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스마트폰 야심작 ‘엑스페리아Z1’ 미국 가격이 출시 몇 주 만에 급락했다. 소니가 추진 중인 국내 고급형 시장 진입에 불안 요소다.
스마트폰 가격 변동이 흔함을 감안해도 소니에게 이번 일은 아프다. 글로벌 재도약을 위해 핵심 역량을 총집결하고, 100만원대 고가를 내세웠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출시 전부터 ‘괴물폰’이란 별칭이 붙었었다.
30일 해외 업계에 따르면 ‘엑스페리아Z1’의 미국 내 최근 가격은 약정 없이 620달러(약 65만원) 정도다. 국내의 해외 전자제품 구매 대행업체가 판매하는 가격도 비슷하다.
소니가 지난 달 이 제품을 출시 때 제시한 가격은 599파운드(약 102만원). 스마트폰 시장에서 추락한 소니 이미지를 감안하면 의외의 고가였다.
전작 ‘엑스페리아ZU’도 초기 출고가가 이와 비슷했지만 액정 크기가 6.4인치로 태블릿에 가까운 제품이다.
또, ‘엑스페리아ZU’는 출시 한 달여 뒤인 지난달까지 80만원 안팎 가격을 유지했다. ‘엑스페리아Z1’의 가격 방어 실패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소니는 한국에 ‘엑스페리아Z1’을 출시하면서 통신사에게 최대 금액을 보장받길 원하지만 해외 가격 하락이 악재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 제품에 보급형 이상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나 아이폰 가격으로 엑스페리아가 국내서 승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대규모 물량을 받아들이는 부담을 감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니가 보급형 시장으로 방향을 트는 시나리오도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 고급형 시장 경쟁을 지향해왔고, 국내 재 진입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 알뜰폰 출시를 검토만 하다 없던 일로 돌렸던 소니다.
업계 관계자는 “엑스페리아Z1이 호평 받은 것과 판매 성적은 별개 문제”라며 “가격 방어 실패는 실제 판매가 기대에 달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소니가 최근 국내 국립전파연구소로부터 ‘엑스페리아Z1’ 전파인증을 받았지만 ‘국내 출시 확정’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이 뒤틀리면 출시가 요원해진다. 소니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소니는 지난해 초 전파인증까지 통과시킨 스마트폰을 결국 출시 못했다. SK텔레콤과의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제품은 구형이 됐고, 상품성이 떨어졌다.
소니 관계자도 “물량 관련해 한국 이동통신사와 협상이 쉽지 않다”며 “제품 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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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엑스페리아Z1’은 2천70만화소 카메라가 주 무기다. 센서크기가 1/2.3형으로 콤팩트 카메라 수준이다. CMOS 이미지센서(Exmor RS for mobile 센서ㆍ2060만화소),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BIONZ for mobile)을 결합해 ‘렌즈 하이브리드화’를 이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크게 밀려 변방으로 떨어졌지만 광학 이미징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한 소니가 전공분야를 승부수로 던진 것이다. 고가 출고가 책정 이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