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V스펙스(VSPEX) 블루'를 출시함에 따라 한때 협력 관계였던 시스코시스템즈, IBM과의 경쟁이 주목된다. EMC는 하드웨어 공급 파트너였던 시스코의 역할을 '화이트박스' 서버 업체로 알려진 중국 제조사 폭스콘에 맡겨 눈길을 끈다.
V스펙스블루는 이달초 EMC가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을 가상화해 관리할 수 있게 만든 어플라이언스다. EMC 스토리지와 주문제작 서버 및 관리소프트웨어, VM웨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시스템이다. 한국EMC는 명절 연휴 직후 V스펙스블루의 국내 출시를 알리며 이 제품이 고객들로부터 제기되는 간편한 구축, 확장, 관리, 지원 요구에 대응해 기업들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EMC가 V스펙스블루로 파고들려는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시장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을 통합하고 간편한 구축, 관리, 확장을 필요로하는 요구에 대응한다는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트렌드에 들어맞는 개념으로 업계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과거 협력사였던 시스코와 IBM의 연대로 만들어진 벌사스택도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EMC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V스펙스블루 사업에서 EMC의 역할은 스토리지 및 데이터관리 플랫폼 공급업체다. 벌사스택 프로젝트에서 IBM의 역할과 유사하다. VM웨어의 역할은 가상화 소프트웨어 공급이다. V스펙스블루 장비가 VM웨어 에보레일 아키텍처를 따른다면 서버와 네트워크뿐아니라 스토리지 가상화 부분에도, EMC가 아닌 VM웨어의 기술을 채택했을 듯하다. 벌사스택 진영의 시스코가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라는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보유 중이긴 하지만 온전히 대응되진 않는다. 시스코가 IBM과 함께 오픈스택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이는 시스코와 VM웨어간의 가상화 소프트웨어 경쟁구도도 두드러지게 하는 대목이다.V스펙스블루 진영에선 벌사스택 진영의 시스코처럼 뚜렷한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 공급 역할을 누가 맡았을까? 한국EMC 관계자 설명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V스펙스블루의 하드웨어는 폭스콘의 주문제작 서버 기반이다. 시스템 세부 사양은 EMC의 총판 파트너들이 조율한 규격으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는 EMC가 VM웨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업고, 스토리지뿐 아니라 서버 공급업체 역할도 겸해, 시스코의 네트워크가상화 기술과 x86 서버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 시리즈를 견제하는 구도다.
EMC는 V스펙스블루를 내놓기 전부터 'V스펙스'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왔다. V스펙스는 EMC가 검증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주문에 따라 실제 모델을 조립, 최적화해 주는 레퍼런스아키텍처 개념으로 3년전 소개됐다. (☞관련기사) 당시 V스펙스도 지금처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소프트웨어 통합 아이디어를 바탕에 뒀는데, 여러 외부 파트너 기술을 끌어들여 고객 선택권을 강조한 모습이 지금과 사뭇 달랐다.
기업들이 V스펙스 레퍼런스아키텍처를 도입시 스토리지는 물론 EMC 제품인 VNX나 VNXe 시리즈를 쓰도록 돼 있었다. 대신 서버,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은 EMC의 파트너가 제공하는 제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다.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EMC 자회사인 VM웨어 제품 말고도 경쟁사인 시트릭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것을 지원했다. 서버와 네트워크 파트너로 시스코가 이름을 올렸다. 시스코는 당시 EMC, VM웨어와 함께 'VCE연합'으로 묶여 V블록(VBLOCK)이라는 통합시스템도 공급 중이었다.
끈끈했던 EMC와 시스코의 관계는 이제 옛말이다. 이들의 협력은 지난해 10월 VCE연합내 시스코 지분을 EMC가 사들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끝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시 양사 합의에 따라 VCE연합은 4분기중 EMC의 내부 사업 조직 중 하나로 편입되고, 자연스럽게 시스코는 VCE연합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후 VCE연합의 지휘권은 EMC와 그 자회사인 VM웨어 몫이기에 사실상 '연합'이란 표현도 무의미해졌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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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EMC와 멀어지면서 VCE연합의 'V블록'을 대신할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파트너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UCS 서버를 IBM 스토리지와 결합해 '벌사스택'을 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당시 시스코는 벌사스택을 오픈스택 인프라에 호환되게 만든단 계획도 제시했다. 서버뿐 아니라 가상화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서의 입지도 다지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EMC는 폭스콘과의 협력에 앞서 지난달말 IBM x86 서버 사업을 넘겨받은 레노버와도 동맹을 맺은 바 있다. (☞관련기사) 시스코뿐아니라 HP나 델처럼 미국에 본사를 둔 서버 업체들과의 협력이 잘 풀리지 않게 되면서 중국에 본사를 둔 서버 제조사들과의 협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인상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