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 전공자를 뽑아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못한다?”
공부를 게을리한 일부 학생들의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을 채용한다고 해도 바로 필요한 개발업무에 투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공자를 뽑아도 6개월은 재교육을 시켜야 실제 개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SW업계 목소리다.
대학도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SW인력을 학교가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한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커리큘럼에서 실습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실습을 이끌어줄 교수진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SW정책연구소가 개최한 '소프트웨어 인력 양상을 위한 대학 육성 방안 포럼'에선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데 공감한 교수들이 모였다. 교수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커리큘럼에 우선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조 중앙대 교수는 최근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실무 능력인데 대학에서 가장 약한 게 바로 실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SW전공자와 기업의 미스매치가 큰데, 대학이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못하면서 과목은 너무 많이 만들어 놨기 때문”이라며 “정작 학생이 졸업하고 나가서 일하는데 필요한 코딩 능력은 키워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컴퓨터과학과 백윤철 교수는 대학에서 실습시간이 부족하기 대문에 학생들이 취업하기 위해 학원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방법으로 삼성SW멤버십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멤버십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삼성SW멤버십 전문 취업학원이라는 곳을 다니고 있어요. 비트컴퓨터에서 운영하는 비트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두 세달 훈련 받고 나면 또 어느 기업이라도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생들이 군대 갔다 온 후 실력이 크게 늘어서 돌아오는데 왜 그런가 봤더니 복학하기 전에 다 이런 학원을 다녀오더라고요. 학교에서 안 시켜주는 프로그래밍 연습을 학원에서 충분히 하고 오는 겁니다.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이들 학원 기관들이 공헌한 바가 없다고 할 수도 없어요.”
대학에 실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제기됐다.
이민석 NHN넥스트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직접 SW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수들을 위해 SW 실습을 잘 가르치는 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교수는 또 실습 위주 수업이 진행되려면 교수들의 정해진 시수 보다 더 많은 시간 투자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도 제도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넥스트에서 (실습위주의) SW교육을 해봤더니 실제 시수보다 7~9배 정도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며 “대학 교수들은 이럴 시간이 없는데 장기적으론 이런 들어가는 시간도 다 포함해서 교수들이 SW교육에 들이는 노력을 인정해 주는 게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대학의 변화도 감지된다. 고려대학교는 SW교육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 유혁 교수는 “정보대학을 신설하고 SW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완전히 다시 설계하고 있다”며 “물리 화학같이 학생들이 지긋지긋해 하는 과목을 필수에서 다 뺏고 1학년 때 C나 자바를 가르쳤는데 이제 언어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에 따르면 카이스트에선 학기 중에 기업에 실제 취업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코업’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코업은 캐나다의 MIT라 불리는 워털루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산학협력 지원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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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털루 대학에서 코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총 14학기를 다니며 그 중 8학기는 학교 수업을 듣고 나머지 6학기는 실제 취업을 해서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캐나다 정부에서 임금의 3분의2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에선 부담 없이 학생을 데려다 활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단순 실습이 아닌 제대로 된 월급을 받으며 실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
홍원기 포항공대 교수는 “4개월씩 6학기면 총 24개월 동안 취업해서 일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충분히 훈련된 학생들은 졸업생들은 따로 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학교와 기업이 함께 SW인재를 길러내는 산학협력 모델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