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실험에 들어갔다. 28만 원 짜리 신형 저가 LTE 스마트폰을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 실험이 의미 있다고 하는 까닭은 이 제품의 시장 반응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중저가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국내 시장은 유별나게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가 제품이 더 잘 팔리는 시장이었다. 이들 전략 제품에 보조금이 집중적으로 실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보조금 집행이 투명해지는 한편 단속 또한 강력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시장 구조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처럼 수십만원 혹은 1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실리기는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구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출고가 인하 바람이 분 것도 그 때문이다.
LG가 21일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출시할 이 제품(LG F70)은 출고가 인하 바람을 구형 단말기에서 사양이 조금 낮은 신형 단말기로 확대하는 신호탄이다.
법정 보조금을 감안하면 거의 공짜에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단말기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놓고 소비자 선택을 받아보자는 의도다. 이 제품은 고급 사양은 아니지만 LTE 통신을 지원하는 신제품이다. 가격은 27만9천400원. 현재의 법정 보조금인 27만원이 집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소비자는 1만원이하의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LG전자 측은 “과거 3G 스마트폰을 20만원대에 출시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며 “‘LG F70’을 통해 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 요구를 확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LG의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삼성전자나 팬택이 LG전자를 뒤쫓아 이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아직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렇게까지 가격을 낮춰 판매해야 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삼성 관계자는 “수준 높은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가격을 극단적으로 내리려면 성능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고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5를 86만원대에 내놓은 것처럼 소비자 요구가 큰 제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구형 단말의 가격을 인하하는 게 더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팬택도 LG전자와 같은 초저가 제품 출시 계획은 아직 없는 듯하다.
팬택 관계자는 “보급형을 넘어선 초저가 스마트폰의 국내 전망을 밝게 보기 어렵다”며 “수익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택의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국내에서 점유율 확대가 급하지만 대기업들과 비교해 생산 여력이 부족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가져가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영업정지 한파 속에서 출고가를 인하한 구형 제품 구매 바람이 예상을 뛰어넘어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중저가 시장 형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대 변수는 정부가 보조금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 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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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집행이 과거와 달리 진짜 투명해질 경우 중저가 제품 시장 형성은 최근의 출고가 인하 바람처럼 급진전될 수 있고 또다시 보조금이 난무할 경우 과거처럼 고가 제품 중심의 시장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또 소비자들이 중저가 제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