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즈가 20년만에 새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열며 앞서 예고된 '선택과 집중'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셋톱박스 사업부를 매각한데 이어 데이터센터 부문 파트너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플래시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사업 조직을 정리하는 등 수술에 들어간 상황이다.
척 로빈스 시스코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각) 공식블로그에 "오늘 시스코의 다음 챕터가 시작된다"는 제목의 포스팅(☞링크)을 게재했다. 지난 26일까지 20년간 CEO 역할을 맡던 존 챔버스 회장의 후임자로서 향후 회사를 이끌기 위한 비전과 새로운 주요 임원 2명을 선임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글에서 로빈스 CEO는 "디지털 세계에서 데이터와 거기서 얻는 인사이트가 (기업들에게) 가장 전략적인 자산이 될 거"라면서 "시스코만이, 네트워크만이 매우 동적인 디지털 세계에 요구되는 안전하고 분산되며 영리한 인프라 및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네트워크 및 인프라 기술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빈스 CEO는 앞서 예비 CEO 시절인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서 퇴임을 앞둔 챔버스 CEO와의 대담을 통해 '디지털화' 대비와 운영효율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는 시스코가 실적이 부진한 제품 조직의 자산과 인력을 정리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나설 것을 짐작케 했다. 챔버스 CEO 체제의 시스코가 벌려 놓은 여러 사업의 분야를 놓고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쭉 키워 나갈지 아니면 접을지 판단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란 얘기였다.
최근 외신 보도는 시스코 내부의 지각변동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 준다. 시스코는 TV 셋톱박스 사업 부문을 프랑스 회사 테크니컬러에 6억달러에 매각키로 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사이언티픽애틀란타를 69억달러에 인수하며 시작됐고 지난 회계연도 18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이번에 로빈스 CEO 체제 본격화를 알린 미국 지디넷(☞링크) 등 외신들은 시스코가 플래시스토리지 사업 부문도 정리한다고 보도했다. 재작년 10월 4억달러가량에 인수한 스타트업 '윕테일'의 기술을 바탕으로 UCS서버에 SSD를 탑재해 만든 신제품 'UCS인빅타' 스토리지를 포기한 것. (☞관련기사)
시스코는 플래시 기술을 녹인 UCS인빅타가 시스코의 x86 서버 제품인 UCS시리즈의 무대를 넓혀주길 바랐겠지만, 결과적으로 플래시스토리지 신제품 시장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던 UCS서버 파트너들의 심기만 건드렸다. 특히 EMC는 한때 동반자였던 시스코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관련기사)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링크)에 따르면 시스코는 인빅타 기술이 미래 시장 요구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결과 해당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향후 플래시스토리지 솔루션은 파트너 생태계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돌아선 EMC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관련기사
- 시스코, TV셋톱박스 사업 6억달러에 매각2015.07.28
- 시스코, IoT맞춤형 데이터 분석 전진배치2015.07.28
- 시스코, 오픈DNS 7천억원에 인수…왜?2015.07.28
- "통합시스템 시장, 오라클·VCE·시스코 3파전"2015.07.28
외신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로빈스 CEO는 차세대 비전과 함께 지난달 '리더십팀' 인선에 포함하지 않았던 신규 임원 2명도 소개했다. 케빈 밴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겸 수석부사장(SVP)과 조라와르 비리 싱(Zorawar Biri Singh) 플랫폼 및 솔루션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SVP다.
밴디 CDO는 시스코 솔루션 및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디지털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활동을 책임지고 시스코가 차세대 디지털 전략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싱 CTO는 시장선도적 기술전략을 정의하고 시스코의 장기적 기술 로드맵, 플랫폼, 아키텍처를 주도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