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한글(HWP) 문서를 사실상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어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할 공공문서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한컴오피스를 만드는 한글과컴퓨터는 세간의 이런 평가에 다소 아쉬워하는 입장이다. 한글이라는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휘두르고 있는 MS를 견제할 수 있었다는 점과 내부적으로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알아달라는 거다.
공공 기관 입장에선 한글에 독점적 지위를 주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한글에서 벗어나자니 한컴오피스를 이용해 제작한 방대한 양의 문서들을 어떻게 해야할지가 만만치 않은 숙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전자문서학회와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가 24일 ‘전자문서 산업을 위한 학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내 전자문서 산업에 주요 플레이어인 마이크로소프트, 한글과컴퓨터, 인프라웨어, 핸디소프트, 유니닥스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각자 입장에서 의견을 펼쳤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상범 상무는 공공 문서는 주권확보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개방형포맷’과 ‘국제표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S가 IOS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은 개방형포맷 오픈오피스XML(OOXML)을 한국 문서표준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속내도 내보였다.
한 상무는 장기보존이 필요한 공공문서는 특정 시대에 사용되는 도구나 버전에 상관 없이 어떤 시점도 이 문서를 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모두가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문서가 저작도구에 종속돼 있는 게 아니라 문서를 생산한 사람이나 기관이 문서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특정 제품을 사용하라고 하면 안되고 IT 문서 저작도구 또한 기술 중립성을 가지고 선택에 대한 다양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오피스와 한컴오피스 문서 뷰어 및 편집이 모두 가능한 폴라리스오피스를 개발사 인프라웨어는 한컴의 폐쇄적인 문서공개 정책을 지적했다.
인프라웨어의 정진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10년 HWP문서 스펙이 공개됐지만 공개 현황을 보면 일부 항목 누락돼 있고 설명이나 중요 정보가 생략돼 공개된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 능력이 있어도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공공문서 포맷의 조건에 대해서 스펙이 100% 공개돼야 하고, 바이너리 형식이 아니라 XML형식이어야 하며 국제표준이 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컴의 개방형포맷 OWPML은 HWP형식과 호환된다는 점은 좋지만 국제표준이 아니라 문서 기술의 국제적 고립 우려되고 한컴, 특정업체에 기술 종속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한글과컴퓨터에서는 CTO인 양왕성 전무가 자사 입장을 설명했다. 한컴오피스의 바이너리 포맷인 HWP는 반 독점 포맷이 아니라 충분히 공개하고 있으며 한컴도 자사 개방형문서포맷인 OWPML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요지다.
양 전무는 HWP가 독점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MS오피스2013부터 컨버터를 제공하고 있고 인프라웨어 폴라리스, 네이버 N드라이브에서도 HWP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구글 검색에서 HWP 문서 내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HWP는 한컴만 쓰는 포맷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공개된 HWP 포맷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공개할 시점에 내부에서 정리가 덜된 부분은 일부 내용이 빠져 있다며 내용을 추가 보완하려고 준비 중이고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올 때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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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인 OOXML과 ODF를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자사 OWPML를 포기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양 전무는 처음에는 100%는 아니더라도 (국제표준형식과 호환성)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문서와 호환이 안 되는 표준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금 KS 지위를 획득한 OWPML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표준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