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완승'…자바 지재권 침해 무효 확정

일반입력 :2012/06/01 09:53    수정: 2012/06/01 09:59

구글이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던 오라클 주장이 무효로 확정 판결됐다. 지난주 특허 침해에 대한 배심원 평결과 불분명했던 저작권 침해 성립여부 판단이 이뤄졌다. 이로써 원고 오라클은 피고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가 침해한 자바의 지적재산권을 근거로 배상을 받아낼 수 없게 됐다. 다만 특허 부분에 관련된 항소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슨 일 있었나

지난해 오라클은 구글에 자바 기술과 관련된 특허와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해왔다. 사건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 치안판사가 사전심리 기간동안 양사 합의를 유도했지만 어그러졌다. 결국 지난달초 공판이 시작됐다. 그간 오라클은 자바 가상머신(VM) 관련 기술 특허와 자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저작권 침해를 주장해왔다.

사전심리 기간부터 오라클이 구글에게 받아내려던 최대 배상 규모는 처음 61억달러부터 수십억달러내지 10억달러로 축소됐다. 이어 법원은 실제 재판을 진행하며 오라클이 받아낼 수 있는 최대 배상 규모를 15만달러로 제한했다. 이는 구글이 마지막 합의안으로 제시한 280만달러보다도 적어 대체로 오라클에 불리한 흐름을 예고했다.

그간 사건을 맡아온 윌리엄 앨섭 판사는 오라클과 구글간 주요 쟁점이었던 '자바API 37개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여부'와 '자바VM 관련 기술특허 침해여부'를 모두 무효화했다. 지난주 자바 특허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확정하는 동시에 이제껏 불분명했던 API저작권 관련 법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2달가까이 치른 양사 법정공방에 종지부를 찍은 모습이다.

미국 지디넷은 31일(현지시각) 앨섭 판사가 양측 쟁점이었던 자바API 37개에 대해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해 구글측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또 이보다 하루 앞서 30일에는 오라클이 지난주 배심원의 '특허침해 무효' 평결에 대한 무효 신청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API 저작권?

앞서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 플랫폼과 API를 설계하면서 자바API를 베꼈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구글에 특허 침해 혐의가 아니라 고유한 자바API의 '구조와 연속체와 구성(SSO)'이라 표현되는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를 씌운 것이다.

배심원들은 이를 다룬 소송 1단계 과정가운데 혼란을 겪었다. 오라클이 주장한 API저작권 개념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구글은 자바API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하다 수세에 밀려 '공정이용(Fair Use)' 했다고 입장을 틀었다. 배심원들은 구글의 자바API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공정이용 범주에 드는지 평결하지 못했다.

지난 7일 자바API에 관해 평결을 맡은 배심원 12명은 오라클의 저작권 관련 주장에 부분적인 의견만을 제시했다. 이들은 오라클의 자바API 37개에 저작권이 있고 구글은 이를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구글 행위가 공정이용 범주에 들어맞는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당시 구글 주장에 따르면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그 API는 이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대상이다. 그러므로 API 역시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다른 자바API 사용자들과 구글간 차이점이 있다면,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는 자바와 동일한 언어를 쓰지만 그 결과물은 오라클의 자바VM 이라는 환경에서 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는 오라클이 자바의 최대 장점으로 제시하는 '한 번 만들어 어디서나 실행하는(WORA)' 특성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오라클은 자사가 인수하기 전에 썬과 구글에 몸담았던 엔지니어와 기술임원들간 메일 교신 기록을 공개하며 구글도 안드로이드 개발시 쓰려는 자바API에 대한 권리를 썬으로부터 확보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판사, 배심원 평결 뒤집고 자바API 37건, 저작권 없다

3주 반이 흐른 현재 앨섭 판사는 배심원 평결을 뒤집고 자바API 37개를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구글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는 아예 논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앨섭 판사는 누구든지 어떤 메소드(method)를 구현할 때 짜는 코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코드 작성자는 자바API 안에서 쓰인 어떤 메소드 규격이나 함수와 완전히 동일한 코드를 소유할 수 있다면서 선언문이나 헤더라인이 동일한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썼다.

이어 자바 사용규칙에 따르면 사용자는 동일한 기능을 명세화하는 방식을 동일하게 선언해야 하는데 이는 구현 결과가 다르더라도 해당된다며 어떤 사상이나 기능을 표현하기 위해 한가지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표현을 독점해선 안 되며 모두가 그것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드로이드의 메소드와 클래스명은 그에 해당하는 자바 언어 안에서와 다르게 쓰이더라도 여전히 작동될 수 있다며 현행법상 저작권 보호 범주는 절대로 단순한 이름이나 짤막한 구절(names or short phrases)을 포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결과에 대해 구글은 공식 성명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개방되고 상호운용가능한 컴퓨터 언어 형식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필수 기반을 이룬다는 원칙을 지지한다며 협업과 혁신을 위한 좋은 날이라고 평했다.

오라클은 물론 불복한다는 입장이다. 이전부터 자바 규격을 구현할 때 항상 라이선스가 필요했기 때문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며 쓴 기술들은 무임승차권(free pass)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라클은 법원이 (판결 논거로 든) '상호운용성'은 구글이 의심할 여지 없이 안드로이드와 나머지 자바 플랫폼간의 상호운용성을 배제한 의도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 판결이 공식화된다면 미국에서 혁신과 창조를 보호하는 기반을 갉아먹고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노력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평했다.

■구글 자바특허침해 무효 오라클 항소 할까

30일 판결 내용은 지난주 구글측이 오라클의 특허를 침해한 혐의가 없다던 배심원 평결에 이어 담당 판사가 이를 확정한 것이다. 그는 다만 판결 말미에 오라클이 항소할 개연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주 특허담당 배심원 10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배심원들은 이제껏 오라클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미국특허 2건, 재발행(Reissue) 38104번과 6061520번에 대해 구글측에 책임이 없다고 봤다.

당시 오라클은 앨섭 판사에게 법률적 판결, 즉 '평결불복법률심리(JMOL)'를 요청해 이를 뒤집으려 했다. 결과만 보면 오라클이 요청한 JMOL에 대한 앨섭 판사의 처분은 '기각'이다.

해당 결정을 내리기 위해 앨섭 판사가 분석한 내용의 핵심은 적어도 특허 문제에 한해서 구글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배심원 평결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있음으로 요약된다.

앨섭 판사는 그의 분석에서 나중에 열릴 수 있는 항소법원에서 새로운 재판을 요청할만한 부분에 관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법정은 배심원들의 소송 위임장과 이후 판결 내용에 만족한다고 평했다.

이 사안은 당초 '저작권 침해 여부', '특허 침해 여부', '침해에 따른 배상 규모', 3단계로 구성된 재판가운데 2번째인 특허 침해 여부 심리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달 초부터 3단계로 치러지려던 재판은 배상규모 산정의 전제조건인 2단계 심리, 오라클 자바 기술 특허를 구글이 침해했다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이른 결말을 보였다.

다만 1단계 자바 API 저작권침해 여부는 뚜렷한 결론 없이 유야무야됐다. 지난주 특허침해를 기각한 배심원 평결 이후 담당 판사는 1단계서 미흡했던 API 저작권 관련 심리를 재개할지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미심쩍은 특허 기술 논쟁…항소 여지 남겨

지디넷은 이날 재판 진행 과정에 기술 전문가들의 증언을 놓고 전문용어와 관련한 논쟁으로 야기된 모든 실수와 혼란에도, 앨섭 판사가 여전히 배심원들의 일치된 평결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그 '실수와 혼란'에는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 교수 존 미첼 박사가 이달 중순께 했던 증언도 포함된다. 이는 오라클과 구글측 변호사들이 재판중 '결론이 안 날 논쟁'을 벌이게 한 불씨로도 묘사됐다.

당시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미첼 박사는 증언 내용상 오라클이 아니라 오히려 구글이 좋아할만한 말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뜨악스러웠을 제이콥스 변호사의 유도에 따라 정정하게 된다. 이 떄 구글측 변호사인 로버트 반 네스트는 그 증언이 말실수가 아니라 (구글측에 유리한 내용에서 오라클에 유리한 쪽으로) 의견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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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영상에서 미첼 박사가 인덱스는 숫자 참조라 증언한 내용은 처음에 구글이 오라클 특허를 침해한 게 아니란 쪽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구글측은 안드로이드가 '심볼릭 레퍼런스(symbolic reference)'를 전혀 쓰지 않으며 대신 '뉴머릭 레퍼런스(numeric reference)'를 쓴다고 주장해왔다.

심볼릭 레퍼런스는 오라클이 보유한 미국 특허 6061520번에 기술된 일종의 동작 명령어다. 회사측 변호사 마이클 제이콥스는 이를 데이터 위치상 숫자 메모리 대신 이름에 기반해 정적이기보다 동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식별하는 참조라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