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일선학교에서 SW 교육이 의무화된다. SW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자는 게 핵심 취지다. 하지만 그 취지에 비해 현실은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교사 양성이나 인프라 보완 등 준비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 모두 어느날 갑자기 뚝딱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정부에서 추진되다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지디넷코리아는 공교육에 편입된 SW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를 진단해보는 4회 긴급시리즈를 마련했다. 또 시리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편집자주]
"요즘은 특성화고와 일부 특목고에서 코딩 교육을 하고 있는데, 시험 문제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와요. 예를 들면 임진왜란때 배 왼쪽에 노가 몇개였었나 하는 식의 질문들이 있는 겁니다. 코드 쫙 써놓고 에러 찾으라는 문제도 있는데, 컴파일하면 10초면 되는 것을 왜 문제로 내야 하는건지.."
"SW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많이 부족해요. SW교육은 교사 1명이 담당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보조 교사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여건 상 쓰기 쉽지 않습니다. 인프라를 강화하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요즘 학교들은 PC를 살 예산도 부족합니다. 방과후 학교를 통해 민간 업체들에 인프라를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많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SW교육하면 게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당황해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이 많은거 같아요. SW교육을 왜 하는지 한마디 설명도 안하고 갑자기 한다고 그러니까 그런 겁니다. 설명도 없이 정부가 밀어부쳤으니, 많은 교사들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죠."
정부가 지난해 SW교육 정책을 발표한 이후 교육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왔다. 교사가 SW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SW교육이라는 배는 산으로 향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현장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제대로 된 SW교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SW교육이라는 배가 산으로 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진다. 교사의 질은 커녕 필요한 교사수라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SW 교육 선도학교, 연구학교 사업 등 정규 교육에 앞서 다양한 사전 정지 작업을 펼쳤음에도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시간이 없다, 교사 연수 속도내야
교사 확보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정부가 지난해 초중고 SW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SW교육은 정권 차원에서 주도하는 톱다운식 정책이다. 다소 갑작스레 밀어부치다보니 교사 양성 및 예산 지원 측면에서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우수한 교사 없이, SW교육은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든 ‘SW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에 따르면 중학교는 2017년까지, 초등학교는 2018년까지 SW교육을 필수화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2018년 이후에는 SW과목이 정규 교과로 반영되고 방과후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SW교육 저변을 확대한다.
현재 초등학교 실과 단원에 12시간으로 되어있는 SW교육을 17시간 이상 할애하고, 또 중학교 선택과목인 ‘정보’과목을 34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필수교과로 바꾼다. 고등학교는 심화선택 과목인 정보 과목을 일반선택 과목으로 바꾼다. 이를 위해 우선 초등학교 현직교사와 중등학교 정보 교과 담당 교사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한다. 교원 양성에 필요한 SW 교육과정 콘텐츠 개발과 예비교원 대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2016년부터 운영된다.
얼핏 보면 여유가 보인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인 투자 없이 교육 현장이 정부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로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단기간에 '준비된' SW교사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의욕만 갖고 그냥 하면 되는 일은 아니다. 등떠밀려 억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데다 40~50대 교사들이 젊은 교사들처럼 SW교육을 소화할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교사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의 디테일이 요구되는 이유다.
컴퓨터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올해는 교사 연수가 이슈다. SW교육이 자리를 잡으려면 교사들의 저항이 없어야 하고 SW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며 교사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민석 국민대 교수도 "교사가 SW를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교사 연수에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SW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이들에게만 가르치는 것과 동기부여가 돼 있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가르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교사 교육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올해 진행한 SW선도학교 지원 사업과 관련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작성한 중간 평가 보고서를 봐도 강사 풀 강화가 교육 현장에서 제기된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가 SW를 가르치는 만큼, 교사들을 재교육하면 양적으로 숫자를 맞추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중학교는 상황이 다르다. 전국적으로 중학교수는 3천여개에 이른다. 반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정보 과목 담당 중학교 교사수는 1천여명 정도다. 양적으로 교사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학교 정보 담당 교사는 지난 5년간 임용도 없었다. 전국 대학교 컴퓨터교육과수도 2000대 초반 20개 가까이 됐는데, 지금은 8곳으로 줄었다.
그러다보니 교육의 질은 둘째 치고 필요한 교사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대안으로 다른 과목 담당 교사들을 가르쳐서 SW를 맡게 할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 이래서는 제대로 된 SW교육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교수는 "타 과목 담당 교사들 상대로 한달간 SW가르쳐서 정보 교과 맡게 하는 것으로는 SW교육의 취지를 절대로 살릴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걸림돌도 있어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미래부는 SW선도학교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017년까지 선도학교수를 1천500천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선도학교로 선정돼 미래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정보 교사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교사 수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SW교육을 위한 신규 교사 채용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어느정도 뽑을지는 유동적이다. 교사 채용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요구를 반영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가 결정해 아래로 내려보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는 만큼,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서 충원할 계획이다. 뽑는 인원은 시도교육감이 결정할 문제며, 올해 예비 공고를 낸 인원은 30여명이다"고 전했다.
교사 확보 문제는 제도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SW교육에 배정된 시간이 너무 적다는 얘기가 많다.
중학교에 배정된 SW교육 시수는 한학기 34시간, 초등학교는 17시간이다. 중학교의 경우 6학급이 있다고 치면, 교사 1명당 1주일에 6시간이 배정되는 구조다. 학교가 전임 교사를 뽑으려면 시수가 아무리 못해도 12시간은 돼야 한다.
그런만큼, 지금 체제에선 학교마다 1명씩 SW담당 교사를 두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순회 교사 제도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순회 교사 제도로 효과적인 SW교육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학교장이 순회교사를 두는 것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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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SW교육에 배정된 시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중학교 34시간도 겨우 얻어낸 것이란게 현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정부는 오는 9월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시행령을 공개한다. 그때 이후 신규 교사 채용 및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 관계자들은 SW교육과 관련해 정부가 좀더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유 부리다간 SW교육이라는 배가 산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핵심은 역시 SW교사 확보다. 거기에 SW교육의 성패가 달렸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