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튠즈와 아마존 킨들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흩어진 콘텐츠 판매처를 합치고, 담당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대대적인 플랫폼 재정비에 나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리더스 허브와 뮤직 허브, 러닝 허브 등 각종 콘텐츠 판매 장터를 일원화하는 통합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삼성판 아이튠즈 혹은 킨들스토어가 될 전망이다.
새 콘텐츠 플랫폼은 올 상반기, 이르면 내달 14일 미국 뉴욕서 열리는 갤럭시S4 언팩 행사서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콘텐츠 장터 통합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준비했으며 현재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각종 허브를 통합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며 지금 마무리 단계이며, 늦어도 상반기 중엔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갤럭시 탭 등 자사 스마트 단말기에 전자책, 음악, 게임, 미디어 등을 다루는 디지털 콘텐츠 몰을 'OO허브'란 이름으로 운영해왔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때문에 새 플랫폼은 애플 아이튠즈나 아마존 킨들스토어 같은 '콘텐츠 종합 몰'을 지향한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로는 전 세계 1위에 올라섰으나, 디지털 콘텐츠 유통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판단이 프로젝트의 배경이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판매하는 삼성앱스는 그대로 존재한다. 애플이 앱은 앱스토어에서, 전자책·음원 등 콘텐츠는 아이튠즈에서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 전략이다. 아마존도 앱스토어와 킨들스토어를 별도 운영한다.
이 관계자는 새로 출범할 콘텐츠 샵(장터)은 삼성앱스와는 별개이며 콘텐츠 종합몰의 성격을 띌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점검할 때 성능이나 사용자환경(UI) 등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진행과 함께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콘텐츠 유통, 음향 솔루션 등 콘텐츠·소프트웨어(SW)와 관련한 인재를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거 영입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는 아마존과 돌비의 전문가들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헤드헌터를 통해 아마존과 돌비의 1급 인력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했다. 아마존으로부터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 전문가를, 돌비에선 음향·음성인식과 관련한 인공지능 전공 기술자를 흡수하기 위한 시도다.
국내 인력 확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 홍원표 사장이 부임한 이후, 삼성은 젊은 콘텐츠 전문가와 SW 기술자들을 대거 충원하며 실무진을 꾸렸다. 실무 담당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최근엔 8년차 이상 베테랑급 전문가 영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 관계자는 콘텐츠와 SW를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 강력한 충원 요구가 있었다며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고, 삼성이 확보한 콘텐츠를 제대로 판매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모든 분야 전문가를 충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굉장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력 충원을 통해 하드웨어 전문 이미지를 넘어 콘텐츠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유통 시장은 그간 애플과 아마존이 독식해 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등극한 삼성 입장에선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전 세계 판매된 갤럭시 시리즈의 숫자를 생각하면, 글로벌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삼성이 도전해볼만한 시장이란 판단도 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콘텐츠 플랫폼 재정비와 인력 충원이란 공격적 행보를 불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 2013'에서 삼성의 차기 전략을 '플랫폼 기업'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홍원표 사장은 MWC에서 간담회를 갖고 디바이스 혁신을 할 때마다 MSC는 그 위에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면서 삼성전자는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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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새 플랫폼 출범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인지도 개선을,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유통 시장 저변 확대를 모색한다. 콘텐츠 시장의 핵심으로는 영상 등 미디어와 디지털 교과서를 위시한 교육 콘텐츠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3 이후부턴 독자적 리더스 허브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실효성은 적었다며 인력을 충원하고 공격적 행보를 보인 만큼, 아직 개척되지 않은 디지털 교과서 등 교육 콘텐츠 시장을 공략해 애플이나 아마존과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