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배심원대표, 이해관계 당사자였다

일반입력 :2012/09/26 23:09    수정: 2012/09/27 08:48

이재구 기자

지난 달 24일 나온 애플-삼성간 특허소송 배심원 판결에 대해 삼성이 주배심원을 맡았던 인물이 과거 삼성과 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던 인물이라며 새로운 재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심원 대표를 맡은 벨빈 호건(67)이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2대주주인 하드디스크(HDD) 업체 시게이트와의 개인적인 악연을 밝히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새로운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해 4월 19일 HDD 사업부를 시게이트에 13억7500만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당시 삼성은 시게이트 지분 9.6%를 받아 2대주주가 됐고 나머지는 현금 6억8759만 달러로 받았다.

퀸 임마누엘 삼성측 변호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새너제이 캘리포니아연방지법에 새로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벨빈 호건 주배심원은 1993년 그가 다니던 회사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하면서 자신과 부인이 개인적 파산자가 됐었던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이 세기의 특허전쟁소송의 배심원으로 나섰다.씨넷,톰슨로이터는 25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평결불복법률심리’ 신청서 중 외부인들이 볼 수 없도록 가려진 부분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을 파악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연방법원에 새로 제출한 소장에서 벨빈 호건 주 배심원의 부정(不正·misconduct)을 들어 '애플에 10억5천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평결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재판을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미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호건의 행위를 ‘배심원의 부정’으로 규정할 경우 지난 8월24일에 나온 배심원 평결이 무효화되고 새로운 재판이 열리거나 ‘증거 청문회’가 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이들 보도는 “9인의 배심원들은 배심원 예비심문 선서과정에서 주배심원인 벨빈 호건이 지난 1993년 자신의 전 고용주엿던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였고, 이로 인해 자신과 부인이 개인파산에 당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따르면 삼성은 ▲9명의 배심원들이 평결 과정에서 법정에 제출되지 않은 ‘외부 증거’를 부적절하게 검토했으며 ▲배심원 대표인 호건이 ‘배심원 예비 심문선서과정에서 자신의 고용주 시게이트와의 소송에서 자신과 부인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1993년 소송에 대해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2가지 측면에서 배심원의 부정(不正)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씨넷은 재판중 선임된 배심원 가운데 신뢰성을 의심받은 경우는 심리 첫날 한 배심원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고 왔다고 말했을 때 뿐이었다고 전했다.

보도는 외부증거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삼성의 주장과 관련, 일반적으로 “판결의 합법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배심원은 어떤 증언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연방법 규칙 606조를 소개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편향된 정보가 부적절하게 배심원에 영향을 미쳤을 때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덧붙였다.

벨빈 호건은 자신이 재판의 이해당사자라는 삼성의 주장과 관련, 톰슨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까지 연루된 모든 소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질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1993년 시게이트사와의 소송과 그에 따른 개인적 파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벨빈의 인터뷰에 따르면 시게이트가 1980년대에 자신을 고용했을 때 그는 콜로라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왔다. 그의 새로운 고용주는 그의 콜로라도 자택의 저당금의 절반을 대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호건이 1990년대에 해고당하자 시게이트가 회사에 돈을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호건은 시게이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시게이트는 맞소송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개인파산이란 방법을 선택했다.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재판부에 새로운 재판을 요구하면서 향후 미 법원이 호건의 이같은 행위를 배심원의 부정으로 판단할지 여부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건의 행위가 배심원의 부정으로 판단될 경우 기존 재판은 무효화되고 새로운 재판이나 증거 청문회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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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라이언 러브 산타 클라라대학 법과교수는 이같은 배심원의 부정을 들어 판결을 뒤집기는 좀 힘들어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호건은 삼성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할 일을 했고 나는 그들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