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퀄컴과 결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미 삼성전자는 자체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여왔지만, 전면 대체 소식은 다소 놀라운 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이른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프로세서 관련 역량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21일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향후 출시할 스마트폰에 더 이상 퀄컴 칩을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올해 출시할 신제품에 삼성전자의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상태로만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퀄컴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고, 삼성전자도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놀랍긴 하지만 조만간 일어날 것 같았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적자만 보던 삼성 시스템LSI, 어느새 퀄컴 위협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용 프로세서(AP) CPU와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GPU), 최신 LTE 기술을 지원하는 모뎀칩까지 모든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LTE-A 원칩 솔루션(프로세서와 모뎀 칩을 하나로 통합한 제품)도 개발해 AP 시장에서 퀄컴과 그나마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업체로 꼽히기도 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사업본부의 시스템LSI 사업부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와 달리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치킨게임을 통한 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던 1990년대부터 시스템LSI 강화를 천명해왔지만 아직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우려 섞인 시선이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6.3%에 그쳐 5위를 기록했다. 1위 퀄컴(34.8%)는 물론 2위 미디어텍(17.8%), 3위 애플(14.3%), 4위 스프레드트럼(14.2%)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엑시노스 시리즈가 퀄컴보다 빨리 64비트 지원 하이엔드 제품을 출시(엑시노스5433)하는 등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고, 중국 메이주 등 삼성전자 외의 공급처도 확보하는 등 점차 자신감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우남성 사장의 빈자리를 메우며 반도체 총괄 자리에 오른 김기남 삼성전자 DS사업부 사장의 지휘 아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퀄컴을 배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 것으로 알려진 상태여서 향후 시스템LSI 사업부의 흑자 전환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설계자산(IP)을 라이선싱 방식으로 이용하는 사업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굳이 퀄컴에게 끌려다닐 필요 없이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점차 대체해나가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점이다.
이미 모든 프로세서를 자체 설계하고 있는 애플도 코어는 ARM과 이매지네이션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현재 ARM 코어를 위주로 활용하고 있어 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다. 퀄컴은 많은 제품에 자체 코어를 사용해왔으나, 스냅드래곤810 등 최근 일부 전략 제품에 ARM코어를 적용하는 등 점차 차별화 요소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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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LG전자, 화웨이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나설 만큼 ‘탈 퀄컴’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이날 보도는 향후 퀄컴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텔과 미디어텍 등 다른 경쟁자들의 제품 품질 개선도 세트(완제품) 제조사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있다.
한편 나스닥에 상장된 퀄컴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종가 대비 0.88% 오른 73.12달러를 기록하며 보도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