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미국)=손경호 기자]그래픽 기반 설계용 툴인 'LabVIEW'를 기반으로 계측기,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호 측정, 자동화 시스템 등을 개발해 온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와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은 언뜻 보면 그렇게 어울려 보이는 조합은 아니다.
그러나 마이크 산토리 NI 제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IoT 시대에도 NI의 비전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NI가 추구하는 방향이 IoT 흐름에 충분히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 중인 'NIWeek 2014'에서 만난 산토리 부사장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컨슈머 IoT가 있다면 공장 자동화, 각종 테스트 장비, 스마트그리드,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IoT가 있다고 밝혔다. NI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산업용 IoT 시장이다.
LabVIEW를 기반으로 Compact RIO와 같이 각종 입출력(I/O) 신호를 CPU와 별도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FPGA)를 통해 받은 뒤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을 수행하는 기능 등이 앞으로 산업용 IoT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많은 데이터가 오고가는 IoT 트렌드는 산업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며 이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의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이날 두번째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된 에어버스 S.A.S에 도입된 항공기 정비 시스템이다. 에어버스는 싱글보드 RIO-9651을 도입한 시스템온모듈(SOM), Compact RIO, PXI 등 제품을 적용해 각종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제어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과정이 인터넷 프로토콜과 에어버스가 고안해 낸 각종 알고리즘 라이브러리를 통해 구현된다. 항공기 엔지니어들이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안경을 쓴 뒤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보게 되면 각 부분별로 표시된 QR코드를 인식해 실제로 문제가 없는 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을 경우 정비용 안경이 이를 인식해 엔지니어들이 점검 내역을 보다 쉽게 확인해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토리 부사장은 IoT가 최근에 나온 개념이기는 하지만 우리 제품 자체가 스마트머신, 스마트툴로서 역할을 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늘상 해왔던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새로운 이동통신기술 표준으로 활발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는 5G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관련 무선통신기술에 대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각종 무선통신이 구현되는 상황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LabVIEW RIO 아키텍처를 활용한 PXI 기반 계측기를 내세우고 있다.
산토리 부사장은 5G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고주파수를 통해 데이터 쓰루풋을 늘리는 밀리미터웨이브(mmWave), 수백대 안테나를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매시브 MIMO 기술 등에 대한 노키아, 삼성전자, 기타 학계에서 진행되는 프로토타입 테스트에 N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지않아 5G가 현실화되면 NI가 제공하는 계측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기지국, 중계기 등에 대한 테스트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기반을 쌓으면 앞으로 올 수 있는 '6G' 환경에서도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6G는 5G 다음으로 그가 예측하는 시장이다.
NIWeek 2014에서는 기존 연구개발 단계에서만 적용됐던 NI 장비가 반도체 양산 테스트 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구현한 STS 시리즈가 노리는 시장에 대해서는 기존 메모리, CPU가 아니라 4G, LTE, 와이파이, NFC 등 무선통신용 칩, 멤스 센서와 같은 혼합신호 반도체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NIWeek 2014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메시지 중 하나는 기존 산업용 테스트를 위한 박스형 벤치톱 장비와 달리 하나의 장비로 여러가지 복잡한 테스트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FPGA다. 현재 NI는 자일링스가 제조한 FPGA를 자사 플랫폼에 녹여내고 있다.
만약 LabVIEW RIO 아키텍처에서 핵심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 자일링스의 FPGA가 빠지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산토리 부사장은 중요한 것은 조합(combination)이라고 답했다.
LabVIEW RIO 아키텍처는 LabVIEW, FPGA, 물리적으로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각종 I/O처리 등의 기술이 조합을 이뤄 제 성능을 낸다는 설명이다. 자일링스 외에도 인텔, ARM 프로세서를 쓰고 있다는 점도 기술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엔지니어, 과학자 고객들 중에는 자일링스 FPGA를 쓰고 싶어도 못쓰는 경우가 많은데 NI 플랫폼을 적용해 이 FPGA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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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 부사장은 이날까지 27년 51주를 근무한 NI 베테랑이다. 다음주면 한 회사에 28년을 몸 담게 되는 셈이다. 기업 오너가 아닌 이상 한 회사에 수십년 동안 평생을 바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 그동안 NI 재직 시절 가장 크게 이룬 성과가 뭔지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결국에는 그들(고객)을 성공하게 하고, 그 성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나 노력이 고객들을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는 설명이다. 다음주면 28년째 한 회사를 다니는 고위 임원으로부터 나온 대답이라고 하기에는 좀 소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고객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이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쿨하다는 그의 말에서 1976년 창립 후 39년 간 NI가 장수하게 된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