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정현정·조재환 기자>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가상현실(VR)의 대중화, 실생활에 녹아든 사물인터넷(IoT)…'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6이 던진 화두다. CES는 그 해 전자업계의 최신 기술과 신제품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전시회로 글로벌 전자·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올해는 150개 국가에서 3천600여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참관객수도 전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CES는 파리 테러 여파로 행사장 내 캐리어 반입 금지와 가방 크기 제한, 별도 가방 검사 등으로 엄격한 통제 속에 이뤄졌지만 미래 트렌드를 읽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관람객들의 열기를 막지 못했다.
CES는 일명 'TV쇼'라고 불릴 만큼 이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이뤄져왔지만 올해는 자동차가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화두로 제시됐던 가상현실(VR) 기술은 한 해 만에 많은 응용제품과 콘텐츠를 낳으며 무르익은 대중화 가능성을 뽐냈다.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은 IT 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현장이 됐다. 중국계 기업이 내놓은 세계최초의 유인 드론(이항 184), 전기차 콘셉트(패러데이 퓨처 FFZERO1) 등 모든 화제의 중심에는 이들 업체가 빠지지 않는다. 올해 전체 참가업체 3천600여개 중 중국 업체 비중은 33%에 달한다.
■VR 미래 아닌 대세로…차세대 TV 관심도는 뚝
가상현실 업계의 선두주자 오큘러스는 이번 CES에서 신제품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개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PC나 콘솔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지난해 공개된 시험판 보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해상도와 성능은 향상됐다. 사우스홀에 마련된 오큘러스 부스에는 아침부터 신제품을 체험해보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삼성전자 부스에 마련된 기어VR 체험관도 하루종일 관람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삼성전자는 메인 전시장 외에 별도로 마련된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통해 기어VR과 4D 의자로 360도 입체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어 VR 4D 체험존'을 운영했다. 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를 가상현실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이 곳은 운영 첫 날부터 1만여명의 방문객들이 찾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올해는 VR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액세서리들이 등장해 대중화 속도를 앞당겼다. 버튜익스는 머리에 쓰는 VR 기기와 함께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할 수 있는 액세서리 키트 '옴니(omni)'를 선보여 사우스홀에 마련된 VR 전시관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기기 안으로 들어가서 총을 잡고 발판 위를 뛰거나 걸으면 게임 내 캐릭터도 실제로 움직이며 총을 쏜다.
VR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셌다. 중국 VR 업체인 앤트 VR은 레노버가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VR 기기를 선보이고 이를 활용하는 게임 시연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또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러스왕(Le TV러티비)은 자사 부스에 자체 가상현실 헤드셋인 'Le VR'도 공개했다. 이와 함께 VR 콘텐츠 구현을 위한 360도 캡쳐 등 기반 기술과 관련된 전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전자업계 전시 품목 중에서는 VR이 가장 크게 주목받은 반면 전통적으로 CES의 주인공 역할을 해왔던 TV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줄었다. 올해는 커브드 디자인이나 4K UHD 등 폼팩터나 해상도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대신 더 선명한 화질 구현을 위한 기술 경쟁이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TV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세대 퀀텀닷과 올레드(OLED)를 무기로 내세웠다. 경쟁의 핵심은 UHD 콘텐츠를 지원하기 위한 HDR(High Dynamic Range) 기술과 3~5mm 초슬림 TV 등 기술 고도화가 중심이 됐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자리를 잡은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콩카 등 중국 가전 업체들도 HDR과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초고해상도 TV와 스마트홈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창홍과 콩카는 O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하이센스와 TCL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를 선보였다. 예년만 해도 두께 등에서 기술력 차이가 확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중국 업체들도 슬림 디자인을 내세웠다.
TCL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 브랜드 'QUHD TV'를 전면에 내세우고 플래그십 모델인 '익스클루시브 X1'을 집중 홍보했다. 하이센스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8K 해상도 TV 'ULED TV'를 들고 나왔다. 콩카는 '아트 슬림'을 스카이워스는 98인치 8K TV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CES 2016 필수 코스‘협력체 구성·IoT-자동차 연동’
자동차 분야 전시는 이번 CES 2016에서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전시규모가 이전보다 25% 커졌고, 볼거리도 더욱 풍성해졌다. CES에 매년 참가하는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전시가 지난 몇 년간 진행된 CES보다 더욱 풍성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 2016에는 기아차, 폭스바겐, FCA,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포드, BMW, GM 등 9개 완성차 업체와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115개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들이 참석했다. 이중에는 퀄컴, 델파이, 엔비디아 등이 자동차 특화형 전시부스를 별도로 마련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CES 2016에서 연합체 구성과 사물인터넷(IoT) 연동을 핵심 화두로 뽑았다. 오는 2020년 실용화될 예정인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필수과정으로 풀이된다.
포드는 CES 2016을 통해 아마존, 토요타와의 협력 체계 구성안을 발표했다. 주요 외신에서는 포드가 구글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합작 벤처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포드는 구글 대신 다른 업체와의 협력안을 발표했다. 구글과의 벤처회사는 단순한 추측이라는 것이 포드 측 설명이다. 포드는 앞으로 토요타와 함께 차량제어 스마트 시스템 개발에 협력하며, 아마존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폭스바겐과 BMW는 이번 CES 2016을 통해 IoT 연동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헤르베르트 디이스 폭스바겐 CEO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IoT 연동 기능이 탑재된 전기 콘셉트카 ‘BUDD-e’를 공개했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600km(373마일)까지 주행할 수 있는 실용성을 최대 무기로 내세웠다.
‘BUDD-e'에는 다른 전기차와의 차별화를 위한 스마트홈 IoT 연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폭스바겐은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LG와 협력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BUDD-e' 실내에서 스마트 냉장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주행 도중 자신의 주택 내부 에너지 절약 모드를 실시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CES 2016 전시부스에 LG 로고를 넣고 IoT 연동 차량의 장점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BMW는 다른 업체와 달리 야외에 임시 부스를 마련했다. IoT와 연동된 BMW i3의 동작 인식 원격 주차 기술을 관람객들에게 직접 선보이기 위해서다. 자체 개발된 ‘커넥티드 미러’를 통해 차량의 스마트키를 올려놓으면 차량을 원격주차를 시킬 수 있으며, 간단한 동작 인식으로 차량 원격 주차가 가능하다. 주차된 차량의 현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술도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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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CES 2016에 부스를 차린 기아자동차는 자율주행 전문 브랜드인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를 선보였다. 오는 201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직접 선보이는 계획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BMW처럼 타 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협력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다른 업체들과 다른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독일 IFA 때부터 IoT가 화두가 되자 자동차 업체들과 IT 관련 업체들이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며 “LG와 폭스바겐의 경우 서로가 잘하는 분야를 높게 평가해 서로 긴밀하게 IoT 협력 체계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