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EQ900’의 출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차는 오는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EQ900 신차발표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1월 초부터 EQ900 사전 마케팅에 집중했다.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미국 모하비 사막, 경기도 화성 남양 연구소에서 미디어 대상 탑승 행사와 프리뷰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일반 고객 마케팅도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EQ900 프라이빗 쇼룸’ 행사를 통해 EQ900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실물을 공개했다. 이 행사는 현대차의 EQ900 사전 마케팅의 마무리 단계다.
■ ‘22페이지 분량 자료’ 제네시스에 집중한 현대차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서 무려 22페이지 분량의 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묵직한 이 자료는 현대차가 왜 제네시스 브랜드를 준비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설명과 향후 판매 목표 등이 상세히 담겨있다.
현대차가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내놓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1967년 창립 이래 48년간 ‘현대’ 브랜드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한 정보 수집과 연구 과정이 필요했다.
현대차 자체 연구 결과, 글로벌 고급차 판매량은 일반 대중차에 비해 낮지만 판매 증가율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경우 지난해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9.0% 오른 반면, 토요타의 판매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폭스바겐 그룹 계열의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의 고급차 브랜드 판매 증가율도 대중 브랜드(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시 개인의 가치와 개성을 잘 나타내는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가 높아진 만큼,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 완성차 시장 입지를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모델 출시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키지 못했다”며 “이후 제네시스가 J.D.파워, IQS 품질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르자 올해 상반기부터 인지도 있는 제네시스 중심의 브랜드 런칭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에쿠스 상처’, EQ900으로 만회하나
EQ900의 향후 관건은 판매량이다. 이달중에 판매가 종료될 예정인 현대차 에쿠스는 올해 국내 누적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크게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벤츠 S클래스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8천964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에쿠스는 같은 기간 4천412대 판매에 그쳤다. 한단계 아랫급의 제네시스 2세대 모델이 3만대 이상의 누적판매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장님 차’로 불리길 원했던 에쿠스는 국내 판매량에서 벤츠에 밀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현대차에겐 EQ900이 에쿠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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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제네시스 브랜드를 진두지휘하는 정의선 부회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지난달 4일, 4년만에 공식 석상(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 모습을 보인 정 부회장은 이미 한차례 PYL(벨로스터, i30, i40) 브랜드 운영 실패를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선포식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뚜렷한 그만의 비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우려’라는 단어를 현장에서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모든 열정을 쏟아붇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열정을 쏟아부을 시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 계약 첫 날 4천342대의 신기록을 기록한 EQ900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급차 세단 시장을 이끌어나갈지 정 부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