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자바 전쟁’은 오라클의 승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구글이 미국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허가가 기각된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이 구글의 상고 허가(writ of certiorari)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과 포스페이턴츠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9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승리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구글이 오라클과 자바 전쟁에서 역전패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의 댄 레빈 기자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라클이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 법 체계에선 상고허가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한 측이 상고를 신청할 경우 대법원이 맡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에 한해서 상고심을 진행하게 된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구글의 상고심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 2010년 시작, 5년 만에 오라클 승리로 끝나나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전쟁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가 자바를 무단 도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기의 싸움이 시작됐다.
1심에선 구글이 승리했다. 1심 재판부는 2013년 5월 배심원 판결을 뒤집고 API 패키지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오라클은 자바 API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제 하에 구글의 자바 API 활용 역시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오라클 쪽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안드로이드에서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이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당시 항소법원은 "구글이 독자적인 API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구글이 자바 API를 무단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가 '공정이용'을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항소법원은 "37개 자바 API 패키지의 코드와 구조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구글은 곧바로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 대법원, 이례적으로 행정부 의견 구하기도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소송은 대법원에 와서도 각종 화제를 불러 모았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의견을 구할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대법원의 요청을 받은 법무차관은 지난 달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의 법정 주장은 장점이 없다”고 선언한 것.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저작권법 102조(b)항이다. 저작권법 102조 b항은 저작권 보호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예시하고 있다.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형태 여하를 불문하고 당해 저작물에 기술, 설명, 예시 또는 그것에 포함되는 관념, 절차, 공정, 체제, 조작방법, 개념, 원칙, 또는 발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미리 작성해 놓은 자바 프로그램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구글의 논리다.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당시 법무차관은 “구글의 102조 b항 주장은 큰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차관은 자바를 쓴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뒤 일부터 자바 플랫폼과 호환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공정이용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악의적인 행위라는 게 법무 차관의 판단이다.
■ 동부로 넘어갔던 자바전쟁, 다시 서부로 돌아가
이번 소송은 서부에서 시작했다가 동부로 넘어갔다. 항소법원과 대법원은 워싱턴 D.C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항소법원 판결 취지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다시 서부로 넘어오게 됐다. 항소법원과 대법원이 연이어 오라클의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했다고 해서 곧바로 두 회사간 공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를 활용한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은 사실상 오라클의 승리로 끝났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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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구글 안드로이드에는 막대한 ‘오라클 세’가 신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구글은 여러 수단을 강구하면서 법적 공방을 계속 해 나가면서도 오라클과의 타협을 염두에 둔 행보에도 조금씩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