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KT, 애플과 차별하지 말라"

일반입력 :2012/02/13 10:59    수정: 2012/02/13 11:18

남혜현 기자

지난 2011년 5월, 애플 아이폰의 데이터 사용량 폭주로 인해 통화불통 현상이 발생했을 때 KT는 언론에 네트워크 설비 투자 확대와 기술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에 대가를 요구하거나 데이터 망 접속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접속 차단 나흘만에 삼성전자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대표 최지성)는 13일 서울 서초사옥 딜라이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KT가 주장하는 내용은 삼성전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KT의 행동은 기기차별이라고 주장했다.

KT는 지난 9일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접속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TV가 망을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하는데다,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해 통신망을 블랙아웃(black out)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에 즉각 반발, 당일 오후 KT를 상대로 '인터넷서버 제한행위 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삼성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가처분 소송 당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분담금과 관련해 별도 협상을 갖자는 KT의 주장대신 관련부처를 포함한 협의체에서 결론을 내자는 뜻을 고수했다.

■KT의 트래픽 과다 유발 주장은 허구

삼성이 이날 간담회를 연 목적은 KT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KT 입장 발표 이후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가장 집중한 부분은 '객관적 검증이 가능하다'고 밝힌 과다 데이터 트래픽 부분이다. KT는 스마트 TV 트래픽을 그냥 두면 향후 '블랙아웃'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데이터 트래픽은 스마트TV보단 KT의 일반 서비스가 더 크게 잡아 먹는다고 해명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실제 스마트 TV는 KT가 주장한 바와 같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KT의 시험 결과는 헤비 사용자의 일반 서비스 이용 영향을 보여 주는 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KT가 주장한 스마트 TV의 데이터 용량이 IPTV의 5~15배, 실시간 방송의 수 백배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따르면 스마트 TV에 사용되는 HD급 용량은 IPTV와 유사하거나 낮은 1.5~8 Mbps 수준. 이는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KT측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하나TV'와 같은 IPTV 사업자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KT는 삼성전자가 하나TV처럼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하나TV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로부터 매달 사용료를 받아 온 IPTV 업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영업행위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가 앱스토어를 통해 TV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나누는 건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폰의 생태계와 같이 일부 유료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을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일부 수익금 배분으로 회수되는 부분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개발자대회, 컨텐츠 공급자를 위한 Kit 개발(SDK), 스마트TV포럼 등을 운용하는 데 활용한다고 밝혔다.

■단말기 제조업체, 망분담금 부담 부당

삼성은 스마트TV가 KT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한다고 주장도 논리적으로 허약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스마트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일 뿐이라며 스마트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무조건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망 분담금과 관련한 전례가 생긴다면 해외 사업자들이 동일한 요구를 할 수 있어 국가 수출 산업도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 입장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이같은 논의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 왔다는 주장엔 KT의 요청에 의해 지난 4월과 8월 두차례 만나 협의한 적이 있다며 KT는 망분담금을 전제로만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삼성전자는 방통위 주도의 망 중립 정책이 정해지고 나서 그 틀 안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KT가 자사 스마트TV만 접속 차단한 것에 대해선,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기기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합법적인 서비스 및 콘텐츠를 차별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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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KT의 행위가 인터넷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을 언제든 공공재인 인터넷 망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길 수 있는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TV는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 KT의 일방적인 조치와 주장들은 국익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생태계 구축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젊은 콘텐츠 개발자들 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