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도 휴대폰 판다는데…3만개 대리점 한숨

일반입력 :2012/02/20 10:04    수정: 2012/02/20 15:14

김태정 기자

강하영㉞씨는 10년 넘게 대형 이동통신사 직영점을 두루 거친 휴대폰 판매 전문가. 실력만큼은 최고 소리를 듣지만 본인 이름으로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나라 법이 바뀌어 제조사와 대형마트도 휴대폰 유통에 뛰어든다는 소식 때문이다.

보조금과 약정할인이라는 이동통신 유통만의 무기가 강력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유통 전문’ 마트나 제품 개발 주체인 제조사가 팔을 걷으면 어떤 전략이 나올지 모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이 오는 5월로 다가오면서 이동통신 대리점들의 근심이 커졌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기기 식별번호(IMEI)를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휴대폰을 굳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살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삼성전자 대리점서 구매, 각자 원하는 이동통신사로 개통해 쓰는 소비 형태가 일반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 수는 개인 사업자의 판매점을 포함해 약 3만여 곳.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의 한 판매점 주인은 “안 그래도 휴대폰 대리점이 넘쳐나면서 매출이 전만 못하다”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매장들에 이어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난다니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활용을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곳은 삼성전자. 자체 휴대폰 매장 ‘삼성모바일샵’을 올해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8개 도시에 운영 중인 34개 매장을 올 안에 40여개로 늘리고 판매점과의 제휴 가능성도 열어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자체 휴대폰 유통 채널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라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대형 마트들이 휴대폰 유통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자체 휴대폰 유통 채널이 없는 외산 제조사들과 협력을 검토 중이라는 비공식적 얘기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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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1천대 한정으로 저가 휴대폰을 직접 판매, 시장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이동통신 대리점이 아니라면 기기 값 전액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저가 휴대폰이 활성화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현재도 온라인서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오프라인 대비 30만원 정도 저렴하게 파는 곳들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