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식스팩'으로 하이브리드SDN 가속

포토뉴스입력 :2015/02/16 17:03    수정: 2015/02/16 17:15

페이스북이 최근 자체 서비스 인프라를 위한 모듈형 스위치 '식스팩(6-pack)'을 내놨다. 페이스북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기술을 지속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기존 상업용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위상도 점점 흔들리는 양상이다.

식스팩은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용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선보인 톱오브랙(TOR) 스위치 '웨지(Wedge)'와 이를 위한 리눅스 기반 네트워크 운영체제(OS) 'FBOSS'가 기본 구성요소로 채택됐다. (☞관련기사)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이 웨지와 FBOSS를 내놨을 때도 시스코와 주니퍼같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일반 기업도 페이스북이 공개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를 바탕으로 특정 하드웨어 제조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를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식스팩의 존재는 파급력이 더 크다는 평가다.

결정적 차이는 인프라에 적용 가능한 규모다. 웨지는 TOR스위치다. 랙서버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장비다. 모든 데이터센터를 감당하진 않는다. 이와 달리 식스팩은 모듈형 스위치다. 데이터센터 중추 네트워크와 그 주변부를 잇는 역할이다. 규모가변적인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페이스북은 지난 12일 식스팩을 소개한 공식블로그 포스팅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식스팩은 웨지를 기반으로 만드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차세대 패브릭의 핵심을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묘사됐다. (☞링크)

페이스북은 식스팩을 현업 인프라에서 테스트 중이며, 향후 식스팩 설계 기술을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OCP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개방형 네트워크 기술을 더 유연하고 규모가변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IT미디어 기가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에 식스팩 수백개를 투입해 서버랙 수천개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관리 중이다. (☞링크)

페이스북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식스팩은 그물형(full-mesh) 토폴로지와 논블로킹을 지원하는 2단계 스위치다. 각자 초당 1천280기가비트(Gbps) 또는 1.28테라비트(Tbps)를 처리하는 2가지 형태의 스위칭 장치 12개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상위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식스팩을 구성하는 2가지 스위칭 장비는 '라인카드(line card)'와 '패브릭카드(fabric card)'라 불린다. 구성과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TOR스위치인 웨지의 디자인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라인카드는 마이크로서버, 네트워크프로세서(스위칭칩), 후면부 연결단자(Back plane connectors), 전면부 40기가비트를 지원하는 이더넷포트 16개로 구성됐다. 전후면 각각 640Gbps를 처리할 수 있다. 라인카드 1대의 폭은 식스팩의 절반에 해당한다. 식스팩은 라인카드를 한 줄에 2대씩, 네 줄로 8대 품는 형태다. 이로써 전면부 이더넷포트 128개가 제공된다.

패브릭카드는 1천280Gbps 처리 성능을 후면부에 몰아넣은 형태로, 네트워크 인프라 상층부와 하층부를 연결하는 '애그리게이션' 기능을 수행한다. 라인카드 2대를 이어붙인 듯한 기판을 써서 만들어졌다. 마이크로서버, 스위칭칩, 후면부 연결단자가 2개씩 탑재돼 있다는 뜻이다. 전면부엔 이더넷포트 대신 관리용 포트가 노출돼 있다. 식스팩은 패브릭카드를 한 줄에 1대씩, 두 줄로 2대 품는다.

라인카드와 패브릭카드는 로컬서버에서 돌아가는 자체OS를 구동하며, 스위칭 기능 수준부터 원초적인 기판 제어 및 냉각 시스템까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시스템 수준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어떤 부품이든 개조할 수 있다는 게 페이스북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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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카드와 패브릭카드는 또 장비를 제어하는 컨트롤플레인(control plane)을 로컬에서 작동하는 마이크로서버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컨트롤플레인을 중앙집중화해 네트워크 인프라 관리 효율을 끌어올리는 SDN 개념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지만, 마이크로서버는 중앙의 컨트롤러의 통제도 따르도록 돼 있다. 흔히 '하이브리드SDN'이라 부르는 개념을 구현한 셈이다.

식스팩 등장 배경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이 알투나 데이터센터에 구현한 차세대 패브릭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페이스북은 과거 대규모 인프라에서 서버간 통신을 효율화하기위해 기존 계층적 클러스터 구조를 대신할 소규모 클러스터 및 네트워크 디자인을 제시했다. 외부 업체 기술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패브릭 개념을 선보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