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인터넷 통제’ 조항 신설에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온라인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유엔 산하 ITU는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서 폐막된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에서 1988년 이후 24년 만에 새 국제통신규약(ITR)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에서 막판까지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것은 ‘인터넷 통제’ 관련 조항이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등 민간기구가 행사한 인터넷 관리 권한을 ITU가 이양 받아야 한다는 게 해당 조항의 골자였다.
중국·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알제리 등은 “ITU에 인터넷 관장 권한을 주고 각국 정부가 검열과 감시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며 적극 찬성했고, 미국과 유럽은 “정부의 인터넷 개입 및 감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했다.
결국 서방 국가들의 반발로 새 규약 조문에는 인터넷 규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이 정보보호나 스팸 등에 있어 회원국들이 공조할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만 들어가게 됐다.
현재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한국이 이 개정에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는 “정부의 인터넷 검열 문제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된 중국과 러시아 등과 한 편에 섰다”는데 대한 자괴감이 짙게 드리워졌다.
한 누리꾼(@xro***)은 “UN의 인터넷 규제에 제 3세계와 공산권은 거의 찬성... 유럽과 북미는 거의 반대. 한국은 찬성에 표를 던졌군요. 심지어 일본도 반대표를 던졌는데... 굴욕이다”는 글을 썼다. 정지훈 명지병원 교수(@hicon***)도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수준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 새 국제통신조약서 ‘인터넷 통제권’ 반영 제외2012.12.17
- ‘인터넷 검열국’ 이란, 정부판 유튜브 등장2012.12.17
- NHN, 지배적사업자 지정 유보…규제 리스크는 지속2012.12.17
- ITU, 인터넷 통제 표준안 마련 중 해킹 당해2012.12.17
다른 누리꾼(@rockd***)은 “우리나라가 중동과 아프리카의 독재국가와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인터넷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에...세계에 나가 인터넷 검열국으로 위상을 확고히 떨쳤군요”라고 비꼬았고, 또 다른 이(@eye_th***)도 “다른 건 미국 좇아가지 못해 안달하면서 이런건 전체주의국가와 호흡을 같이 한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검열과는 무관하며 미국 중심의 인터넷 관리·발전 논의에 국제기구가 참여한다는 것에 찬성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트래픽 관리가 검열 이슈로 번진 것은 이를 바라는 중국 정부 주장 때문”이라며 “인터넷 결의문 때문에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측은 국제 인터넷 주소체계 등에서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현행 체제를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