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레드햇이 이달초 업무제휴를 맺었다. 독점 소프트웨어(SW) 진영과 오픈소스SW 진영을 각각 상징하던 두 회사가 클라우드 사용자를 겨냥한 기술 지원을 공식화하고, 향후 상대편 기술과 잘 맞물려 돌아가는 제품 개발에 정성을 쏟기로 했다.
당장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시스템을 돌리는 애저 클라우드 사용자에게 정식으로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조만간 레드햇 간판 미들웨어 제이보스도 애저에서 돌아갈 듯하다. 두 회사의 기술을 통합한 향후 제품 로드맵도 잡혀 있다.
MS는 이미 애저 클라우드에 우분투, 센트OS, 오라클리눅스, 수세리눅스엔터프라이즈와 오픈수세 등을 지원해 왔는데, 이제 RHEL 배포판을 지원 목록에 추가해 해당 인스턴스 사용시 문제를 겪은 사용자에게 MS의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애저 사용자들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사용량만큼 과금되는 RHEL 이미지도 선택할 수 있다. 레드햇 기술지원 상품 '애저 레드햇온디맨드'도 제공된다.
향후 MS와 레드햇은 애저 사용자들이 제이보스 미들웨어를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MS는 레드햇의 오픈소스 기반 서비스형플랫폼(PaaS) '오픈시프트'와 RHEL에서 MS의 닷넷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레드햇의 관리플랫폼 '클라우드폼즈'로 애저 클라우드를 운영할 수도 있게 된다. MS 관리툴 시스템센터에서 하이퍼V와 애저 기반 RHEL도 함께 관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MS와 레드햇 제휴의 배경엔 최근 몇년간 광범위한 오픈소스SW 활용을 긍정하고 장려해 온 MS의 행보가 있다. MS는 오래 전에 형성된, 오픈소스SW를 배척하거나 혐오하는 집단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퍼블릭클라우드 '애저(Azure)' 서비스 확산이 핵심 목표다.
한국MS가 2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전달한 3주전 본사 발표의 주요 메시지도 이를 뒷받침한다. 요점은 본사와 레드햇과의 제휴에 단순 기업간 협력을 넘어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과 MS가 애저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오픈소스 도입을 장려한다는 것, 2가지였다.
최주열 한국MS 이사는 "MS와 레드햇은 각자 기술지원 인력을 상대측에 배치하고 두 기술을 혼용하는 고객들에게 연속적인 지원을 구현토록 했다"며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서브스크립션 고객이 물리 서버에서 돌아가던 레드햇 시스템 환경을 MS 애저에 그대로 이관하고 양사 공동 지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또 "애저 클라우드의 활용 시나리오 빈도는 스토리지, SQL서비스, 네트워킹, 하둡(HD인사이트) 순으로 높은데, 이것보다 더 높은 최고 순위 기술은 오픈소스SW"라며 "클라우드 환경에서 오픈소스SW 활용 시나리오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는데, MS가 다양한 애저에서 수용할 모든 시나리오를 일일이 커버할 수 없는 만큼 다른 오픈소스 파트너들과의 협력, 상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S가 애저 환경에서 파트너 역량을 바탕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꼽은 활용 시나리오는 데이터 변형, 애플리케이션 혁신 구현, 빅데이터, 3가지로 나뉜다.
데이터 변형은 리눅스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현대화, 테스팅, 관리, 애저 기반 가상화 및 이전, 재해복구 등을 가리킨다. 애플리케이션 혁신은 PHP와 자바 등 타 언어 기반 업무지원 앱 운영, 개발과 테스트, 도커와 셰프같은 오픈소스 데브옵스 도구 활용을 의미한다. 빅데이터는 기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마이SQL이나 몽고DB같은 NoSQL DB 기술 또는 여러 하둡 처리 기술의 데이터 통합 환경 작업을 말한다.
MS는 모바일퍼스트와 클라우드퍼스트라는 구호아래 최적 플랫폼과 생산성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전략을 중심에 놓고 업계 흐름상 필요한 차세대 아키텍처, 매니지드서비스, 데브옵스 지원도구,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뒷단의 데이터 연결 및 분석 기술을 애저 클라우드 위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즉 그간 오픈소스를 적극 끌어안겠다, 자신들은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공언해 온 MS의 비즈니스 전략은 이렇게 요약된다. 기업과 개발자들이 시장 동향에 빠르게 발맞춰 움직일 수 있는 오픈소스SW 기술과 제품을 자사 퍼블릭클라우드 환경에서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터를 닦고 길을 내, 최종적으로 애저 클라우드의 사용 저변을 넓히고 서비스 수준도 심층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한국MS는 기존 클라우드 도입사례를 알리고 파트너들의 활동을 통해 애저 기반의 오픈소스SW 활용 촉진에 나설 듯하다. 이날 회사측이 소개한 클라우드 고객 및 파트너는 LG, 넥슨, 삼성, SK텔레콤, JYP엔터테인먼트, 이노스파크, 웹젠, 가온소프트, 위세아이텍, 딴지그룹, 러시앤캐시, 바풀, 아펙스플랫폼, 고우아이티, 디에스이트레이드, 유비베이스, 시스템에버, 버텍스아이디, 아이덴티티모바일, 무버블애즈 등이다.
애저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소스SW 활용 촉진을 위해 한국MS는 오픈소스SW를 도입하려는 국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나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은 MS가 뒷단 인프라를 오픈소스SW로 구성한 앱을 만들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개발업체의 스토어 피처링을 지원한다든지, 본사의 글로벌 블로그와 공식 소셜 홍보 채널을 통해 외국 진출을 돕는다든지, MS의 광고솔루션 애드듀플렉스를 통한 100만회 노출 광고를 지원해 준다든지 하는 내용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기술지원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전반적인 IT구성 가이드나 예상비용을 잡아 주는 클라우드도입 단계의 진단 컨설팅, 운영 지원, 실제 도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이전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아우른다. 뒷단 인프라 영역에서 MS가 아닌 아파치, 자바 등 오픈소스SW 사용 환경을 기초 수준에서 지원하고 성능 모니터링까지 돕는 식이다.
이날 한국MS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창업해 운영되고 있는 회사 중 여건과 자원상의 어려움으로 실질적인 진행에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3등급부터 1등급까지 차등 구성한 외국진출컨설팅 프로그램 지원 현황도 함께 소개했다.
3등급 무상서비스로 기간제한 없이 제공되는 외국진출 자체점검표, 협업 가이드, 성공사례 등 정보를 무상제공한다. 2등급 유료 서비스는 1대다 형식의 4일짜리 프로그램은 외국진출 및 협업 진단, 실행 및 성장전략 워크샵, ISV파트너프로그램 리뷰 등을 포함해 제공된다. 1등급 유료서비스는 2등급 서비스를 1대1로 제공하며, 주간 미팅 일정을 포함한 6주짜리 프로그램이다. 다만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된다.
마케팅, 기술지원, 외국진출컨설팅 프로그램을 소개한 이건복 한국MS 이사는 "이들 지원 프로그램과 별개로 기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용 MS 제품, 기술 사용 권한을 지원하는 비즈스파크 프로그램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며 "창업 3년미만 스타트업에겐 SW와 매월 750달러 상당의 애저 클라우드 사용료를 3년간 지원하고, 비즈스파크플러스에 선정된 유망업체엔 연간 12만달러 사용료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무실에서 한국MS의 최 이사와 이 이사가 본사 전략과 기업 및 개발자 대상 국내외 지원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한 뒤 실제 지원 사레를 소개하기 위해 모바일게임개발업체 투빗(Tobeit)의 류준 이사가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게임 개발 플랫폼으로 애저 인프라를 적극 사용 중인데, 이는 개발자들이 대중적인 오픈소스SW 활용을 지원하고 풍부한 라이브러리로 빠른 개발을 돕는 애저를 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MS, 비주얼스튜디오코드 오픈소스 전환2015.11.24
- MS-레드햇, 마침내 손 잡았다2015.11.24
- 리누스 토발즈 “10년 후 리눅스? 나도 모른다"2015.11.24
- "클라우드 서비스, 필요하면 언제든 갈아타라"2015.11.24
류 이사는 "회사 차원에서 애저를 선택한 이유는 MS가 다양한 지리적 위치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고, 게임서비스 가동시 안정적인 운영을 수행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함께 제공되는 과금 체계 등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애저를 쓰면 외국 진출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 중 하나인 백엔드 인프라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셈"이라고 평했다.
투빗은 최근 카카오게임을 통해 퍼블리싱을 진행해 인기순위목록에서 4위까지 올랐던 퍼즐 게임을 지난 10월에 론칭한 경험이 있으며, 이어서 보유 중인 캐릭터 자산을 바탕으로 액션성을 가미한 퍼즐RPG 앱을 개발해 한국야쿠르트로부터 수십억대 투자를 유치했고 곧 출시를 앞둔 상태다. 현재 애저 퍼블릭클라우드의 노드를 '수십대' 규모로 사용 중이며 출시 후 당연히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