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TV왕국으로 등극한 코리아가 TV용 칩부분은 대만 칩업체들에게 함락당했다.
엠스타·미디어텍 등 타이완 팹리스업체들이 불과 1~2년새 글로벌 TV용 영상처리칩(SoC)부문을 장악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들 업체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미국 기업들의 견제를 받았으나 1년 새 매출 기준으로 전세계TV용 칩시장에서 65%를 점유하면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팹리스업체는 세계 1,2위 TV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를 두고 있으면서도 TV용 칩(SoC)은 전멸한 실정이다. 가격경쟁력이나 투자규모 면에서 타이완 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LG에서 생산하는 중저가 디지털TV용 영상처리 SoC에는 엠스타와 미디어텍의 칩이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미 기업 제치고, 타이완 기업 1위 부상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미국의 트라이던트, 제네시스, 캐나다 ATI 등이 5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작년부터 급격하게 판도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업계 1위였던 트라이던트는 NXP의 TV용 반도체 사업부와 마이크로나스라는 기업을 흡수합병했음에도 작년 초 7.3%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미국 CSR에 인수됐던 조란 역시 부진한 상태며, 브로드컴은 작년에 수익부진을 이유로 하반기부터 TV용 SoC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다.
엠텍비젼·코아로직·텔레칩스 등 국내 멀티미디어칩 팹리스 기업들은 피처폰 카메라용 이미지처리칩 등 모바일 부문에서 선전하는 동안 타이완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TV 시장을 주요 목표로 삼아 기술개발 및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왔다.
업계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타이완 팹리스 기업들은 큰 변화 없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간 반면 국내 기업들은 TV부문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LG등 국내 주요 TV세트기업 역시 자체칩을 개발하고 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용 칩셋의 경우 일부 자체칩을 확보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칩은 타이완 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모 팹리스 기업 사장은 “중저가형 DTV용 칩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가격 차이를 줄이기 힘들고 타이완 기업들처럼 관련된 기술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파운드리를 통해 칩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사업 검토를 접었다”고 말했다.
■타이완 팹리스 성공 비결 뭐길래?
TV용 SoC는 오디오·비디오 관련 정보를 MPEG2와 같은 영상기술표준에 맞게 변환하는 칩, 안테나에서 오는 방송신호를 채널별로 분리해 전송하도록 돕는 디모듈레이터,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의 신호를 처리하는 칩 등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서는 타이완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으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SoC를 만들면서도 칩 당 가격을 10달러 이하로 줄인 점을 꼽았다.
때문에 이들 기업은 삼성·LG는 물론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등에도 반도체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엠스타와 미디어텍은 작년 전체 TV SoC 시장에서 각각 39.3%(8억5천700억달러), 17.5%(3억8천150만달러)를 차지하면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작년 TV용 SoC칩은 21억9천만달러 시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 DTV용 SoC 국산화, 이제 시작단계
타이완과 달리 국내 DTV용 SoC개발은 이제 막 시작단계인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말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사업(시스템IC2015) 중 디지털TV용 SoC개발을 새로운 아이템 중 하나로 잡고, 올해 62억원을 지원한 뒤 4년간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예산심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반도체협회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규모 면에서나 기술면에서나 이들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견줄 정도로 많은 기술이 집약돼야하고, 이에 따른 투자비 또한 많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ARM코어나 MIPS코어 등 관련 IP를 최적화하면서도 10달러 미만대의 저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 정도 수준을 확보하기 쉽지않을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담당 한태희PD는 “디스플레이나 멀티미디어칩 관련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 세트기업들의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TV대기업들의 타이완 팹리스 의존도를 인식해 작년 10월말부터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사업(시스템IC 2015) 중 디지털TV용 SoC개발을 새로운 아이템 중 하나로 잡고, 올해 62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4년간 최대 300억원을 지원되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심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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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격경쟁에서 무너졌던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이 분야를 새로 개척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쪽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