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㉝는 얼마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한미군지원센터에서 미군에게 2개월간 휴대전화 가입을 위한 명의만 빌려주면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솔깃한 내용이었다.
마침 급전이 필요한 A씨는 이러한 제안을 수락하자 신분증 앞뒤 사본과 신용카드 및 개인 통장을 통한 본인 인증을 요구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세한 개인 금융정보를 묻는 것이 수상해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최근 주한미군을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수법이 교묘하면서도 생소해 자칫 큰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취재 결과 주한미군지원센터를 사칭한 이들 보이스피싱 집단은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명의를 빌려주면 건당 10만원에서 15만원씩 최대 150만원을 지급한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 금융정보를 빼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장교들의 생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를 사칭한 이들은 단지 명의만 대여해주면 스마트폰의 경우 10만원, 넷북의 경우 15만원까지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된다고 안내한다. 돈을 입금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준다는 점에서 기존 보이스 피싱과는 차이가 있다.
함정은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 본인인증을 거치는 과정에 있다. 이들은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 사본은 물론 신용카드 번호 16자리와 유효기간 그리고 비밀번호 앞 두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신용카드가 없으면 본인 명의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대부분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게 되지만, 이들은 최근 보안이 강화돼 이정도 신용카드 정보 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통장 계좌 역시 안전을 위해 잔액이 없는 새로 개설된 통장이면 된다고 해명한다.
여기에 070과 같은 인터넷 전화 대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본인의 이름과 센터 주소까지 밝히는 등 치밀함이 엿보인다. 사무실 전화번호가 없는 이유는 보안 때문이라며 전 직원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개인 금융 정보. 이를 통해 이른바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개설하는 것이 목적으로 추정된다. 나중에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미연합사령부에 문의 결과 공식적으로 이러한 단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이 위치해 있다고 밝힌 용산 기지 13게이트는 단순히 외부 손님을 안내하는 조직이 상주하는 곳으로 이러한 지원 단체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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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한미군 관련 대부분 기관이나 단체는 보안과 상관없이 유선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어 이들 설명과도 맞지 않다.
한미연합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주한 미군들이 사적으로 사용할 휴대폰 가입이 어렵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연합사령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단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