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가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과도 경쟁할까?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과 IT의 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요즘들어 점점 더 IT회사를 닮아가고 있다.
IT로 업무 효율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IT회사들과 유사한 솔루션과 서비스도 속속 공개하기 시작했다. IT업계서도 생소하게 통하는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은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개발한 솔루션을 오폰소스 프로젝트로도 공개했다. 파격적인 행보다.
■핀테크 슈퍼파워로 주목
골드만삭스가 IT DNA로 중무장한 것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에도 진출해 디지털 파워가 커지는 금융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IT파워는 맨파워에서부터 드러난다. 골드만삭스 내부 IT엔지니어 숫자는 현재 9천여명에 달한다. 기술 전략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만 별도로 3천여명이 포진해 있다. 골드만삭스 전체 직원이 3만6천여명이니, 이중 3분의 1이 기술과 관련한 일을 하는 셈이다. 이것은 IT로 먹고 사는 페이스북 전체 직원 수와 맞먹는 규모이기도 하다.
IT투자에 쏟아붓는 돈에서도 중량감이 느껴진다. 시장 분석 업체 크레딧 수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만 25억달러에서 32억달러를 기술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매출의 7~9%에 해당되는 수치다. 동종 업계 경쟁사인 JP모건 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각각 매출의 3%, 4%를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공격적이다.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골드만삭스는 이제 IT를 백그라운드로 하는 회사들과도 일대일로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금융 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메신저 서비스인 심포니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해 지난해 별도 회사로 독립한 심포니는 최근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6억5천만달러로 인정받았다. 기업가치 10억달러를 의미하는 유니콘 클럽 가입도 가능해 보인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 구글도 심포니에 투자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골드만삭스는 심포니 확산을 위해 해당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까지 공개했다. 구글 등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이 구사하는 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직원 1만9천명 정도가 현재 심포니를 사용 중이다. 골드만삭스 외에 JP모건과 씨티그룹과 같은 금융 회사들도 심포니를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심포니는 금융권의 왓츠앱과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금융 정보 제공 회사인 블룸버그가 파는 정보 터미널을 대체할 만하다는 잠재력도 인정받고 있다. 대당 2만 5천달러인 블룸버그 터미널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뉴스와 연구 자료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개인간 비밀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페르조를 인수했다. 페르조 기술과 브랜드는 심포니로 흡수됐다.
기업용 메신저로 기업 협업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스타트업 슬랙과 심포니 간 경쟁도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골드막삭스는 심포니는 슬랙과 일대일로 비교할만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슬랙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반면 심포니는 내부와 외부 커뮤케이션을 모두 커버한다는 것이다. 보안과 규제준수(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P2P 대출 및 최신 기술에도 적극 투자
골드만삭스의 디지털 영토 확장에는 점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미국 핀테크 생태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렌딩클럽과 같은 P2P 대출 서비스까지 넘보는 모습이다. 모자이크는 현재 P2P 대출 서비스 '모자이크'를 준비중이다. 초기 단계에서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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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자동화, 데이터 분석,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화폐인 '세틀코인(SETLcoin)'을 주식 거래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특허를 등록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 결제 전문 스타트업인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에 5천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암호화 화폐를 활용한 주식거래 플랫폼에 투입하고 싶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