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등급 확정 임박…게임위 태클?

일반입력 :2011/12/15 11:06    수정: 2011/12/15 11:09

‘디아블로3’의 게임물 등급심의 확정이 임박했다. 이르면 오는 21일 최종 확정을 통해 국내 베타테스트 일정이 결정되고 내년 초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게임물 등급을 심의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아이템현금거래 기능을 사행성으로 몰고가는 방식으로 등급 거부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게임위는 게임사와 게임이용자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박탈하고 주관적 판단으로 게임물 등급을 심의해왔다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이번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결과에 따라 게임위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대표 마이크모하임)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신청을 완료했다. 청소년은 이용하지 못하는 18세 등급으로 게임물 심의를 신청했다.

이는 국내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디아블로3의 게임물 등급이 북미는 17세, 유럽은 16세, 영국은 15세로 확정됐지만 한국만 18세 등급으로 신청을 한 것은 그동안 게임위가 보수적으로 게임물 등급을 심의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결과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디아블로3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아이템현금거래 기능을 넣고 심의 신청을 했으나 게임위가 등급 거부란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게임물 등급 거부는 불법성 사행성 등을 구분해 게임 시장의 혼탁함과 게임 이용자의 금전적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게임위가 아이템현금거래를 지나친 사행성으로 판단하고 디아블로3의 출시를 막을 경우 정부와 한배를 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게임 산업을 진흥하기보다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여성부가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강제적 셧다운제를 밀어붙였다. 또 관련 부처인 문화부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비슷한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을 즐기는 이용자가 아이템현금거래를 금지토록하는 새로운 게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디아블로3,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

게임법에 의하면 사행성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사행행위영업, 복권, 소싸움 등을 모사하고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게임도 사행성게임물이다. 게임위는 이를 근거로 게임물 등급을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등급을 받지 못한 게임물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게임위 측이 디아블로3가 아이템현금거래 기능을 담았다고 해서 사행성 게임으로 구분해 등급 거부 판정을 할 수 있을까. 업계관계자 대부분은 관련법상 사행성 게임으로 보기 어렵지만, 게임위의 등급 심의 과정을 거치면 사행성 게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게임위의 행보를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게임위는 아이템현금거래를 인정하는 약관을 담은 A온라인 게임의 등급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게임위는 아이템현금거래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A온라인 게임의 등급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디아블로3는 다른 RPG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경험치와 스킬을 높여가면서 보다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전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디아블로3를 사행성게임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은 거래 중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다른 경매 사이트에서와 같이 기본적인 입찰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필요에 따라 아이템을 거래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현금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디아블로3를 사행성 게임물로 판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대부분의 업계관계자는 설명한다.

한 업계고위관계자는 “아이템현금거래를 사행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뒤집어 보면 그동안 아이템현금거래중계사이트가 게임 시장의 사행성을 부추겼다는 말 아니냐”면서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결과에 따라 각 게임사가 아이템현금 거래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물꼬도 트일 수 있어 모든 업계관계자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템 중개 사이트가 하면 합법, 게임회사가 하면 불법?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등급 거부를 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높다. 아이템중계사이트가 아이템 현금 거래를 도와주면 합법, 게임사가 하면 불법이 된다는 이중 잣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게임위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아이템 현금 거래를)중개 사이트가 하면 합법이고 게임회사가 하면 불법이라는 것은 법 윤리상 맞지 않는다”라며 “게임위는 조속히 문화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현금거래를 불법화할지 합법화할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여기에 있다.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등의 중개 사이트들에서 이뤄지는 아이템 현금 거래 규모는 연 1조 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위가 이들 중개 사이트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디아블로3에 등급거부 판정을 하기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 측은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에 대해 “현금 거래를 원하는 게임 이용자들이 불가피하게 중개 사이트들을 이용하면서 아이템이나 계정을 도난 당하는 등 불편과 어려움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기 위함이다”며 “게임 이용자가 스스로가 주도하는 안전하고, 즐겁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설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이용자간 거래 시스템으로, 블리자드는 소정의 거래 수수료를 받을 뿐 자체적으로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게임위, 초법적 기관되나…예의주시

게임위가 초법적 기관이라는 점을 스스로를 인정할지 여부에 시장은 예의주시한 상태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결과에 따라 게임위를 겨냥한 비난 여론이 쇄도할 수 있다.

반면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가 정상적 절차에 따라 18세 등급으로 확정되면 국내 게임 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질 것으로 아이템현금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각 게임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통해 얻은 게임머니 및 게임아이템의 현금 거래는 합법이다. 지난 2010년 초 대법원이 리니지 게임머니(아덴)의 현금 거래에 대해 사행성 게임 수단이 아니며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

관련기사

그러나 게임머니 및 게임아이템의 현금 거래 및 교환이나, 현금을 목적으로 다수의 PC로 ‘작업장’을 꾸며 ‘오토(온라인 게임머니 자동 사냥 프로그램)’를 통한 아이템 현금 거래 시도는 금지된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는 “게임위 소속 위원은 게임사가 아이템현금거래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이 제 2, 제 3의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합법적으로 게임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고 말했다.