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뉴스전쟁 "같은 듯 다른 행보'

獨 최대 미디어그룹과 제휴…애플 연합군 전략에 맞불

스마트폰 시장 양대 강자인 삼성과 애플이 이번엔 뉴스 플랫폼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애플이 ‘뉴스’ 앱으로 먼저 치고 나가자 삼성이 ‘업데이(UPDAY)’로 맞불을 놨다.

삼성은 1일(이하 현지 시각)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스프링거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악셀 스프링거 홈 페이지. 삼성과 제휴 사실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 (사진=악셀 스프링거)

이날 제휴 발표는 신종균 신종균 삼성전자IT모바일(IM) 부문 사장과 마티아스 되프너 악셀스프링거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참석했다. 양측은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되는 유럽최대 전자박람회 IFA를 앞두고 전략적 제휴 관계를 공식화했다.■ 삼성-악셀 제휴, 구글-애플과 묘한 긴장 관계

이번 제휴는 삼성과 애플 간 경쟁 외에도 악셀 스프링거와 구글 간의 힘겨루기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합종연횡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악셀 스프링거 간의 제휴 내용은 간단하다. 삼성과 악셀스프링거가 ‘업데이(UPDAY)’란 앱을 함께 만든다는 것. 삼성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악셀 스프링거가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빌트와 디벨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악셀 스프링거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이다. 최근엔 디지털 전환 작업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과 악셀 스프링거의 제휴는 여러 가지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다. 특히 구글, 애플 등 모바일 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을 사이에 두고 절묘한 세력 균형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악셀 스프링거 간 뉴스 제휴 이면에는 또 다른 IT 강자인 구글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구글. 악셀 스프링거는 지난 해 한 때 구글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지난 해 10월 자사 콘텐츠에 대한 구글 검색을 차단한 것. 독일이 지난 2013년 통과시킨 ‘인접저작권법(Ancillary Copyright Law)’을 놓고 갈등을 빚은 때문이었다. 독일 인접저작권법은 사실상 구글을 겨냥해서 만든 법이다. 기사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는 발행후 1년 동안 로열티 계약을 하지 않는 한 무단 공유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구글이 독일 언론사들에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유예 조항 때문에 문제가 됐다. 원문 링크를 포함한 뒤 간단한 문구가 매우 적은 분량의 발췌문만 노출시킬 경우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 있는 것.

특히 간단한 문구나 매우 적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공방이 적지 않았다. 독일 법 발효 직후 “사실상 구글의 승리”란 진단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악셀 스프링거가 지난 해 10월말 계열사 콘텐츠에 대한 구글 검색을 차단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구글을 제대로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강하게 드러낸 것.

하지만 악셀 스프링거는 불과 2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검색 트래픽이 40%, 구글 뉴스를 타고 들어온 트래픽이 8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 악셀 스프링거, 삼성 대신 콘텐츠 수급 역할까지 맡을듯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 스프링거가 삼성을 통해 모바일 뉴스 공략에 나선 것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전력 때문이다. 뉴스 시장에서 구글 플랫폼이 독주하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악셀 스프링거는 삼성과 제휴에 맞춰 콘텐츠 확보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데이는 뉴스 편집자들이 취사 선택하는 ‘꼭 알아야 할(Need to know)’ 콘텐츠와 사용자 개인의 관심사에 기반해 알고리즘으로 정리된 ‘알고 싶어할만한(Want to know)’ 콘텐츠로 구성된다.

이 중 ‘꼭 알아야 할’ 콘텐츠는 악셀 스프링거가 제공하는 뉴스다. 반면 ‘알고 싶어할만한’ 콘텐츠는 다양한 언론사 기사를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형태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악셀 스프링거 본사. (사진=악셀 스프링거)

이 대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악셀 스프링거의 행보다. 폴리티코 유럽판 보도에 따르면 악셀 스프링거는 ‘업데이’에 큐레이션 형태로 링크 제공하는 언론사에는 ‘인접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해 구글과 ‘인접저작권료’를 놓고 한바탕 갈등을 빚었던 악셀 스프링거가 이번엔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아예 파트너로 참여하는 언론사들에 자신들이 링크 대가인 ‘인접저작권료’를 내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런 점에선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 입장에선 모바일 라이벌인 애플이 iOS9 출시에 맞춰 뉴스 앱을 내놓기로 한 부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언론 전문 사이트인 니먼랩 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도 삼성의 이번 제휴를 애플의 행보와 연결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이 뉴스 플랫폼 영역에서도 승부를 벌이게 됐다는 게 주된 논조다.

■ 삼성, 악셀 스프링거 통해 영향력 확대 노려

다만 삼성은 애플과 몇 가지 측면에서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업데이’는 삼성 폰에 사전 탑재되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야만 한다. 현재 삼성은 업데이 앱을 구글 플레이에 심사 신청한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반면 애플은 iOS9부터 뉴스 앱이 사전 탑재된다. 플랫폼과 단말기를 모두 갖고 있는 장점이 유감 없이 발휘된 셈이다.

또 다른 차이는 서비스 방식이다. 애플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과 제휴하는 모델이다.

반면 삼성은 악셀 스프링거와만 제휴했다. 대신 ‘알고 싶어할만한’ 뉴스 코너를 통해 다른 미디어 그룹의 콘텐츠도 보여준다. 이 때 콘텐츠 수급을 삼성 대신 악셀 스프링거가 맞는 점이 애플과는 다른 방식이다.

5.9인치로 커진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사진=씨넷)

삼성과 악셀 스프링거의 이번 제휴는 서로 한 가지씩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핵심 콘텐츠인 뉴스를 확보함으로써 애플과의 단말기 판매 경쟁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반면 악셀 스프링거는 모바일 시대에 구글이란 거대 플랫폼 의존을 탈피할 또 다른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양측은 일단 독일과 폴란드에서 먼저 서비스한 뒤 내년부터 유럽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독일 외에 폴란드가 서비스 국가로 선정된 것은 악셀 스프링거의 영향력을 감안한 조치로 판단된다. 폴란드는 독일에 이어 악셀 스프링거에겐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