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돼 가는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성장을 가속하는 회사들은 어떤 자질을 가졌을까? 사물인터넷(IoT)을 넘어 만물인터넷(IoE)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대응 전략을 강조해 온 시스코시스템즈의 디지털전략 담당 임원이 분석한 그들의 특징을 주목할 만하다.
로스 파울러 시스코 아태지역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및 IoE 액셀러레이션 부문 사장은 26일 인천 송도 '시스코 만물인터넷 솔루션 혁신센터'에서 디지털화 전략을 제시했다. 파괴적 혁신 기업들의 세 가지 공통점을 소개하며, 아직 대응에 주저하는 기업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첫번째 공통점은 데이터와 애널리틱스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이를 조직의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걸 초인식(hyper-aware) 상태라고 표현하죠. 업계 안에서 경쟁사 현황을 비롯한 생태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겁니다."
파울러 사장에 따르면, 시스코가 강조하고 있는 IoT도 조직의 데이터 자산화를 돕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데이터만으로는 당연히 충분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통찰로 변환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혁을 주도하는 조직들은 그에 기반한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두번째 공통점입니다. 데이터 주도형 조직, 정보 주도형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데이터로부터 통찰을 이끌어냄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는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많이 들어 본 얘기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마지막 세번째 공통점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게 해주죠."
파울러 사장이 말한 3개 공통점은, 어느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이든 디지털화로 인한 시장 파괴적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는 기업들에게 이런 자질은 결국 밑바탕일뿐,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실행이 숙제라 지적했다.
"많은 기업들은 디지털 디스럽션(disruption)을 실감하면서도, 적극 대응을 안 합니다. 왜일까요. 디지털 주도형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 분석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통해 고객과 직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건, 방대한 조직 문화와 구조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그는 기업들의 기존 프로세스와 조직 구성을 극복해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실행할 수 있으며, 그 단계 역시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는 디지털 변화를 하나의 가능요소(enabler)로 도입하는 겁니다. 다음은 변화를 통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단계고요. 마지막은, 이게 최종 목표인데,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그들이 속한 산업의 성격 자체를 재정립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죠."
자체 차량 없이 택시 산업에 영향을 미친 '우버'가 산업 성격을 재정립한 사례로 언급됐다. 금융업체가 아니면서 핀테크의 가치를 띄워 은행업을 재정의한 알리바바라든지, 자동차산업 가치를 재정의한 테슬라 등도 비슷한 사례로 꼽혔다. 흔히 파괴적 혁신을 했다는 회사들이다.
시스코는 파괴적 혁신 기업의 등장이나 그로 인한 산업 성격 재정립이 이뤄질 시기는 산업 분야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파울러 사장이 제시한 업종별 시장 파괴적 변화를 빠른 순서대로 나열하면 기술 제품 및 서비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소매업, 금융서비스, 텔레커뮤니케이션, 교육, 숙박 및 여행, 소비재(CPG) 및 제조, 헬스케어, 유틸리티, 석유 및 가스, 제약 등이다.
"12가지 업종 가운데 먼저 언급한 5가지 산업은 당장 디지털화에 따른 파괴적 혁신을 겪는 중입니다. 하지만, 석유가스나 제약처럼 변화가 코앞에 닥치지 않은 영역이라해도 결국 언젠가 몰려 올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다만 그는 이날 시스코가 발표한 제조업계 디지털화 인식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아태지역 제조업의 변화 촉구에 방점을 뒀다. 기업들에게 사업 무게중심을 제품에서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당부하면서다. 이는 기존 '스마트 제조' 시나리오 실현 솔루션 제공 전략의 확장이다.
"아태일본지역 고객들을 만나 보면 그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시스코는 고객들의 디지털 전환을 수월하게 만들 방법은 뭘까 고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고객을 도우려면 당연히 우리가 먼저 디지털 전환을 수행해야 했죠."
파울러 사장은 시스코가 스스로 디지털 전환 중이라 밝혔다. 스위치 및 라우터 사업 주력 체제의 변화가 당장 필요하다고 절감하고, 개방형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통합된 연결성과 IoE의 최우선사항인 종단간 보안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온 이유다.
"IoT 시대에 맞게 데이터를 생성 위치에서 바로 처리하는 포그컴퓨팅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의사결정을 돕는 분석 애플리케이션 역량도 높였고, 각 수직산업과의 협력도 적극 추진 중이죠. 생태계 파트너와 협력해 최종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구체적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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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시스코는 세계 13개국 제조업부문 의사결정권자 625명을 대상으로 제조업계 디지털화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아태지역 임원 141명을 포함한 조사 결과, 아태지역의 파괴적 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서비스 중심 사업모델로의 전환 의지가 타지역 대비 월등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제조사들에게 큰 기회가 왔다는 게 핵심이죠. 세계적으로 제조사들이 충분히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한국 제조사들이 이 기회를 빨리 포착하면 디지털 제조 영역의 세계 선도가 가능해질 겁니다. 디지털 전환은 서비스중심 모델을 도입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