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DTV용 칩 시장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타이완 팹리스 기업들의 위력에 우리나라 관련 핵심칩 국책사업이 무릎을 꿇었다.
이 사업 내용은 시스템IC2015(시스템반도체단기상용화사업)의 일환으로서 세계 1,2위 DTV제조업체 삼성전자,LG전자 DTV용 중급 칩 개발계획을 골자로 하고 있다.
29일 사업을 진행해 온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업 가운데 지난 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오던 DTV칩개발사업 소과제(DTV SoC개발계획)가 기획한 지 1년 만에 중단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와 업계에 따르면 수백억원대 개발비용을 투입키로 한 이 칩 개발사업 포기의 배경으로 ▲최대 수요기업 삼성전자,LG전자의 불투명한 사용의지 ▲파운드리 비용 증가등에 따른 타이완 수준의 가격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꼽혔다.
지경부는 올초부터 수요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와 텔레칩스,티엘아이 등 10여개 기업들이 수차례에 걸쳐 실제 상용화를 전제로 한 개발작업 실무간담회를 진행했으나 조율이 안돼 지난 5월초 4개월여만에 최종적으로 포기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 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이 사업과제를 내놓았고 이후 DTV,자동차중에서 2012신규과제 후보로 선정, 지난해 말 DTV SoC칩 개발을 위한 사전심의를 통과시킨 바 있다.
두회사는 날로 치열해지는 DTV 분야 경쟁 속에서 국산화 칩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별도의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쓴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측의 한 관계자는 “수요기업 입장에서 국산화 프로젝트의 취지는 결국 외산기업들에 비해 싸고 좋은 칩을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이를 못 맞춘다면 기획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기존에 국내 보급형 DTV용 SoC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타이완의 엠스타·미디어텍칩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최초로 이 DTV용 SoC개발 필요성을 지식경제부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제안자다.
지난 해 초 이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 기획을 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태희 담당 PD는 “미디어텍이나 엠스타의 경우 작년 한 해만 몇 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만큼 기술성숙도가 높다. 국내에서는 대형과제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보니 DTV용 SoC로 방향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엔드급에서는 삼성·LG가 자체 SoC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저가 칩에서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목적이었다. DTV의 화질개선칩과 통신을 통해 전송받은 압축된 전송신호를 풀어주는 디모듈레이터, 화면에 골고루 영상을 뿌려주는 스케일러와 오디오·비디오 코덱칩 등을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여러 관련 팹리스 기업들은 600억~700억원정도 개발비용을 공동 투자할 수 있는 별도의 회사를 차린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해 왔다.
당초 취지와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다. 기획 초기부터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온 이장규 텔레칩스 부사장은 “수요기업들이 주문형 반도체(ASIC)보다도 더 칩 크기를 줄이고, 기능을 통합한 형태의 ‘풀커스텀화(Full Customization) 칩을 요구하면서도 3달러 수준의 가격을 맞추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팹리스 입장에서 600억~700억원이 투자되면 회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수요기업에서 칩을 반드시 쓰겠다는 확답을 주지 못하고, 마진 역시 거의 남지 않아 다른 사업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달수 티엘아이 사장 역시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고려한 반도체 설계에는 약한 편이라 어려운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완 엔지니어들은 10원 단위까지 고려해 칩을 만들정도로 원가 최우선주의 개발 환경에 익숙한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개발방식에 대한 경험과 여건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팹리스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완이나 중국 팹리스 기업들이 TSMC나 UMC와 같은 자국 팹을 사용할 경우 일부 팹 비용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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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아이서플라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DTV용 SoC 시장에서 엠스타와 미디어텍은 각각 39%, 12%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작년 DTV용 SoC의 시장규모는 약 2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DTV용 SoC는 지난 2009년 기준 업계추산 15억7천만달러(약1조8천억원)를 수입할 정도로 규모가 늘어나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