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부회장 '고속승진'…달라진 LGD 위상

부사장 직급으로 대표자리 올라 4년만에 부회장 승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11/29 12:59

송주영 기자

지난 2012년 LG 트윈타워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1분기 기업설명회 발표장. LG디스플레이는 2010년부터 적자로 시름하던 중이었다. 실적설명회 분위기는 싸늘했다.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부사장이고 LG전자 대표는 부회장이다. 위상 차이 때문에 가격 협상이 어렵다던데 LG디스플레이 대표는 언제 사장이 되나.”

다들 웃어 넘겼던 질문이지만 당시는 시황도 좋지 않은데 LG디스플레이 계열사인 LG전자가 TV용 패널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 돌던 시기였다. 경쟁사 대비 수익도 낮았고 이미 적자가 7분기나 이어지던 상황이어서 흑자 전환에 대한 갈증이 컸다.

■2012년 2분기부터 14분기 연속 흑자 대기록

그러나 2012년 1분기를 끝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개선됐다. 그해 한해 동안 LG디스플레이는 9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대비 흑자전환했다. 결국 한상범 대표는 2013년 임원인사에서 사장자리에 올랐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2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14분기 흑자행진 기록을 세웠다. 한상범 대표는 다시 3년만인 2016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을 달며 LG디스플레이 최초의 부회장 직급의 대표이사가 됐다.

대표이사가 부사장 직급이라 LG전자와의 가격협상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이 나온지 3년만에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대표이사 직급은 역전된 셈이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LG로 이동하면서 정도현, 조준호, 조성진 사장 3인 각자대표 체제가 됐다.

한 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은 LG그룹 내 고속승진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0년만의 승진이다. LG그룹 내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부회장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사장 진급 5년만에 부회장을 달았다.

■6년 연속 대형 LCD 패널 1위 성과 이뤄내

LG그룹은 한상범 사장의 부회장 승진 소식을 알리며 “LCD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공급과잉이 구조화되던 2012년에 사장으로 취임 후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선도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9인치 이상 대형 LCD패널 시장에서 6년 연속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초기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LCD 투자 전환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2012년은 누적 적자로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설이 나올만큼 유동성이 부족한 시기였다. 덕분에 지난 2012~2013년 장비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투자는 자제했지만 LTPS 전환 등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이뤄냈다. 고해상도 제품으로 체질을 바꿨고 프리미엄 전략을 꾸준히 강화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그 결과는 대형 LCD 패널 시장 6년 연속 1위, 1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올레드(OLED) 사업의 기반을 닦는데도 성공했다. 중국 창홍 콩카, 스카이워쓰 등이 올레드 TV 진영에 합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플렉서블 OLED 분야에서 오는 2017~2018년경 애플에 아이폰용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연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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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성과를 냈지만 부회장을 맡게 된 한상범 대표이사의 내년 LG디스플레이 실적을 둘러싼 주변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LCD 시황은 하반기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도 감소할 전망이다. 나라 밖에 중국 LCD 업체들은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동력인 올레드는 이제 시장에 진입을 마쳤고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 과제가 산더미다. 한 부회장은 그룹에서 믿어준만큼 어깨도 무거울 것이다.

한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연세대 요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티븐스대에서 금속공학 석사,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LG반도체로 입사해 2001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 센터장, 2004년 p5공장 공장장, 2007년 IT사업부장, 2010년 TV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소신 있고 화통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