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C로 결제해주세요”
“그게 뭐죠 손님?”
지난 10일 서울 명동의 한 외식 매장. NFC 결제를 요청하니 직원이 당황하며 지배인을 찾는다. 카운터 밑에서 결제기를 꺼내는 지배인이 ‘별 일이 다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희 매장을 찾는 손님이 하루 천여명인데 NFC로 결제해달라는 분은 올 들어 손님이 처음이에요”
이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명동서 3개월 간 추진한 NFC 시범사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성과보다는 과제를 많이 남긴 사업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방통위가 확보했다는 NFC 가맹점 230여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무선통신)란 10cm 이내 거리에서 두 대의 단말기 간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무선통신 기술이다. 방통위가 이를 통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야심차게 준비해왔고, 첫 시범지역으로 명동을 지목했다.
■NFC 결제기, 꿔다 놓은 보릿자루
기자가 명동의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시범지역 내 매장 10여 곳을 돌아본 결과 NFC 결제가 수월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NFC 휴대폰을 내밀면 우왕좌왕하거나 프로세스를 아예 모르는 직원들이 상당수였다. 입구에 붙였던 NFC 마크를 제거한 곳들도 보였다.
한 매장 책임자는 “나라에서 NFC 시범매장이라면서 결제단말기를 들여놓고 간단히 설명해줬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카운터에 자리만 차지해 치워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0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시연한 명동예술극장 앞 ‘NFC 출입구’는 온데간데없다. NFC 휴대폰을 대면 문이 열리고 에티켓 모드까지 설정되는 첨단기기로 주목받았지만 극장 측은 “설치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말을 아꼈다.
결국 방통위의 NFC 시범사업은 화려했던 시작과는 달리 초라한 성적을 받은 셈이다. 일반 시민들 대부분 NFC를 모르는 게 현실이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에 NFC 기능이 있지만 명동이 시범서비스 지역인줄 몰랐다”며 “NFC 마크가 붙은 매장들도 일반카드 계산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 “우리 등 떠밀어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동통신사들과 카드사들도 할 말이 많다. NFC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을 방통위가 사업자들에게만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결제단말기 보급 문제가 대표적이다. 방통위는 대당 20만원 정도인 결제단말기의 초기 보급을 이동통신사들이 맡아주길 바라지만 당사자들은 난색을 표한다. 수익구조도 불확실한 가운데 등만 떠민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명동 시범서비스에 투입한 결제단말기도 모두 이동통신사 주머니에서 나왔다. 익명을 요한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시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NFC 결제단말기를 우리에게 보급하라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시장 수요가 어느 정도는 예상돼야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시민들은 결제단말기가 없으니 NFC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방통위가 NFC 활성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2년 나온 모바일카드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초기 시장 단계다. NFC처럼 결제단말기 보급을 비롯한 인프라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NFC가 이와 같은 길이 빠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통위 “첫 술에 배부르랴”
이와 관련 방통위는 NFC 유통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은 순조롭다고 강조한다. 명동 시범서비스는 첫 단추일 뿐,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방통위 내부서도 하루아침에 NFC 가입자가 늘어나 명동에 몰리리라는 기대는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명동 NFC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범 사업으로 해외 이동통신사들 임원들이 배우려고 찾아 올 정도”라며 “시스템을 갖춰가는 과정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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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NFC 가맹점으로 참여한 외식업체들이 전국에 지점을 뒀기에 기대가 크다”며 “이들이 적극 나서면 NFC 확산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1분기 중 새로운 NFC 시범사업을 명동 이외 다른 지역서 시작할 계획이다. 오는 5월12일부터 3개월 간 열리는 여수엑스포서도 NFC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다. NFC가 흥행 발판 마련에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