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인터넷전문은행에는 기회?

자동이체출금계좌를 다른 은행 계좌로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계좌이동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객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계좌이동제는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의 하나로 지난달 30일부터 '페이인포(www.payinfo.or.kr)'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시행 첫 날에만 2만3천47건의 자동이체 계좌 변경이 이뤄지면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금결원은 내년 2월부터 전국 은행지점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자동납부변경은 물론 개인들 간 적금/펀드 납입금, 회비, 월세 등 정기적으로 돈을 이체하는 자동송금까지 한번에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이르면 내년 중 서비스를 안정화 시킨 이후에는 은행 외에 증권사, 보험사와 연동된 계좌를 통해 자동이체가 가능하도록 이용기관을 5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예비인가심사에는 카카오 컨소시엄, KT컨소시엄,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각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은행이 출현하게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은행 계좌를 사용하고 있던 고객들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대다수 은행 이용 고객들이 신용카드 이용대금, 보험료, 이동통신요금, 각종 세금 등에 대해 자동이체서비스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해 다른 은행으로 월급통장 등 주거래계좌를 옮기기를 꺼려왔다.

최근 시행된 계좌이동제는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은행계좌를 쓸 수 있게 하려는 의미에서 도입됐다.

따라서 기존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모아야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 계좌이동서비스가 기존 주거래 계좌를 변경하려고 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심사를 신청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아직은 인가심사를 통과하는게 우선이고, 일반 은행들과 타깃 고객층은 다르지만 계좌이동서비스도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계좌이동제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금결원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공동망, 전자금융망 등 망을 활용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금결원 문영석 팀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은행이 생기면 은행권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신청해야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결원 망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금결원이 은행들이 공동으로 투자해 금융망을 운영하고, 계좌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견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규제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를 막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