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구글맵스로 도보 길찾기 가능해지나

관련법 개정 움직임...국회 계류중

일반입력 :2013/12/20 08:53    수정: 2013/12/20 15:19

국내에서 구글 지도를 반쪽짜리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관련 법이 개정될 수 있을까? 지도 데이터 반출 요건을 완화한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현재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구글 '도보 길찾기'같은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19일 정부 유관부처와 산하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구글맵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빙맵같은 외국 서비스가 국내서 부족했던 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앞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용 관광정보 제공서비스에 구글맵을 쓰고 싶은 한국관광공사와 그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국외 지도반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부처 내부에서도 그런 논의의 일환으로 수차례 공청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청취해 왔다며 2개월쯤 전에 여러 의원 공동 발의안으로 나온 측량법 개정안이 관련 내용을 담고 있어 들여다보는 중인데 통과될 경우 하위 법령을 통해 더 구체화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토부에서 지적한 측량법이란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김관영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은 지난 10월 측량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회부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돼 2개월 가까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측량법과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은 항공사진과 수치지도 등 우리나라 지리정보와 관련된 원천 데이터를 국외로 가져가는 걸 기본적으로 금지한다. 해당 데이터를 국외 반출시 국가안보 위협이나 국익에 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법에도 국토부장관 승인을 받거나 외국 정부와 상응하는 정보를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반출이 가능하다는 '대통령령'은 있지만, 이는 연구 목적 등 제한된 용도일 경우에 허용됐다. 실질적으로 구글같은 외국 민간업체가 상업 목적으로 활용할 데이터를 내준 사례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가 (데이터를 민간에 넘겨준 뒤) 해당 정보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경우 안보위협이 높아질 우려 때문에 반출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런 정보는 일개 기업이 달라고 요청할 게 아니라 국가간 협정을 통해 맞교환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미국은 우리에게 그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측량법 개정안은 국가안보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측량성과(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으나, 규제완화를 통한 측량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사항에 대해 국가정보원장 등 관계기관장과 협의시 반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제16조 제2항과 제21조 제2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장관은 국가안보 관련 사항에 대통령경호실장,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관계기관장과 협의를 거칠 경우 우리나라 지도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구글이나 MS가 국토부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업계 의견이나 이 근거 조항을 통해 자사 지도서비스에 우리나라 지리정보 데이터를 확충하기 위한 국토부장관(또는 그 위임을 받은 국토지리정보원장)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실 이 업체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외국업체 지도서비스는 각 업체 사정과 국내 실정법상 제약으로 다른 지역보다 제한된 기능만을 지원한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업체에선 되는데 구글이나 MS 지도로는 안 되는 대표적인 기능이 걸어갈 때 이동경로를 찾아주는 '도보 길찾기', 그리고 정밀도가 높은 항공사진 서비스다.

도보 길찾기를 위한 데이터는 지도상의 지점간 위치를 연결할 때 필요한 지구상의 위도나 경도 등 좌표값, 그걸 잇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로 연결망 정보 등을 포함한다. 이는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연결되는 지형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다. 항공사진도 그 실제 좌표에 맞물려 서비스된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 근간이 되는 수치 데이터를 변환, 가공시 민간용이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으로도 쓸 수 있다. 여기 담긴 지형지물의 좌표값이 정밀하고 실제 물리적 위치에 근접하다면 이를 입수한 적국에서 미사일같은 살상무기의 타격 정확도를 높이는 데 쓰일 게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미국 정부가 관련 내용을 법제화하는 건데,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불어 구글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주와 형식의 데이터를 달라는 건지, 받아서 어떻게 쓸 건지 알려지지 않았단 사실도 정부의 보수적인 자세를 덮어놓고 비판할 수 없게 한다.

다만 국토부는 1:25000 축척의 전자지도를 국외반출하는 부분을 놓고 국내 업계와 유관기관 의견을 수렴해 왔고, 내년 법령 개정을 통해 그런 수준의 전자지도를 국외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지난 9월초 알렸다.

당시 국토부는 국토지리정보원이 길안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전자지도를 제작, 배포할 것이라며 향후 1:5000 이상 대축척 전자지도 국외반출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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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토부가 배포할 전자지도가 실제로 쓸만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를 구글같은 국외 업체가 자체 플랫폼에 활용할 수 있는 형식인지도 불분명하다. 최근 구글을 포함한 몇몇 외국 업체들이 해당 데이터 샘플을 받아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리지만,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GIS업체 기술담당 이사는 과거 제공된 1:50000 축척 등의 전자지도는 사실 정밀도 측면에서 민간사업자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왔다며 1:5000 축척 지도를 축소 편집해 비교적 정확한 1:25000 축척 지도를 만들었다더라도, 1:1000 수준에 달하는 국내 포털업체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