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에 비친 MS 브라우저 전략의 비밀

일반입력 :2015/05/06 08:07    수정: 2015/05/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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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MS 새 브라우저가 웹 생태계에 던진 메시지

2)엣지에 비친 MS 브라우저 전략의 비밀

3)한국이 MS 엣지를 특히 주목해야 할 이유

4) MS 엣지로 공공·금융·쇼핑 사이트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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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10을 위한 차세대 브라우저를 앞세워 웹 개발자들에게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새 렌더링 엔진을 갖춘 엣지(Edge) 브라우저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개발자들을 확보해 표준 웹기술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려는 기대가 엿보인다.

MS는 비표준의 상징인 인터넷익스플로러(IE)와 별개로 엣지를 개발한다고 선언해, 웹표준 발전 및 웹애플리케이션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IE를 떠나고 있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윈도와 MS클라우드서비스의 기대 수요라는 '실리'를 모두 챙겼다.

■엣지 렌더링 엔진, 오픈소스 안쓰기로…

MS는 과거에도 새 브라우저를 출시할 때마다 웹 개발자와 전문 업체들에게 자사의 신형 브라우저와 맞는 기술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새 브라우저는 으레 새 윈도 운영체제(OS)의 부속이었다. 잘 해야 최신 윈도의 신기능을 위한 선전도구였다.

이번에도 현상은 비슷하다. MS 엣지는 차세대OS '윈도10'을 위한 새 브라우저다. 이번에도 윈도10의 부속으로써, 사용자와 개발자들에게 윈도10과의 조화를 강조하기 위한 첨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대신 인터넷익스플로러(IE)는 '뒷방'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MS는 IE 때보다 웹표준이란 대세를 더 강력하게 추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암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개발자들에게 엣지의 존재감은 기존 신형 IE보다 훨씬 크다. 개발자들이 엣지 브라우저를 이름만 다른 최신 IE 정도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MS는 엣지를 만들면서 렌더링 엔진 역시 새로 만들었다. IE의 렌더링 엔진에 적용해 온 '점진적 개선' 대신 '도약'을 추구하겠다는 MS의 의지를 투영했다. 렌더링 엔진은 읽어들인 웹문서 코드 내용을 웹표준에 맞게 화면에 그려내는 브라우저 구성요소다.

엣지 개발 초기 MS는 오픈소스 렌더링 엔진도 고려했다. 하지만 MS는 엣지에 탑재된 렌더링 엔진 'EdgeHTML'을 직접 개발했다. 왜일까? MS 프로젝트스파르탄(엣지 브라우저 코드명) 수석 프로그램매니저 찰스 모리스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로 웹은 다중 독립성 원칙과 웹표준의 상호운용성에 기반하며 우리는 웹의 대세(monoculture)에 대항하는 움직임도 중요하다고 봤다. 둘째로 우리가 낡은 기술과의 호환성을 걱정하지 않고 고객에 초점을 맞춘 자체 엔진을 쓴다면 오픈소스 엔진을 쓸 경우보다 새 브라우저 개발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간단히 말해 MS는 브라우저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렌더링 엔진의 기술 주도권을 놓을 순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애플이 좌지우지하는 웹킷이 점령한 브라우저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자체 엔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MS 브라우저, 경쟁 모바일 기기로 영토 확장?

MS는 엣지 브라우저를 '모든 윈도10 기기'에 제공한다고 예고했다. 이 브라우저의 기술적인 영향력은 윈도10이 돌아가는 모든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개인용 단말기뿐아니라 키오스크나 셋톱박스나 임베디드 컴퓨터 등 산업용 장비에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서는 MS가 엣지 브라우저를 윈도10 기기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나 iOS 등 다른 운영체제(OS)에서 돌아가는 형태로 내놓을 가능성도 점친다. 기술적으로도 어느정도는 실현 가능한 얘기라는 점이 이런 기대를 강화시키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아주 간단한 얘긴 아니다. 구글플레이의 경우 다양한 브라우저를 허용하기 때문에 MS가 마음만 먹으면 안드로이드용 엣지를 내놓을 수 있는데, iOS용 엣지의 등장 여부는 MS가 자체 렌더링 엔진을 양보한다든지 하는 전략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S는 이미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윈도폰에서 제공하던 원노트와 아웃룩을 비롯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앱 3종세트와 파일 저장 서비스 스카이드라이브를 모두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내놨다. 이들은 모두 MS 클라우드로 연동된다.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윈도에서도 오피스 앱 작업을 편리하게 이어갈 수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사실은 모바일 오피스 앱이 '가장 잘 돌아가는' 환경은 결국 윈도같은 MS플랫폼이란 점이다. iOS와 안드로이드용 오피스의 역할은 윈도폰을 넘어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MS 플랫폼 기반의 기기, 서비스로 끌어들이기 위한 지렛대였다.

MS 입장에선 엣지가 비슷한, 어쩌면 더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또는 애플 아이폰 단말기 '사용자'들을 MS 플랫폼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타사 플랫폼 생태계 개발자에게 엣지 사용자들을 염두에 둔 웹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타 브라우저 사용자 흡수도 준비했다

이 경우 MS 개발자들이 비 MS 플랫폼 사용자들을 겨냥한 웹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엣지는 개발자들에게 윈도10 이상의 '플랫폼'이 된다. 플랫폼의 가치는 결국 참여 구성원들의 규모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MS는 엣지를 통해 타 플랫폼의 개발자뿐아니라 타 브라우저의 사용자층도 흡수할 기세다. 일례로 IE에 없다시피했던 확장기능(Extension)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엣지의 확장기능은 HTML와 자바스크립트같은 웹기술로 개발하거나 크롬과 파이어폭스의 것을 변환해 만들어지게 된다. 확장기능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를 쓰던 윈도 사용자라면 윈도10에서 똑같은 기능을 제공할 엣지 브라우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 MS 엣지에는 윈도10 고유 기능인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비서 애플리케이션 '코타나'가 통합돼 있다. MS의 검색 '빙'에서 서비스하는 뉴스, 앱, 날씨, 스포츠 정보 등을 조합한 개인화된 첫 화면을 제공한다.

여러 브라우저들이 앞다퉈 최신 웹표준을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자 (한국은 예외지만) 더 이상 특정 브라우저가 주요 사이트를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긴 어려워졌다. 경쟁의 대세는 외부 확장기능 지원과 자체 클라우드서비스의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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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엣지도 이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MS는 이로써 타 브라우저에 부족한 듯 보였던 기능을 강화하고 사용자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엣지 사용자 확대는 브라우저에 결합된 MS 클라우드서비스 수요를 늘리는 한편 엣지를 지원하는 단말기에 대한 개발자들의 관심을 더욱 키워줄 수 있다.

▲3편에 계속(☞한국이 MS 엣지를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