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눈물의 마지막 연설현장

일반입력 :2013/09/30 09:09    수정: 2013/09/30 09:28

영웅의 시대가 저물었다. 90년대 전세계 IT의 부흥을 가져왔던 세대가 모두 떠나고 새로운 강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의 회사 직원들 앞에서 보인 마지막 연설은 시종 시끌벅적했지만 그래서 쓸쓸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키아레나'에서 열린 연례직원회의의 연설자로 스티브 발머 CEO가 단상에 올랐다.

1만3천여명의 직원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다. 지난달 돌연 은퇴를 선언한 스티브 발머의 마지막 연설이 시작됐다.

발머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워너비스타팅섬씽'에 맞춰 춤을 추며 입장했다. 그리고 30년전 첫 사원회의 때도 '워너비스타팅섬씽'을 선보였다며 입을 열었다.

발머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디바이스와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는 MS의 전략을 강조했다. 그리고 클라우드, 모바일, 웹 등에서 5년간 MS가 달려온 길을 재조명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MS가 싸워가야 할 적들과 MS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애플은 유행을 타고, 아마존은 싸구려이며, 구글은 더 많이 알려한다 등의 발언을 해 화제에 올랐다. 경쟁사를 폄훼하는 격에 맞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외부인이 아닌 MS 직원들 앞에서 보인 비공개 행사에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한 평가다.

현장의 직원들은 그의 말에 열띤 반응을 보였다. 'MS가 침몰한다, 끝났다' 등 외부의 거센 비난에 시달려온 MS 직원들에게 떠나는 전설의 주인공이 희망의 말을 전한 것이다. 청중은 당연히 환호할 수밖에 없다.

그는 시종일관 활기차게 연설을 이어가다, 말미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는 우리 앞에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에겐 엄청난 숙명이 주어졌다며 MS와 소수의 기업만이 미래를 써나갈 준비를 갖췄다고 독려했다.

발머는 우리는 수년동안 탁월한 회사였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해동안 탁월한 회사일 것이다라고 외쳤다.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객석에서 우리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답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라며 눈물을 흘렸고, 퇴장하며 객석의 직원들과 뜨거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그는 마지막 연설을 마쳤다.

스티브 발머는 1980년 MS에 입사한 뒤 2000년 빌 게이츠에 이어 CEO를 맡았다. 그는 모바일 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처, 윈도8 부진 등의 이유로 갑자기 올해 8월 사퇴를 발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엔 사모펀드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발머의 퇴장에 따라 20세기를 이끌었던 IT영웅들이 모두 퇴장했다. 빌 게이츠는 20세기의 마지막과 함께 IT업계를 떠나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고, 스티브 잡스는 2011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에릭 슈미트는 구글 회장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적인 경영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이 IT업계의 화두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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