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자바전쟁, 美 정부는 "오라클 편"

법무차관, 대법원에 "구글 상고 가치 없어" 의견서 제출

컴퓨팅입력 :2015/05/27 17:11    수정: 2015/06/30 13: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오바마 행정부가 세기의 ‘자바 전쟁’에서 오라클 편을 들었다.

미국 법무차관이 구글이 신청한 상고 허가(writ of certiorari)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포스페이턴츠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오바마 행정부에 구글의 자바 특허권 침해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대법원은 "두 회사간 지적재산권 분쟁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오바마 정부가 다음달 응답을 보내온 이후에 법적 덤불(legal thicket) 속으로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법원. [사진=씨넷]

구글의 공정 이용 주장에도 반대 의견

미국 법 체계에선 상고허가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한 측이 상고를 신청할 경우 대법원이 맡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에 한해서 상고심을 진행하게 된다.

미국 법무차관은 대법원 제출 문건에서 “구글의 법정 주장은 장점이 없다”고 선언했다. 한 마디로 대법원이 진지하게 살펴볼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법무차관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저작권법 102조(b)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작권법 102조 b항은 저작권 보호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예시하고 있다.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형태 여하를 불문하고 당해 저작물에 기술, 설명, 예시 또는 그것에 포함되는 관념, 절차, 공정, 체제, 조작방법, 개념, 원칙, 또는 발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미리 작성해 놓은 자바 프로그램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구글의 논리다. 하지만 법무차관은 “구글의 102조 b항 주장은 큰 약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가 오라클 편을 들면서 구글이 자바 소송에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사진=씨넷]

법무차관은 자바를 쓴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뒤 일부터 자바 플랫폼과 호환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공정이용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악의적인 행위라는 게 법무 차관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법무부 의견을 토대로 구글과 오라클 간의 상고심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대법원은 여름 휴가 시작되기 전인 6월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대법원에서 역전극을 노렸던 구글의 행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대법원이 법무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3권 분립이 엄격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 1심선 구글 승리, 항소심서 오라클이 승부 뒤집어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전쟁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가 자바를 무단 도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기의 싸움이 시작됐다.

1심에선 구글이 승리했다. 1심 재판부는 2013년 5월 배심원 판결을 뒤집고 자바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구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오라클은 자바 API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제 하에 구글의 자바 API 활용 역시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오라클 쪽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안드로이드에서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이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당시 항소법원은 "구글이 독자적인 API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구글이 자바 API를 무단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가 '공정이용'을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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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리를 근거로 항소법원은 "37개 자바 API 패키지의 코드와 구조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에서 패배한 구글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상고를 허가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번 문건은 대법원의 이런 요청에 따라 제출된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