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대 이상의 변신을 보여줬다. 이전 MS라면 상상할 수 없는 발표를 쏟아 냈다. 기존 윈도 사용자에 야심작 윈도10을 무료로 푼 것이 대표적이다.
더 보여줄 게 남았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MS는 이제 막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내년엔, 내후년엔 이를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앞으로 MS 행보에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에 2016년 가장 기대되는 MS 소식 6가지를 정리해봤다.
■ 윈도10 대규모 업데이트 ‘코드명 레드스톤'
MS는 코드명 레드스톤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윈도10 업그레이드를 준비중이다. MS는 윈도10부터 서비스로서 윈도(Windows as a service) 모델을 도입하면서 정기 업데이트를 통해 보안 패치와 버그 수정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윈도11이나 12가 나와야 하지만 업데이트 정책 변화로 이제 윈도10이라는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메이저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레드스톤은 내년 여름 쯤 배포될 것으로 기대되는 메이저 업데이트다. 주로 엑스박스, 서피스 허브, 윈도폰, 홀로렌즈 등 윈도10 위에서 운영되지만 아직 좀 더 진화할 필요가 있는 디바이스들을 위한 기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하나의 윈도’ 기조에 따라 ‘컨티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컨티넘은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전환해 사용할 때도 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윈도10 부터 도입된 새로운 기능이다. 예컨대 키보드 탈부착이 가능한 투인원(2in1) PC에서 키보드를 떼어내면 자동으로 태블릿 모드로 UI가 변해 터치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화면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최근엔 루미아950과 950XL 등 일부 윈도폰에도 컨티넘 기능이 적용돼 폰을 외부 모니터에 연결했을 때 PC화면 같은 환경을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레드스톤을 통해 기존 노트북 및 태블릿, 윈도폰에 적용된 컨티넘 기능은 한층 강화되고 다른 윈도 기기에도 컨티넘 기능이 확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MS의 새 브라우저 엣지에 확장기능(Extension) 추가도 레드스톤 업그레이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기능은 웹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크롬, 파이어폭스는 다양한 확장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엣지 확장기능에 대해 소개하는 웹페이지가 공개됐다가 즉시 삭제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핀터레스트, 레딧, 애드블록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MS가 이미 확장기능 지원을 위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증강현실기기 홀로렌즈
MS가 올해 선보인 제품 중 가장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 홀로렌즈다. 고글 모양의 헤드셋을 착용하면 눈 앞에 현실과 홀로그램 이미지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가 겹쳐 보이는 효과를 준다. 홀로렌즈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로 별도의 추가장비를 연결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고 현실의 사물과 증강현실(AR)로 만든 가상 세계가 상호작용하도록 구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홀로렌즈는 게임은 물론 의학, 건축 및 제품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지난 11월 미국과 캐나다 지역 개발자를 대상으로 홀로렌즈 개발자킷 신청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생태계 조성에 들어갔다. 개발자킷 배송이 내년 1분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홀로렌즈를 이용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따라서 실제 소비자들이 홀로렌즈를 쉽게 구입하게 되려면 아직 더 많이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인텔칩 장착한 서피스폰 나오나
오랜 루머로 떠돌던 서피스폰이 내년엔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MS가 내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고 해당 프로젝트를 서피스 팀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MS소식 전문 블로그 윈도센트럴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MS 서피스팀이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당초 MS가 내년 5월까지 출시하려던 인텔 칩기반 윈도10 스마트폰 제작이 취소됐고 대신에 서피스 엔지니어팀이 완전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피스와 서피스북을 만들었던 파노스 파나이(Panos Panay)가 이끄는 엔지니어 팀이 새 스마트폰 제작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번엔 서피스폰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피스를 책임지는 파노스가 새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루미아폰에도 프리미엄급 고사양 제품이 있는데도 MS가 서피스폰을 내놓는다고 하면, 서피스폰은 비즈니스 사용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에서도 윈도10의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MS가 서피스폰에 인텔칩을 장착하고 윈도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를 모두 폰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서피스북, 서피스프로4를 만든 엔지니어들이 투입된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내년에 루미아폰 신제품도 출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퀄컴이 최근 공개한 스냅드래곤820칩을 탑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피스북2, 서피스프로5, 서피스4는?
MS가 처음으로 만든 노트북 ‘서피스북’은 공개 직후 높은 관심을 끌었다. MS 설명에 따르면 애플 맥북프로보다 2배 더 빠른 속도를 낼만큼 13인치 노트북 중 최고의 사양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서피스북은 인텔 6세대(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 GDDR5메모리를 갖춘 전용 엔비디아 지포스 GPU, PCI 익스프레스 슬롯기반 SSD를 사용하고 있다. MS는 “지금까지 이렇게 빠른 13인치 노트북은 없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현재 MS는 북미 시장에만 서피스북을 판매하고 있지만 내년엔 더 많은 국가에서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서피스북은 맥북 프로가 차지하고 있는 고급형 노트북 시장을 뺏어오기 위해 출시한 제품으로 아직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북미지역에서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후속작인 서피스북2가 나올지, 나온다면 언제쯤이 될지는 서피스북의 시장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 겸 노트북으로 출시된 서피스와 서피스프로는 내년도 후속작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형 제품인 서피스3는 올 4월, 고급형 제품인 서피스프로4는 10월 공개됐다. MS가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 비슷한 시기에 서피스4와 서피스프로5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MS연구소의 활약
MS연구소(Microsoft Research)는 컴퓨터공학을 포함해 다양한 융복합 분야에 대해 기초 및 응용 연구를 진행하는 독립 연구기관이다. 연구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MS제품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윈도10에 적용된 생체 정보(얼굴, 지문, 홍채)를 통한 인증 기술인 ‘윈도헬로’와 AR 구현 장치 홀로렌즈 역시 연구소에서 나왔다.
최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적용해 컴퓨터가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류해내는 기술에서 높은 성과를 내 주목받기도 했다. 올해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겨루는 경연대회에서 이미지 분류 에러율 3.5%를 기록하며 참가 기관 중 가장 좋은 성능을 냈다. 지난해 우승한 구글이 세운 기록 6.6%도 큰 차이로 앞질렀다.
현재 MS연구소가 하고 있는 연구 중에도 제품화됐을 때 시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들이 많다. 오디오를 3D 공간에서 구현해 주는 3D오디오 시스템 ‘공간 오디오(spatial audio)’기술과 자연어로 쓰여진 수학문제에 컴퓨터가 답변하는 연구인 '시그마돌핀(Sigma Dolphin) 등이 대표적이다. MS연구소 홈페이지(☞링크)에서 현재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더 많은 연구를 살펴볼 수 있다.
■MS의 오픈소스 사랑은 내년에도 쭉
MS는 올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들을 대거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5월 빌드 컨퍼런스를 통해 닷넷코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코드 에디터인 비주얼스튜지디오 코드, 머신러닝 오픈소스 툴킷 DMLT, 자바스크립트 엔진 차크라(Chakra)의 코어 컴포넌트, 블로그 편집 툴 윈도 라이브 라이터 등의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윈도에만 갇혀 있는 것보다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개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MS기술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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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제품 안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퍼블릭클라우드 애저에선 우분투, 센트OS, 코어OS, 수세 등 리눅스 배포판과 마이SQL, 몽고DB, 등 다양한 오픈소스 기반 기술도 지원한다. MS는 사실 지난 몇년간 꾸준히 친 오픈소스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009년 부터 리눅스 커널에 컨트리뷰터로 참여해 2만줄 이상의 코드를 기여하기도 했다.
MS가 오픈소스를 끌어 안은 이유는 물론 비즈니스 전략적 선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오픈소스가 오늘날 IT업계에서 중요한 기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개발자와 고객 모두 크로스플랫폼 지원을 기술 도입에 있어 핵심 요인로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MS의 오픈소스 사랑은 내년에도 쭉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