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미래성장 B2B에 힘 실었다

구본준 부회장 그룹 신성장총괄...일등 LG 사활

홈&모바일입력 :2015/11/26 16:23    수정: 2015/11/27 10:29

정현정 기자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한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신사업은 일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고 용기 있게 키워 나가야 한다." (구본무 LG 회장의 올해 신년사 中)

LG가 그룹 체질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분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도 이같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사로 이동해 신사업을 총괄하고 사장단 인사 대부분도 B2B 분야에서 나와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주)LG를 비롯해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는 2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LG는 경영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 여파로 전체 승진자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미래성장과 시장선도 분야에 대해서는 대폭의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TV 등 기존 사업의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주목받는 전장부품 사업과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무→사장 파격 승진 B2B에서 배출

인사를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던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주사인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LG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솔루션 등 분야에서 확실한 오너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같은 특징은 두드러졌다. 전체 인사폭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LG그룹 사장 승진자수는 총 7명으로 지난해 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사장 승진자 대부분이 자동차부품과 에너지 등 B2B 분야에 나오면서 중심축의 이동을 보여준다.

사장 승진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는 이번 인사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게 되는 홍순국 LG전자 생산기술원장 전무다. 그는 신성장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부품 분야의 장비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기여한 성과로 전무에서 2단계 발탁돼 사장으로 파격 승진하게 됐다.

LG전자 이상봉 부사장은 LG전자 에너지사업센터장으로서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 및 B2B사업 강화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을 맡게 됐다.

또 LG화학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은 석유화학과 소재 등의 분야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 2배라는 성과창출에 기여한 공로, LG화학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은 전기차용 전지 및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주력사업의 시너지 활동을 맡는 (주)LG 시너지팀장에는 에너지 사업 전개 차원에서 울릉도·제주도 등 국내외 도서지역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전환하는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ESS 사업의 본격 추진에 기여한 ㈜LG 사업개발팀 백상엽 부사장을 부사장 1년차에 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

대표적인 B2C 계열사인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는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권영수 사장은 전자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화학(전지) 등 B2B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새롭게 통신사업 육성의 임무를 맡게 됐다. LG유플러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임원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B2B 씨뿌리기 성과 본격화...일등 LG

LG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친환경 자동차부품을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LG전자가 자동차용 부품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이 차량용 센서 및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생산해 협력하는 구조다.

지난 2005년 자동차 내비게이션 분야에 진출했던 LG전자는 2013년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해 자동차부품(VC) 사업부문을 새롭게 출범했다. 올해는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부품 11종을 공급하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무인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굵직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서는 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3분기 VC사업본부는 4천786억원에 매출을 기록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는 유럽,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와 센서,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무선통신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전력변환 모듈 등으로 전장부품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도 차세대 성장 엔진의 또 다른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LG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태양전지,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저장(에너지저장장치), 효율적 사용(전기차 충전 인프라, LED조명) 및 관리(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LG전자가 고효율 태양전지와 ESS를,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LG CNS는 스마트 전력망, 원격검침인프라(AMI), LG퓨얼셀시스템즈가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ESS BD(Business Division)를 공식 출범하고 ESS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같은해 LG화학 익산공장에 3㎿ 규모 ESS 제품 설치를 시작으로 올 초에는 스마트그리드 보급 사업으로 대림산업 전주공장에 1㎿급 ESS 설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에 참여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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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지난 분기까지 적자를 냈던 TV 사업부문은 지난 분기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분기 만에 흑자전환했지만 신흥국 통화 약세와 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올레드 TV 대중화와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회복은 당면 과제로 지적된다.

LG는 "세계 경기 저성장 기조 지속 및 주요 사업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과감하게 돌파함으로써 미래성장과 시장선도에 도전하기 위한 대폭의 혁신인사를 단행했다"면서 "능력과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전자와 화학 등 주력사업과 자동차부품 및 에너지 등 신성장사업에서 시장 선도의 성과를 내고 중책을 맡은 경영자는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