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저물고 있다. 1년 동안 IT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대를 풍미했던 제품들이 영욕의 역사를 뒤로 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 수도, 혹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아니면 조금은 황당한 이유일 수도 있는 7가지 이별 사연을 만나 보자.
1. 애플 아이팟 클래식
애플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애플워치를 연달아 공개한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아이팟 클래식 판매를 중단했다.아이팟 클래식은 당초 지난 2001년 아이팟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제품으로, 이후 아이팟 터치와 아이팟 나노 등이 등장하면서 아이팟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160GB라는 상당한 저장용량과 조그셔틀 방식의 버튼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후 MP3플레이어와 휴대전화가 통합된 아이폰이 등장했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의 음질도 향상되며 아이팟 클래식은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점차 외면하기 시작했다.
2. 소니 바이오 노트북
소니는 최근 들어 계속된 적자로 허덕여왔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소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결국 포기 대상으로 선택된 것은 ‘바이오(VAIO) 노트북’이었다.
지난 1996년 처음 바이오 브랜드로 PC사업에 진출한 소니는 한때 연간 870만대 출하량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고가 제품 집중 전략은 PC시장의 위축과 함께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물론 여기에는 윈도 태블릿인 바이오 탭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소니는 윈도 기반 제품군을 모두 정리하며 모바일 부문에서 안드로이드에만 집중하는 길을 선택했다.
분리된 PC사업부는 지난 3월부로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 매각됐는데, 내수 시장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3. 일본 엘피다 반도체
일본은 지난 198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미세공정과 차세대 소재 개발 경쟁에서 밀리며 한국 업체에게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1999년 NEC와 히타치의 D램 사업부를 합병한 엘피다 반도체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엘피다는 한 때 미쯔비시 메모리사업부를 인수하고 미국 마이크론과 제휴를 맺으며 부활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실적 악화는 막기 어려웠고, 결국 마이크론에 지난해 7월 인수된 뒤 명맥만 남아있다가 지난 2월 28일부로 ‘마이크론메모리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이후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7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본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도시바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4. 노키아 휴대전화
노키아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휴대전화 제조사로, 피처폰 시절 세계 1위를 고수하며 전 세계에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독자 운영체제(OS) 심비안을 고집하면서 점차 고립됐고, 결국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해야 했다.
MS는 당초 10년 동안 노키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지만, 결국 기존 노키아 브랜드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MS 브랜드를 부착하기로 결정하면서 ‘노키아 휴대전화’는 역사 속으로 일단 사라졌다.
다만 노키아는 다시금 자신들의 브랜드를 통해 휴대전화 시장 진출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고위 관계자들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얇고 가벼운 안드로이드 태블릿 N1을 공개하며 모바일 시장 진출을 다시금 모색하고 있다.5. 플래피버드
갑작스레 등장했다 갑작스레 사라진 전설의 게임. 플래피버드를 모르는 이들에게 이 게임을 소개하려면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올해 초 처음 등장한 이 모바일 게임은 불과 1개월여만에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베트남의 개발자 응우옌동이 만든 이 게임은 과거 콘솔게임과 같은 화면으로 플래피버드 캐릭터를 통한 모험을 진행하는 형태로, 단순함과 복고풍이라는 두 가지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선풍적인 인기에도 갑작스레 서비스가 중단되자, 이 게임이 설치된 단말기가 이베이 경매에서 9만9천달러, 약 1억원 가량으로 치솟기도 해 화제가 됐다.
응우옌동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8월 ‘패밀리모드’를 적용한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다. 그는 갑작스레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로 응우옌동은 “미디어와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싫었다”라고 밝혔지만 다소 석연치 않은 구석도 남아있다.
6. PDP TV
액정표시장치(LCD) TV와 쌍벽을 이뤘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도 올해를 끝으로 사실상 사라진다. 삼성SDI와 LG전자, 파나소닉 등 3개사만 생산을 이어왔지만 이들 또한 최장 내년 3월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PDP TV는 LCD TV 보다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는 평가 속에 2000년대 초반 급부상했다. 기존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차세대 TV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였지만 전력소모량 등 일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LCD TV 광원으로 발광다이오드(LED)가 도입되면서 전세가 크게 기울었다.
그나마 남미 등 일부 제3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있어 생산이 이어지긴 했지만,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면서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3개 제조사는 순차적으로 사업 종료를 밝혔다. 국내 2개 업체는 연말까지 생산을 종료하고, 파나소닉만 내년 1분기까지 소량 생산을 이어갈 예정이다.7. 삼성 훈민정음 워드프로세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훈민정음’은 지난 1992년 처음 등장했다.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시리즈와 더불어 국산 워드프로세서로 주목 받았다. 특히 1990년대 외환위기로 한글과컴퓨터의 해외 매각 가능성이 대두되며 국산 워드프로세서로는 유일하게 남을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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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글과컴퓨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로 인해 국내 공공기관들이 전부 한글 시리즈를 채택했고, 반면 기업 시장에서는 MS 워드 시리즈가 대세가 되면서 훈민정음은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이후 ‘정음 글로벌’로 이름을 바꾸고 삼성그룹과 일부 협력사에서 MS 워드와 함께 병행 사용돼왔으나 결국 올해를 끝으로 삼성 내부에서도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용 문서변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오는 2019년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