점유율로 전세계 1위 PC 회사가 됐다. 10분기 연속 세계 1위다.

딜립 바티아 레노버 PC&엔터프라이즈 그룹 수석부사장은 "PC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게이밍, 액세서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시장은 감소하고 있지만 디태쳐블, 울트라씬, 게이밍 시장은 성장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레노버는 PC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자체 브랜드 PC인 레노버 시리즈로는 12.88mm 두께에 999g 무게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컨버터블 노트북을 표방한 '요가 900S', 17인치 게이밍 노트북 '아이디어패드 Y900' 등이 주력 제품이다. IBM 계열 씽크패드 X1 패밀리 라인업도 대거 확충했다.

레노버가 선보인 씽크패드 요가 X1 태블릿 (사진=레노버)

그 중에서도 키보드를 탈부착 가능한 키보드와 독특한 모듈형 옵션을 갖춘 '씽크패드 X1 태블릿'이 각국 미디어들에게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컨버터블 노트북 '씽크패드 X1 요가'도 선보였다.

PC가 여전히 주력 분야이기는 하지만 차세대 시장에 대한 준비를 전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PC 시장에서 견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모바일과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초고속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지키고 공격하는(Protect & Attack)' 전략이다.

레노버는 지난 분기 태블릿 시장에서 자사 최고 시장점유율인 6.3%를 기록하고 310만대를 판매하면서 시장 3위의 자리를 지켰다. 또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5.5배 성장한 미화 1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스템X 인수 후 처음으로 2%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

중국 시장에 집중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전세계로 확장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4.3% 높아졌으며 전체 출하량 중 70%를 중국 외 지역에 판매하는 성과를 이뤘다.

5년 전만해도 매출의 대부분이 PC에서 나왔지만 현재는 PC 비중은 69%로 낮아지고 모바일과 엔터프라이즈 비중도 각각 21%와 10%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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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을 통한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 레노버는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면서 실제로 각 제품별, 시장별로 맞춤화 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실제 1년 전까지 전체의 39%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최근에는 29%로 낮아지고 유럽 25%, 북미 28%, 아시아 18% 등으로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동양 특유의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직접 '이름 부르기' 운동을 벌였다. 실제로 양 위안칭 회장은 사내에서 YY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레노버 본부는 베이징, 노스캐롤라이나, 파리, 홍콩에 있다. 또 레노버의 주요 경영진은 동서양 각지에 흩어져 있고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다양성이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힘이다. 예를 들어 레노버 아태지역은 호주 사람이 지휘하고 있으며 그는 파리에서 근무하는 독일인 임원에게 보고를 한다. 또 그 독일인 임원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CEO에게 보고를 한다. 레노버의 최고 임원 10명은 7개 국가 출신이며 상위 100명의 임원들은 20개국 인재들로 이뤄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