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임의 임시조치, 사적 검열 칼"

불법 콘텐츠 판단...포털 사업자가 하기에 버겁다

일반입력 :2013/11/21 08:55    수정: 2013/11/21 09:01

남혜현 기자

사법부도 판단하기 힘든 것을 사업자가 어떻게 결정하나

포털 사업자가 명예훼손 등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임의로 비공개 조처하는, 이른바 '임의 임시조치제도'를 놓고 학계와 업계 반응이 엇갈렸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은 지난 6월 법률전문가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참여해 구성한 연구반의 개선 방안을 공유하고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 결과를 녹인 주제 발표는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맡았다. 그간 논란이 됐던 '임시조치의 대상과 기간'을 구체화했다.

예컨대 '임시조치 기한은 30일로 하되,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60일 후에 삭제 조치한다' 등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 포털이 느낄 부담을 덜어주겠단 취지다.

임시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의 요청이 있거나, 포털이 알아서 판단하에 임의로 게시물의 공개를 막는 기능을 뜻한다.

법조, 학계 전문가와 정부 측은 원칙적으로는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인터넷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빨라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소송으로 이어지면 그 피해를 구제할 길이 없어진다며 임시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앤장 소속 이창범 박사는 사업자들에 판단의 기회를 줘야 한다. 자율적으로 사업자들이 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세우기가 힘드니까 전문가와 정부, 기업이 세밀(detail)한 기준을 만들고 그 집행을 사업자나 협회가 하면 어떤가 한다라고 말했다.

홍익대 법학과 장용근 교수는 정치인이나 기업가 등에 대한 게시물에 대해선 사법적 체계가 정립되기 전엔 표현의 자유로 받아 들여주고 이의 신청을 받으면 안되겠지만, 연예인 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임시조치는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포털, 불법성 애매모호...우리가 판단 어떻게 하나

포털로선 임의 임시조치 권한에 따른 책임이 무겁다는 입장이다. 명백히 불법적인 콘텐츠의 경우 약관에 따라 '삭제' 조치 할 수 있는데, 굳이 불법이라는 판단이 모호한 사안을 포털이 비공개 처리 한다든가 삭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정혜승 실장은 지금까지 다음은 임시조치를 단 한 건도 해본적이 없다, 법이 있는데도 왜 안하냐고 묻는데 불법성이 명확할 경우 삭제를 하면 되지만 임시조치의 경우 불법성이 애매모호해 법원이 아닌 다음에야 판단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어 임의 임시조치가 포털에 사적 검열의 권한을 부여하는 굉장히 무게가 무거운 칼이라며 포털에 임시조치에 대한 면책 효과를 준다고 하더라도,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칼이 아니며, 불법 여부를 포털이나 어떤 사업자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칼을 쥐어주는 것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은 판례에 따라 사업자가 임의 임시조치를 했다 하더라도, 원래는 게재자와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이 사이에 분쟁이 돼야 하는데, 이 경우 사업자와 정부간 문제가 된다. 그러면 사업자에 리스크가 생긴다라고 우려했다.

역차별 이야기도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의 임시조치 개선은 국내 포털에만 적용되는 법이다. 예컨대, 해외 사업자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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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실장은 다양한 해외 서비스를 최근엔 얼리어답터가 아닌 이들도 많이 쓰고 있다라며 임시조치는 우리나라에만 있어서 생기는 문제기도 한데, 해외 사업자와 본질적이 역차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게시물을 지우는 것과 관련해 불만이 생긴 이용자들이) 해외 서비스로 갈래, 라고 할경우 이용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SK컴즈 성기혁 대외협력실장도 사실 임의의 임시조치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사법부도 판단하기 어려운 것을 사업자에 책임을 돌리나. 법은 최소화하고 (불법 여부를 판단해 게시물을 내리는 것을) 사업자에 떠넘겨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