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초의 100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사이 한국은 IT선진국에서 멀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개발중인 슈퍼컴퓨터 ‘티엔허2’를 2015년까지 100페타플로스 성능으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페타플롭스는 초당 10경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하는 것에 해당한다. 현재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미국의 타이탄은 이론상 20페타플롭스 성능을 기록했다.
향후 선보일 티엔허2는 중국 과학부의 지원을 받게 되며, 우주 탐사와 헬스케어 연구 등에 사용된다. 하드웨어는 인텔의 아이비브릿지-EP 제온 E5-2600 v2 프로세서와 차세대 제온파이 코프로세서인 나이트랜딩 10만개로 이뤄진다.
2010년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지위에 올랐던 티엔허1A의 경우 엔비디아의 GPU(M2050테슬라) 10만352개와 인텔 프로세서 7만168개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태였다. 티엔허1A는 이론상 4.7페타플롭스, 실제 벤치마크에서 2.57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티엔허1A에 자체 개발한 CPU 프로세서를 집어넣어 화제를 모았다. 스팍 디자인에 기반한 프로세서와 갓슨3B란 MIPS 프로세서다.
텐허2가 엔비디아 칩셋을 사용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엔비디아와 인텔 모두 텐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인텔의 샌디브릿지-EP 기반 제온 E5-2600을 아이비브릿지-EP 기반으로 교체할 경우 5천대의 서버노드가 산술적으로 2.1페타플롭스 성능을 낼 수 있다. 10만개 코어를 위한 구성을 생각해보면, 대략 20만개의 제온 프로세서가 21페타플롭스 성능을 낸다. 때문에 100페타플롭스를 위해 80페타플롭스는 코프로세서인 제온파이로 얻어내야 한다.
단순계산을 하면, 현존 나이츠코너 제온파이는 60개 액티브 코어로 1.05GHz 클럭속도를 낸다. 이는 1테라플롭스 성능에 가깝다. 결국 80페타플롭스를 위해 7만5천973개의 제온파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서버 노드당 1.5개의 파이카드가 필요하단 얘기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자체 개발한 인터커넥트 기술과 SW기술을 합쳐 100페타플롭스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중-일, 슈퍼컴 1위국가 경쟁 속 한국은...
현재 세계 슈퍼컴퓨터 강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작년 타이탄을 통해 2년만에 세계 1위 국가 지위를 되찾았다. 상위 500대 가운데 미국 내 시스템만 251개에 달한다.
또 다른 강국은 아시아의 중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2011년 케이(K)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10페타플롭스 장벽을 무너뜨렸다.
중국은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에 72대의 이름을 올려 미국 다음으로 많은 대수를 보유했다. 그러나 전체 성능 기준으로는 일본이 2위다.
한국은 4대의 슈퍼컴퓨터가 상위 500대에 속한다. ▲기상청의 해온, 해담(77위, 78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 II(89위) ▲서울대학교 천둥(277위) 등이다. 이가운데 천둥을 제외한 3대는 외국산 제품이다.
천둥은 서울대 이재진 교수의 연구진이 독자개발한 GPU-CPU 하이브리드 슈퍼컴퓨터다. 천둥은 GPU 가속기술인 오픈GL를 응용, 연산속도를 높인 SW를 사용했다.
천둥의 계산 속도는 8천64개 코어를 사용해 106.8테라플롭스다. 규모를 키운다면 해담이나 해온, 타키온 II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다.
■한국 슈퍼컴 강국 발돋움 언제쯤
IT와 국가기술력을 보여주는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한국은 줄곧 소비자 위치에 머물러왔다. 지난 2011년말에서야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슈퍼컴퓨터 육성법)’이 발효돼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작됐다.
이 법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와 전문센터 등 법안을 시행할 추진체계 설치와 슈퍼컴퓨터 육성을 위한 실무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국가 슈퍼컴 생태계 육성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 법은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조직 구성에 치우쳐 있고, 사실상 산업계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담고 있지 않다. 법안 통과에만 1년 넘게 걸렸다. 법안 발효 후 지난해 세부 시행안 논의도 뚜렷한 개선점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이 슈퍼컴퓨터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된다.
가장 큰 원인은 슈퍼컴퓨터 활용 부족에 있다. IT자원의 성능향상은 수요자의 요구가 많아야 이뤄진다. 국내의 경우 슈퍼컴퓨터의 활용분야가 매우 한정돼 있다.
일부 제조업과 국가연구기관에서 사용할 뿐 대중화되지 못했다. 사용분야가 적으면 자연스레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 개발에 인색해진다. 투자와 활용 인구가 적으면 또한 기술에 익숙한 인력이 줄어들고, 슈퍼컴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사라지면서 전반적인 산업 낙후를 초래했다.
국내 슈퍼컴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다. 슈퍼컴퓨터는 수천대의 서버를 묶는 것만으로 개발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보다 클러스터 관리, 워크로드 배분 알고리즘, 응용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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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교수팀의 천둥이 단숨에 상위500위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오픈GL을 활용한 독자 SW기술을 개발했기에 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는 그 나라의 IT기술력을 보여주는 척도일 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을 통해 국가 산업 전체를 윤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라며 “반드시 엄청나게 높은 순위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기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