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3 가격 폭락에 전국 휴대폰 유통가가 마비 상태다. 사상 최대 규모 번호이동 손님을 맞아 전산망이 폭주, ‘월요일 대란’이 터졌다.
이미 거리에는 ‘갤럭시S3 공짜’ 문구까지 흔히 눈에 띈다. 약정만 걸면 4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택해도 할부원금 없이 기기를 넘긴다. 이통3사의 보조금 치킨게임이 이른바 ‘막장’에 이르렀다.
10일 오전 서울 소재 휴대폰 대리점들을 찾은 결과 갤럭시S3 구매와 번호이동이 바로 되는 곳이 거의 없었다. 다른 스마트폰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예약분 등 개통 물량이 몰리면서 트래픽 과부하가 일어난 것.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의 전산망은 일시적 마비와 풀리기를 반복 중이다.
한 대리점 책임자는 “현재는 위약금 조회만 하는데도 30분 이상 걸린다”며 “갤럭시S3뿐만 아니라 옵티머스LTE와 베가S 등도 물량이 없어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동안 보조금 폭탄…거리엔 ‘갤S3 공짜’까지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이통3사가 지난 7일부터 스마트폰 보조금을 두 배 가까이 올리면서 번호이동 수요가 폭증했다. 본사는 공식 휴무인 지난 8~9일 대리점들이 폭주한 번호이동 고객을 ‘예약’ 형태로 받고, 10일 오전 앞 다퉈 전산망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오전 중에만 경쟁사로 약 3천명이 넘는 고객이 번호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난 주말 동안 보조금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조금이 조만간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이날 점심시간을 전후로 ‘지금 번호이동을 안 하면 손해다’는 인식이 더 퍼졌다. 오프라인 판매점에 내걸린 ‘갤S3 오늘 하루만 공짜’라는 문구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부추기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 8일자 SK텔레콤 단가표에 따르면 갤럭시S3에 투입된 보조금은 신규가입 74만원, 번호이동 86만원, 기기변경 38만원에 달했다. 이 경우 번호이동을 원하는 소비자는 99만원대의 갤럭시S3를 약 14만원의 살 수 있는 셈이다. 단가표 곳곳에서는 리베이트 금액이 100만원을 넘기는 모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8일~9일 동안에만 이통3사 보조금 규모가 대여섯 번 가량 바뀌었다. 8일 12시 30분경 LG유플러스가 LTE 전 모델 번호이동에 11만원을 추가했고, 갤럭시S3, 갤럭시노트, 옵티머스뷰 등에 11만원을 더 얹어 총 22만원의 보조금을 더했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오후 1시경 LTE 전 모델 번호이동에 보조금 10만원을 추가했다. 010 신규는 갤럭시S3 20만원, 갤럭시노트 30만원이 더 늘어났다. 이후 오후 5시에 72요금제 이상 갤럭시S3, 갤럭시노트 번호이동에 5만원을 더했다. KT는 8일 오후 3시경 LTE 전 모델 번호이동에 보조금 10만원을 추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텔레콤은 8일에 이어 9일 일요일 오후 1시경 또 한 번 갤럭시S3, 갤럭시노트 번호이동 보조금 규모를 10만원 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게임에 소비자 불만↑…이통사 네탓 공방
보조금 경쟁으로 갤럭시S3 가격이 폭락하자, 출시 후 바로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보조금 금액이 날짜마다, 또는 온라인-오프라인 대리점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 한 판매점 관계자는 “나는 이 가격에 샀는데 왜 이렇게 가격이 떨어졌느냐며 항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조금 정책이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판매점이나 대리점에서도 골치다. 인터넷에서 갤럭시S3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글을 본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유통비, 인건비 등이 포함돼 온라인 대비 금액이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보조금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고 심하면 하루에도 3번 이상씩 단가가 변경되는가 하면, 서울이나 경기도, 지방별로도 금액이 다 다르다”며 “최근 고객들이 인터넷에서 가격을 보고 와 무조건 그 가격에 달라고 하는 통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시장 과열에 따른 우려를 내놓으면서도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은 LTE 가입자 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 보조금 경쟁을 촉발할 이유가 없다”며 “경쟁사가 보조금을 올리면 할 수 없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갤S3 대란에 결국…“밤10시까지 폰 개통”2012.09.10
- 이통사 ‘갤S3 대란’에 방통위 칼 빼드나2012.09.10
- 갤S3 가격 또 폭락…“판매원도 기겁”2012.09.10
- LGU+? KT? 보조금 전쟁 부활 서로 네 탓2012.09.10
KT 관계자는 “KT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보다 훨씬 싸게 파는 온라인조차도 갤럭시S3 가격은 20만원대”라며 “지난 주말 경쟁사가 보조금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 추가정책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보조금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 등을 감안했을 때 LG유플러스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보조금 경쟁이 심각하게 과열되는 가운데 이러한 경쟁은 단순 가입자 뺏기 출혈 경쟁을 넘어 이통사 전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