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흥망에 흔들리는 SI 계열사들

일반입력 :2013/01/11 09:11    수정: 2013/01/11 09:38

송주영 기자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동양네트웍스가 IT서비스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동양네트웍스는 한국IBM 등에 일부 사업을 매각해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IT 서비스 부문 전체를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사업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동양네트웍스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IT 아웃소싱 사업 등 일부 사업을 한국IBM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 FDS 인수, 동양계열 금융사 IT자산 인수로 IT서비스 사업을 키웠던 동양네트웍스가 사업 축소 위기다.

동양그룹은 건설 경기 하락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계열사 매각도 추진중이다. 동양매직 등도 매각 대상이다.

SI 계열사는 그룹과 흥망성쇠를 함께 한다. 동양네트웍스만이 아니다. 그룹계열 SI업체는 계열사들의 IT아웃소싱 사업을 맡고 있고 '캡티브'라고 불리는 이 부문이 매출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SI업체가 그룹과 떨어져 홀로서기하지 못하고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례로 IT서비스 업계 1위인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200조원을 넘기며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과 궤를 같이해,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비 26%. 3분기까지만 매출 4조원을 훌쩍 넘겼다. 삼성SDS 내 해외매출이 늘고 계열사 비중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에서 나온다.

반면 그룹사 위기 속에 험난한 길을 걸었던 SI 계열사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업체가 현대정보기술이다. 현대정보기술은 한때 업계 3위의 SI업체였다. 2004년 경영난을 겪었던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사업이 축소되면서 지난 2010년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되기까지 주인만 3번 바뀌었다. 연간 매출액도 1천800억원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업체가 계열 분리 이후 중견SI로 전락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10여년을 홀로서기했던 대우정보시스템은 지난해 AT커니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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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문에서는 제일FDS가 비운의 길을 걸었다. 제일FDS는 제일은행 IT자회사로 설립됐지만 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에 팔리면서 2006년 KT에 넘어갔다. 이후 KT FDS로 이름을 바꿨지만 다시 2009년 다시 동양시스템즈에 매각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사 매출이 늘면 계열 SI업체 매출이 늘고 줄면 함께 줄어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우리 SI업계는 그룹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BM, HP와 같은 별도의 자생력을 갖춘 IT서비스 업체가 나오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