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산 서버, 스토리지 우대 정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국내 사업자들이 지난해 신청했으나 무산된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 지정을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 지정제도는 특정 품목에 대해 국내 중소기업에만 공공시장 납품 기회를 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에 지정될 경우 그 품목을 파는 대기업과 외국계 제조사는 공공시장에서 일정 기간 배제된다. 이번 지정 기간은 내년(2016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3년간이다.
앞서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이름아래 뭉쳤던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등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경쟁제품 지정 신청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공공시장에 서버와 스토리지를 공급해 온 외국계 제조사와 그 국내 파트너들이 강하게 반발한 결과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당시 예고대로 최근 회원사들이 다루는 품목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김진택 사무국장은 "지난달 경쟁제품 지정을 위한 신청서류를 접수했다"며 "회원사들과 함께 작년 신청 당시 반발을 샀던 사항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업계 관계자들이 서버, 스토리지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하며 제기한 문제는 국산 장비의 성능 및 신뢰성, 도입 사후지원 안정성 등이 미덥지 못하다는 점과 또다른 '수백여곳'의 중소기업이라 일컬어진 외산장비 취급업체의 이권을 침해해, 중기간 상생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이었다. (☞관련기사)
김 사무국장은 "경쟁제품 지정 신청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관련기관(TTA)과 협력해 성능평가방안을 마련 중이고 공공기관 도입사례를 모아 알리며 성능 및 신뢰성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며 "여러 사업자와 통합AS망을 구축해 사후지원에 대한 불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제품 지정 절차는 크게 민간의 이해관계 조율과 정부 부처간 의견 수렴, 2단계로 볼 수 있다.
민간의 이해관계 조율은 우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심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지정 신청서류를 접수(6월)하면서 시작된다. 중기중앙회는 신청서류를 검토(7월)한다. 이후 공청회(8월)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지정품목을 중기청에 추천(9월)한다.
정부의 부처간 의견 수렴은 중기중앙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경쟁제품 지정 '후보' 품목을 중기청이 인지하는 시점부터다. 중기청은 그 품목들의 실제 지정 여부를 관계 정부부처들과 협의(10월)한다. 이후 경쟁제품 지정제도 '운영위원회'를 열어 품목별 심의와 의결(11월)을 진행, 그 결과를 공고(12월)한다.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업계는 이렇게 공개된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경쟁제품 지정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다. 작년엔 품목이 지정되더라도 그 유효 기간이 올해말(2015년12월31일)까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정식 지정이라 유효 기간이 3년(2016년1월1일~2018년12월31일)간 발생한다.
그간 연간 1천억~2천억원 규모의 공공부문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는 외국계 제조사의 제품이었다는 점, 경쟁제품 지정 결과에 따라 그 지분이 국내 제조업체의 몫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점, 이 경우 공공부문 ICT장비 시장 생태계가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 인텔·텐센트 "한국 벤처에 투자하고 싶다"2015.07.07
- 정부, 중소제조기업 정보화에 95억원 지원2015.07.07
- 국산 서버·스토리지 우선 구매 정책 불발2015.07.07
- 국산 서버·스토리지 정체성 논쟁 2라운드2015.07.07
중기청은 지난해 고심 끝에 경쟁제품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국산ICT장비에 대해 올해 '재검토'를 공언하긴 했다. (☞관련기사) '중소기업의 판로지원과 경쟁을 통한 혁신 촉진'을 활동 목표로 내건 중기청 입장상, 국산 장비 공급업체나 외산 장비 파트너 대부분이 중기청 관할인 '중소기업'이란 점이 최대 고민거리일 듯하다.
이 경우 중기청의 부처간 의견 수렴 과정에 산업진흥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실수요자 입장인 행정자치부(전 안전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공시장의 국산 서버, 스토리지 우대 정책 시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작년 관련 역할을 맡았던 공무원 대부분은 현재 자리를 옮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