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특허 소송 항소심에서 삼성 일부 패소 판결을 했던 항소법원이 삼성의 재심리 요청을 기각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3일(현지 시각)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 판결과 관련한 삼성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5월 끝난 항소심에서 삼성의 배상금을 대폭 경감했다.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관련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
항소법원은 1심법원이 부과한 배상금 9억3천만 달러 중 3억8천200만 달러를 경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애플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5억4천8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전면 디자인을 비롯해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선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또 특허 침해 기술을 사용한 삼성의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1심 법원이 산정한 배상금도 수용했다.
■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배상은 부당"
그러자 삼성은 지난 6월 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리(en banc rehearing)를 요구했다. 재판부의 판결 중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에 대해 전원합의체가 다시 심리해줄 것을 요청한 것.
재심리 요청 직후 구글, 페이스북, 휴렛패커드(HP)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도 ‘법정조언자 의견(friend of the court)’을 통해 삼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정의견서에서 “삼성 측에 애플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한 일부 제품의 이익 전부를 배상하도록 명령한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항소법원 판결을 계속 유지할 경우 혁신을 말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삼성의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법원 결정 직후 삼성 측은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 측은 “수 십년 동안 삼성은 모바일 산업 분야의 혁명적인 혁신 기술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또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 제품과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 삼성, 향후 행보 관심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 직후부터 현지 외신에선 삼성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3인 재판부 판결을 전원합의체가 자주 뒤집을 경우 법관들의 권위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 심리 신청은 판례 통일을 위해 필요하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 한해 받아들이고 있다.
항소법원장도 재판관으로 참여했던 부분 역시 삼성의 재심리 신청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전체 판결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 재심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삼성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항소법원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1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된다. 하지만 삼성은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계속 공방을 벌일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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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성이 상고하더라도 곧바로 상고심이 열리는 건 아니다. 미국 사법 체계상 일단 대법원이 상고 허가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 자체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디자인 특허권과 배상금 산정이란 중요한 사안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삼성의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럴 경우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실력자들이 ‘법정의견서’를 통해 쟁점화한 부분이 향후 삼성의 행보엔 적지 않은 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