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전자책, 내년엔 빛보나

[연말기획]응답하라 2013 모바일 생태계

일반입력 :2013/12/26 14:24    수정: 2013/12/31 12:08

남혜현 기자

그 어느 해보다 파란만장했다. 인터넷 이야기다. 모바일로 빠른 전환은 인터넷 생태계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기회를 읽지 못한 기업은 한 순간에 도태됐다. 어떤 기업이 보다 편안한 모바일 사용자 환경을 불러오느냐에 운명이 갈렸다. 누군간 대박을 쳤고, 누군간 쪽박을 찼다. 지난 1년 모바일 생태계를 둘러보는 것은 내년을 위한 기본 준비다. 지디넷코리아는 올 한 해 어떤 인터넷 이슈가 있었는지를 포털, 콘텐츠, SNS, 온라인 쇼핑, 뉴스 및 콘텐츠 등 분야별로 살폈다.[편집자주]

[연말기획-1]오늘의 포털에 안녕을 묻는다면

[연말기획-2]주춤했던 전자책, 내년엔 빛보나

[연말기획-3]위험과 기회 사이 토종SNS…내년엔?

[연말기획-4]모바일 없인 유통 미래도 없다

[연말기획-5]2013 인터넷, 부끄러운 대한민국 자화상

덩치 센 놈이 붙는다고 무조건 이기진 못한다.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누구 하나 쉽게 돈을 풀진 않는다. 플랫폼을 만드는데 돈을 수십억씩 부어도, 정작 중요한 콘텐츠 수급과 운영에는 투자를 주저한다. 태동한지 20년된, 아직도 '가능성'을 보고 있는 전자책 시장 상황이다.

올해 전자책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성장은 더뎠다. 10만권 유료 판매한 인기 작품도 나왔고, 장르문학에 편중됐던 판매 동향이 일반 문학과 인문 도서로도 확산됐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 기폭제는 없었다.

야심차게 전자책 시장에 진출했던 대기업들은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네이버와 다음같은 포털과 그간 묵묵히 전자책 시장에 참여해온 중소 기업들은 방향을 찾았거나 내실을 다졌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투자 없인 대기업이라 해도 전자책 시장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확인시켰다.

■전자책, 대기업 '쓴맛'...포털 '잠룡'으로

지난 20011년만 해도 전자책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됐다.[관련기사: 신세계, e북 진출 '韓 아마존 목표'] 주요 인터넷 서점들은 물론, 통신사와 전자, 유통 대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중심엔 전자책이 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들의 전자책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내년께 일부 대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서 철수하거나 B2B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자책 플랫폼은 열어놨으나 운영에 꾸준한 투자를 하지 못한 곳들이 소문의 근원지다.

대신 출판업계가 주목하는 잠룡은 포털이다. 네이버북스가 대표적이다. 웹툰과 웹소설(장르문학)에 집중해 있지만 이용자 저변을 확보했다는 게 장점이다. 이미 여러 실험으로 콘텐츠 수익 모델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도 잠재력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장르 소설을 읽던 독자가 일반 문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네이버북스가 가진 힘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자가 출판 시장에도 도전했다. 세세한 내용은 물론 다르지만, 폭 넓게 보면 그간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1인 출판의 포털 버전이다. 네이버는 웹툰, 웹소설에서 쌓은 노하우를 네이버 포스트로 확장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주제 아래 연 창작 플랫폼이다. 독자들은 원하는 작가의 포스트를 구독할 수 있다. 초창기 이용자 유입을 위해 마련된 '초대작가'들은 구독자가 1만명을 훌쩍 넘는다.

다음 '스토리볼'도 주목할만한 모델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창작자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가져갔다. 매일 매 시간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 연재되는 동안은 무료로, 완결 후엔 유료로 전환되는 결제 시스템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다음에 따르면 스토리볼 일일 방문자 수가 지난달 기준 70만명을 넘어섰다.

비판에 사업 모델을 바꾼 곳도 있다. 카카오다. 카카오는 올해 초 도서와 여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유료 판매 장터로 '카카오 페이지'를 열었으나 이용자 확보에 실패했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성급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는 올 9월 페이지를 재편하고 무료와 유료를 적절히 섞은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아직까지 만족할 성적은 아니나 분위기는 호전됐다는 것이 카카오 안팎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스무개 정도 있던 전자책 플레이어들이 내년엔 10개 정도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저자, 출판사와 접점이 있고 콘텐츠를 잘 이해하는데다 꾸준히 투자를 해왔던 인터넷 서점, 포털,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압축돼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만권 유료 판매…가능성 확인

연말 기준 국내 전자책 출간 도서는 25만종으로 추정된다. 2년전인 2011년 10만종과 비교하면 2.5배나 성장했다. 다만 매출 성장폭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전체 도서 시장에 대비하면 전자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머문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은 여기저기서 타진된다. 우선 장르문학에 편중됐던 전자책시장 불균형 해소 가능성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전자책 시장서 장르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0~70%에서 올해 50%까지 내려왔다. 이 자리를 문학과 인문사회, 자기계발서 등이 채웠다.

10만권 이상 유료 판매된 전자책 단행본이 나왔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다. 앱북 형태로 출간한 후에 종이책 보다 오히려 좋은 성적을 얻었다. 시공사가 지난해 펴낸 <50가지 그림자(그레이의 그림자)>도 지난 9월 기준 판매부수 13만권을 훌쩍 넘기며 대표 전자책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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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해 있던 전자책 관련 협회와 조합들이 전국으로 퍼진 것도 유의미한 변화다. 올해 대전, 경남, 부산·울산 등에서 지역 전자출판협회가 생겼다. 스스로 전자책 생태계를 꾸려 선순환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전자출판협동조합이 생겼으며, 1인출판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총장은 전자책 산업의 전국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전자책 산업이 다소 주춤한 면은 있지만 산업의 전국화, 유료 판매 도서 증가 등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