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상용특허 침해 주장에 애플이 '쓰지도 않는 기술로 시비'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양사가 국내서 1년반 넘게 끌어온 특허 침해 소송의 마지막 변론 중 터져나온 원성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양사 특허 침해 소송의 최종변론 중 피고 애플측 대리인(김앤장)은 원고 삼성전자측 대리인(광장)이 스스로 제품 개발에 쓰지도 않은 특허권을 무리하게 행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간의 공방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6일 아이폰4S와 아이패드2 등 애플 제품으로 자사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및 화면 회전 또는 알림창 기능 관련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관련된 특허 3건을 침해당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걸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양측이 지난 2011년 4월 같은 법원에 삼성전자 통신표준특허와 애플 바운스백 등 상용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맞붙어 지난해 8월 상호 배상 및 제품 판매금지 판결을 받은 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된 추가 소송이다.
즉 각국 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까지 다룬 '표준특허 대 상용특허'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소송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맞소송을 진행했지만, 추가 소송은 삼성전자의 일방제소다.
■삼성전자 표준특허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의 제소 직후 4~5월중 3번에 걸쳐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UI 관련 상용특허를 다루는 기술심리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6월19일부터 지난 26일까지 12차례에 걸쳐 당사자간 변론을 들었다. 당초 예상된 판결 시점은 올해 7~8월이었지만 양측의 다툼이 길어져 실제 소송기간은 연말까지로 서너달 더 늘었다.
소송 장기화에는 삼성전자가 주장 내용을 일부 바꾼 일도 작용했다. 당초 주장한 특허는 ▲단문메시지를 그룹화하는 방법('700특허) ▲휴대폰 문자메시지 작성 과정의 검색창 분할기술('808특허) ▲휴대폰 가로세로 회전에 따른 UI표시방법 특허('172특허), 3건이다. 이가운데 마지막 것을 지난해 소송 진행중 제하고 ▲상황변경시 지시자를 변경하고 기능을 등록해 사용하는 기술('646특허)을 포함시켰다.
이 사건은 애플이 아니라 삼성전자 쪽에서 상용특허로 공격하는 재판이란 점에서 판결 내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문제의 제품에서 특허 내용이 어떻게 실현됐는지를 주장하고 반박하는 내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허 3건에 대한 침해를 입증하려는 삼성전자의 공세와 그걸 무효화하기 위해 '기술의 신규성 및 진보성'을 부정하는 애플의 비교대상 기술 제시와 반박이 이어졌다.
■양측 대리인 특허 기본원리도 모르나 설전
마지막 변론은 지난 26일 오후2시께 시작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특허 3건의 수십가지 청구항과 그에 대한 애플측 반박의 재반박을 제시하며 애플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하는 기술들은 각 특허의 특징적 구성을 갖지 못한 별개 기술로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부정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애플은 기술이 비침해라는 사실을 아는 삼성전자가 (특허의) 특정 구성요소를 회피하거나 (애플 제품에 구현된) 엉뚱한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급기야 양측은 상대가 특허법상의 '발명' 개념을 왜곡해 이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또 애플측 대리인은 이 사건 특징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 발명을 실시(제품화)하지 않은 기술로 소송을 걸어왔다는 것이라며 특허 3건 모두 산업적·기술적 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변론 개시 2시간 반쯤 경과한 시점에 삼성전자측 주장자료를 되짚으며 나온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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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측 대리인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 발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허의 가치와 그 실현 여부를 연관짓는 것은 억지라고 되받아쳤다.
이날 양측 변론은 당사자들의 예상을 훌쩍 넘겨 오후 6시 넘도록 이어졌다. 그나마 전날밤 삼성전자가 밤 9시를 넘겨 제출한 수백페이지 분량의 추가증거서면을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예정대로 결심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선고기일은 오는 12월12일로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