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SW) 업체 '사이아노젠(Cyanogen)'과 중국 단말기 제조사 '원플러스(OnePlus)'이 협력을 중단했다.
이는 사이아노젠이 더 큰 생산 물량을 기대할 수 있는 제조사와의 협력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구글의 시도가 사이아노젠과 같은 변종 안드로이드 전문업체의 영향력 확대로 한층 어려워진 모양새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달 30일 원플러스와 사이아노젠 사이의 파트너십이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며, 사이아노젠 측이 새로운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링크)
원플러스는 사이아노젠이 따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롬을 실제 생산품에 적용한 첫 메이저 하드웨어 파트너였다. 사이아노젠은 지난해 원플러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원(One)'의 전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제공했다. 칼 페이(Carl Pei) 원플러스 대표는 각자의 길을 찾아 온 우리가 단기간에는 갈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며 양사 협력은 서로에게 도움이 됐으며 이게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주요 변수로 부상
앞서 사이아노젠은 구글의 공식 안드로이드 배포판에 비해 기능이 부족한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넣어 단말기 사용자와 제조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주요 기기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변종 안드로이드 '사이아노젠모드(Cyanogen Mod)'는 사용자를 위한 커뮤니티 배포판 제공 사례다. (☞링크)
사이아노젠은 변종 안드로이드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SW중심의 모바일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원플러스의 원 외에도 알카텔의 '원터치히어로2플러스'와 인도 휴대폰 제조사 마이크로맥스의 자회사 유텔레벤처스의 첫 스마트폰 '유레카(Yureka)'용 OS도 사이아노젠이 만들어 공급했다.
지난 3월초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선 사이아노젠 OS와 퀄컴의 모바일칩을 탑재한 중저가 단말기를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도 발표됐다. (☞링크) 퀄컴은 지난 2013년말 기준 모바일용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한 업체다. (☞관련기사)
사이아노젠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통제력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앞서 MS의 투자 후보로 오르내리더니(☞관련기사), 지난달 결국 'MS의 안드로이드OS 파트너'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확보하면서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관련기사)
미국 지디넷은 사이아노젠이 지난해 단말기 100만대를 팔았다고 주장하는 원플러스보다 더 많은 물량을 출하할 수 있는 새로운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커트 맥마스터 최고경영자(CEO)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다시말해, 사이아노젠OS에 기반한 제조 파트너 생태계는 앞으로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이아노젠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구글에게 성가신 존재다. 사이아노젠이 모바일 시장에서 MS와 퀄컴, 중국 및 인도 단말기 제조사처럼 구글의 통제를 벗어난 안드로이드 관련 파트너십을 확장시키는만큼,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짜인 듯 공짜 아닌 구글 안드로이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말기 제조사들이 구글에서 직접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공식판을 쓰고 '안드로이드'란 상표를 써서 마케팅을 하려면, 구글의 인증을 받고 구글과 '모바일애플리케이션배포계약(MADA)'도 맺어야 한다. 여기엔 선탑재 앱과 기본 검색 설정같은, 제조사에 대한 구글의 각종 요구가 포함된다. (☞관련기사)
즉 단말기 제조사들이 순수 AOSP만으로 단말기를 개발할 경우 구글 클라우드 연동 서비스와 주요 앱을 포함할 수 없을뿐아니라 개발한 제품을 안드로이드란 상표 없이 마케팅해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이점을 어필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불이익을 감수할 단말기 제조사는 흔치 않다.
사이아노젠은 MS와의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 기기에 구글 공식 안드로이드에 비해 부족한 일부 서비스와 앱을 보강하고 MS라는 브랜드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이아노젠 관계자는 사이아노젠 OS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고안됐고, 고객들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앱을 그들의 기본 수준으로 삼는다며 우리는 우리 플랫폼에서 최상의 앱과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고, MS 서비스가 우리 소비자들을 위한 훌륭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MS는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15'에서 아예 기존 안드로이드 앱을 최신 윈도 기기에서도 돌릴 수 있게 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을 통제하려던 구글 입장에선 이제 생태계 전략을 MS라는 강적에 맞서 새로 짜야 할 판이다.
■구글표 안드로이드 겨냥한 유럽 규제당국 조사
구글은 중국과 인도 등의 안드로이드 제조 파트너들이 계속 '구글표' 안드로이드 제품 생산과 유통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독려해야 할 입장이다. 물론 당장은 사이아노젠이 MS를 등에 업었다해도 구글 생태계에 길들여진 제조사들에게 유력한 대안이라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구글에겐 좀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 찾아들었다. 구글은 당장 반독점 규제의 칼을 갈아 온 유럽연합(EU)의 조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다. 사이아노젠과 MS의 연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변종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견제하는 동시에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의 규제당국의 칼날을 피해나가긴 쉽지 않을 듯하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지난달 15일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반독점 행위를 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최대 60억달러 벌금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문제가 된 건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 혐의지만, EC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정책에 대해서도 조사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EC는 구글이 제조사들에게 구글 앱과 서비스를 우선 탑재하도록 강제했는지, 변종 안드로이드에 대해 불이익을 가했는지, 경쟁 앱 발전이나 시장 접근을 방해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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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로운 변수는 아니다. 유럽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는 2년 전부터 불거졌다. MS와 노키아가 지난 2013년 4월 EU 경쟁부문위원회에 구글의 관련 행태를 고발하자, EU 규제당국은 6월부터 그에 대한 예비조사 단계에 들어갔다. (☞관련기사)
EU 규제당국의 안드로이드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조사는 지난해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회자(☞링크)되다가 이번에 현실화됐다. 조사 후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구글은 위법한 행위가 이뤄진 기간의 연매출 중 최대 10%를 벌금으로 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