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의 기본 개념에 초점을 맞출까? 아니면 구현방식 차이에 주목할까?
삼성과 애플 간의 2차 특허소송 항소심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시작됐다. 디자인 특허에 초점을 맞췄던 1차 소송과 달리 2차 소송은 실용 특허가 주 이슈다.
삼성은 지난 해 5월 끝난 1심에선 ▲데이터 태핑(647)▲단어 자동완성(172)▲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특허권 세 개를 침해한 혐의로 1억1천9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중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647 특허권이다. ‘퀵링크’로도 불리는 647 특허권 침해로 삼성이 부과받은 배상금은 9천800만 달러. 전체 배상액의 8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이 항소심 첫날 공판에서 647 특허를 집중 공격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 647 특허 기본 개념-작동 방식 놓고 공방
그런데 647 특허를 둘러싼 공방은 특허의 기본 원리에 대한 철학적 공방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많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허 기술의 유효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이냐는 부분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바로 연결 동작을 지원해주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웹 페이지를 누르면 바로 관련 창이 뜨고, 전화번호를 누르게 되면 곧바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다. 이 특허 기술이 ‘퀵링크’로 불리는 건 그 때문이다.
647 특허권 문건에는 “분석 서버가 응용 프로그램으로부터 받은 데이터 구조를 탐지한 뒤 관련된 행위를 하도록 연결해준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삼성의 스마트폰들에도 ‘퀵링크’ 기능이 적용돼 있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이메일 주소를 누르면 바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전화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통화를 할 수 있다.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놓고 보면 애플 특허를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두 회사간 2차 특허 소송 1심 재판부가 특허 침해 판결을 한 것도 그런 유사성을 중요하게 판단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성 주장은 다르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같지만 작동 방식이 다르다는 게 삼성 쪽 주장이다. 서버에서 구현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개별 애플리케이션에서 연결 동작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작동 방식이 다르니까 다른 기술이라는 게 삼성 쪽의 논리다.
삼성이 첫날 공판에서 “우린 애플 특허 기술을 침해한 적 없다”고 항변한 것도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 애플과 모토로라 소송 선 작동방식 차이 주목
애플 647 특허권의 보호 범위는 미국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본 개념’을 높이 평가한 루시 고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판사와 달리 또 다른 소송에선 ‘방식 차이’에 주목한 것이다.
2014년 4월 열린 애플과 모토로라 간 특허 소송 항소심에선 647 특허권의 범위를 굉장히 좁게 해석했다. 2년 전인 2012년 시카고 지역법원이 내렸던 애플 승소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소송에서 항소법원은 시카고 지역법원 소수 의견이었던 리처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채택했다.
포스너 판사는 애플 특허 기술에서 규정한 ‘분석 서버’를 “데이터를 받는 클라이어트와 분리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감지된 구조를 링크하는 행위’에 대해선 “감지된 구조를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컴퓨터 서브루틴과 특정하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봤다.이 때 컴퓨터 서브루틴은 중앙처리장치(CPU)로 하여금 감지된 구조에 연속적인 작동을 수행하도록 해 준다. 서브루틴이란 특정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명령군을 의미한다.
항소법원은 구글과 애플 간 소송을 파기 환송하면서 647 특허권에 대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즉 애플 647 특허권은 별도 서버에서 구현되는 기술이라고 좁게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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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해석은 삼성이 애플과 소송에서 계속 주장해왔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따라서 삼성은 항소법원 소송에서도 이런 점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647 특허기술의 인정 범위를 둘러싼 공방은 특허권의 기본 개념을 건드리는 중요한 소송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