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시스코시스템즈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VCE가 통합시스템 제품인 V블록 1천대 출하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동시에 10억달러 연매출기록도 발표했다.
VCE는 2009년 EMC, 시스코가 인텔, VM웨어 등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설립한 회사다. VCE는 시스코 UCS 서버, 넥서스 스위치에 EMC 스토리지와 VM웨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사전 통합해 판매하는 V블록을 출시했다.
V블록은 첫 출시 후 1분기마다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2011년 4분기 2억달러 매출벽을 돌파했다. 가트너의 작년 11월 통합시스템 보고서(2011년 1분기~2012년 2분기)에 따르면, VCE는 통합인프라시스템 시장점유율 52.7%로 1위를 기록중이다.
그러나 VCE의 10억달러 매출 기록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업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난달 말 자료에서 EMC와 시스코는 각각 VCE 투자에 대해 4억320만달러, 3억2천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VCE에 EMC는 6억6천720만달러를 투자해 58%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시스코는 4억5천700만달러를 투자해 35%의 지분을 보유했다.
VCE란 단독 법인은 전체 사업에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투자업체 스스로 손실이라 밝히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가트너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가트너는 통합시스템을 세 종류로 분류한다. VCE의 V블록을 비롯해, HP의 컨버지드인프라시스템, IBM의 퓨어플렉스, 델의 V타트 등 전반적인 기본 인프라 구축을 단축시킨 '통합인프라시스템'이 첫째다.
다음으로 오라클의 엑사데이터, IBM의 퓨어애플리케이션, HP 앱시스템 등 특정 워크로드에 특화된 어플라이언스를 '통합워크로드시스템'이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레퍼런스 아키텍처에 따라 넷앱, 시스코가 공동으로 판매하는 플렉스포드를 일컫는 '통합레퍼런스아키텍처시스템'이 있다.
일단 통합인프라시스템에선 VCE의 1위가 공고하다. VCE는 작년 2분기 2억2천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52.7% 성장했다. 2위는 HP로 9천250만달러매출을 거둬 전년동기 대비 63.4% 성장했다.
성장률 자체만으로 보면 델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델은 작년 2분기 1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년대비 240.5%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4분기부터 통합인프라시스템 스팍슈퍼클러스터를 판매하기 시작한 오라클은 작년 2분기 435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 퓨어플렉스를 내놓은 IBM은 1천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통합인프라시스템만 보면 VCE의 성공은 명확해보인다. 전체 3억8천859만달러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워크로드시스템을 보면 VCE의 성공은 빛을 잃는다.
오라클은 통합워크로드시스템 시장에서 지난 2분기 2억1천33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엑사데이터, 엑사로직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의 성장률은 1년전보다 77.8% 성장했다.
IBM은 퓨어애플리케이션시스템으로 2천44만달러 매출을 거둬 38.5% 성장했고, HP가 앱시스템으로 1천500만달러 매출을 거둬 57.9% 성장했다.
전체 통합워크로드시스템 시장은 분기당 3억8천596만달러 대로 커졌다.
통합레퍼런스아키텍처시스템의 경우 넷앱-시스코의 플렉스포드는 2억1천6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전년동기대비 37.4% 성장한 것이다. 전체 시장은 2억8처200만달러 규모로 커졌다.
이를 모두 합친 통합시스템 시장으로 볼 경우 VCE는 가장 많은 분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합친 오라클이 2위로 VCE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IBM 역시 퓨어시스템 매출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HP와 델도 성장세다.
당초 VCE의 V블록은 오라클, IBM, HP 주도의 수직계열화된 IT시스템 판매전략에 EMC와 시스코란 회사가 연합으로 대항한다는 성격에서 나온 제품이다. VCE V블록은 가장 앞서 출시된 통합시스템인 만큼 시장 선점의 이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후 오라클과 IBM, HP, 델 등 단일 업체의 통합시스템이 맹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VCE 연합은 생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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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넷앱-시스코의 플렉스포드 사업이다. 플렉스포드는 전체 통합시스템 시장에서 3위 매출을 보였다. 플렉스포드는 V블록과 달리 시스템 구성요소를 사용자 상황에 따르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 여러 상황에 맞는 레퍼런스 아키텍처가 존재하기 때문에,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의 가격조정 여력이 많다.
플렉스포드같은 느슨한 접근법이 통합시스템 시장에서 또하나의 거대 영역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