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통전`)가 23억원 규모의 공개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사업을 별도 발주했다. 전체 유지관리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던 공개SW 유지관리 요구사항만 분리해 발주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개SW 전문업체들은 대체로 통전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담스러운 위약금 체계나 사업 핵심인 공개SW 전문 인력의 운영계획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통전은 지난 6일 사업설명회를 진행한 뒤 홈페이지 입찰정보 게시판(☞링크)에 `2015년 공개SW 유지관리사업` 공고서와 제안요청서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통전은 부가세 포함 23억원의 추정가격을 제시해 사업자들로부터 14일까지 견적서를 받고, 오는 21~26일 입찰서 접수를 진행한 뒤 다음달 1일 조달청과 함께 제안서 기술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안요청서는 공개SW 유지관리사업을 별도 발주한 배경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시스템의 증가 추세에 따라 핵심요소인 공개SW에 대한 전문적 유지관리가 요구된다며 공개SW 보급 및 관리 활동을 통한 안정적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달았다.
통전은 오는 2017년까지 전자정부 전체 업무의 60% 규모인 740개 업무를 클라우드로 전환할 방침이다.
제안요청서는 대전, 광주 센터에서 운영 중인 부처 소관 공개SW 가운데 운영체제(OS), 웹,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데이터베이스(DB), 가상화 인프라에 대한 기능향상, 제품수정, 업데이트 및 장애지원, 예방지원, 컨설팅서비스 등 유지관리 요구사항을 담았다.
유지관리 대상에서 G클라우드 가상화, 공통서버, 콘텐츠관리시스템(G-CMS), 빅데이터로그분석시스템(nSIMS)은 제외됐다.
제안요청서 내용 가운데 `관리대상시스템`에 포함된 기술을 공급하는 한 공개SW 전문업체 대표는 기존 공공기관 인프라 유지관리 프로젝트에서 다른 기술 유지관리 프로젝트에 부수적으로 포함돼 문제가 많았던 공개SW 유지관리 사업이 한데 모여 별도 발주된 것은 공개SW 사업자들이 반길만한 긍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통전이 국내 정부기관 가운데 공개SW 도입 사례를 모범적으로 선도 중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에 별도로 발주한 공개SW 유지관리사업 내용도 그만큼 충분히 다듬어졌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해당 사업자로 선정된 수행사가 내년에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경우, 그 제안서에 따른 수행 내용은 향후 정부뿐 아니라 국내 공개SW 관련 민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발주처 입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고민과 정제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안된 제안요청서 내용만 놓고 보면 사업 수행 과정에서 몇가지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전 인프라 장애조치, 애매하면 안 하는게 상책?
우선 인프라 장애 발생시 통전이 참여 사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제재 내용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본 제재 방식인 위약금 부과 범위가 상당히 넓고, 부과 방식도 `장애 최소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통전이 시스템의 업무 등급, 영향도, 시간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장애등급 중 가장 심각한 1등급에 허용하는 조치 시간은 월(30일)간 누적 129분이다. 이런 한도는 공개SW 전문업체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에게 상당히 '빡빡한 기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시스템이 기능정지, 오동작, 성능저하시 허용된 조치 시간을 초과하면 그만큼 위약금을 물게 되는데, 원인제공 사업자뿐 아니라 장애조치를 한 사업자까지 부과받게 돼 있다. 장애조치를 한 사업자는 아무리 최선을 다 했어도 허용된 조치 시간을 초과하면 위약금 절반을 물어야 한다.
다만 시스템 장애에 대한 조치가 불가능하거나 장애 원인을 밝힐 수 없다는 결론이 날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즉 사업자 입장에선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장애조치 원인을 은폐하거나, 허용시간내 조치가 어려워 보이는 장애로 짐작될 땐 아예 '조치불가'를 입증하는 게 유리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통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위약금 기준은 과거에도 활용해 왔는데 장애시 즉각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후적으로 심사를 통해 책임소지를 파악하고 (제재) 비중을 조절해 (장애조치 사업자가) 실제 위약금을 무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답했다.
■정부사업 `감초` SW기술자 등급제, 공개SW 유지관리에도 적용해야?
이와 별개로 제안요청서가 지시하는 인건비 산정 기준이 공개SW 유지관리를 위한 지침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제안요청서는 `인력 요구사항`에서 사업자에게 분야별 투입인력 인원수를 `등급`별로도 세분화해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또 사업자가 한국SW산업협회에서 만드는 `SW사업대가산정 가이드` 또는 산업통계의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를 참조해 참여 인력의 기술등급을 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SW산업협회의 SW사업대가산정 가이드는 상용SW와 공개SW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공개SW 유지관리만을 위한 사업의 제안요청서가 참조할만한 내용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같은 문서의 4항 `주요 사업내용`에선 `공개SW 유지관리 서비스 항목` 표 하단에 `공개SW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6월 정부(당시 지식경제부)가 상용SW와 공개SW 개념을 분리해 개정된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해 통전 관계자는 공개SW 유지관리사업 제안요청서에 기재된 SW기술자 등급 관련 항목들은 총원 외엔 전부 불필요한데 타 사업 제안요청서와 공통된 양식을 사용하다보니 미처 삭제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사업자들은 공개SW 유지관리사업 제안시 인건비 산정을 위해 기술자 등급 관련 항목을 참조할 필요가 없다는 궁색한 답을 내놨다.
하지만 제안요청서에 첨부된 별지 및 붙임자료 주요 서식에서도 SW사업대가산정가이드 또는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를 참조하도록 돼 있다. 사업자들이 이미 공식 문서로 배포된 정부 제안요청서에 뻔히 포함된 지시 사항들을 의식하지 않고 제안서를 작성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또 수주업체의 하도급 계약으로 동원되는 인력의 인건비 지급 방식으로 제시된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판단 세부기준` 내용을 보면 하도급 대금 지급비율 판단 기준이 몇년전 관련법 개정으로 폐기된 `SW기술자 노임단가`를 참조하도록 돼 있다. (☞관련기사) 투입인력의 능력을 등급화하고 일당으로 환산, 산정한 기존 SW사업 관행을 답습한 모양새다.
■공개SW 인력풀, 사업자간 차별화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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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참여 사업자는 공개SW 유지관리를 위한 전체 인력풀 가운데 40%를 `필수인력`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 3년(2012~2014)년중 통전의 유지관리사업 중 공개SW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12개월 이상 갖춘 인력을 뜻하는데, 실현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개SW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공개SW 전문인력 규모상 각 사업자들이 정부 공개SW 관련사업에서 1년 이상 일해 본 인력 40%를 충당하긴 쉽지 않다며 똑같은 인력들이 여러 사업자의 제안서 인력풀에 중복 채택될 수 있는데, 가산점을 준다해도 수행사간 변별력이 떨어지고 실제 경쟁력의 차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